매거진 교육

전망 2023 (2)

교사의 진심

by 김준식

전망 2023(2)


학교에서 수업을 담당하는 교사들이 교실에서 자신이 가르치는 아이들과 마음을 주고받는 것은 매우 당연한 것인데, 세월이 갈수록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어려워지는 이유에 대한 의견은 너무나 많고 분석 또한 다양하다. 하여 여기서는 이야기하지 않기로 한다.


이 글에서 주목하고 싶은 것은 그 주고받는 마음에 대한 이야기다.


올해 2월, 나는 특별한 경험을 이렇게 글로 썼다.


“2016년 당시 그 학교(사천시 소재 곤양고)에서 3학년에 재학 중이었던 한 아이(이제는 청년, 그렇지만 여기서는 아이로 하자)였다. 그 아이는 이제 군 제대 후에 복학을 준비 중이라면서 한참 동안 서로 안부를 묻고 친구들 안부를 전했다. 담임을 한 아이들도 아니어서 기억이 잘 나질 않았지만 모두들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니 기분이 참 좋았다.


그리고 그 아이가 말했다. 지난 12월, 군 제대 후에 여러 가지 책을 읽다가 집안에서 책 하나를 발견했는데, 그 책은 바로 고 3 때 선생님(나)께서 읽으라고 하셔서 산 책, 즉 카프카 전집이었단다. 그리고 책을 읽으며 당시의 우리를 생각하고 당시의 치열했던 수업(질문과 거의 다툼에 가까웠던 공방이 가득했던)이 생각났단다. 그래서 학교에 물어 물어 유선으로 전화까지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그 책을 다시 읽고 그 시절을 생각하면서 인생의 새로운 면을 보는 계기가 되었다는 조금은 건방진(?) 이야기까지 했다.


교육은 바로 이렇게 천천히 아주 슬며시 다가오는 것이다. 그 어떤 거창한 교육적 패러다임으로도 사람을 쉽게 바꾸지는 못하지만, 수업을 고민하는 교사와 아이들의 진심 어린 수업은 아이들을,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6년, 내가 읽으라고 이야기한 그 책을 당시는 상세하게 읽지 않았는데, 6년이 지난 이제 다시 읽고 당시 내 수업을 기억하고 복학 이후의 삶을 생각해보는 이 상황을, 어떤 교육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 http://www.dandi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1803)


이 지점에서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교사의 진심이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이렇게 말한다.


“上德, 不德, 是以有德. 下德, 不失德, 是以無德.(상덕, 부덕, 시이유덕. 하덕, 부실덕, 시이무덕)”

“상덕(높은 수준의 덕)은 덕이 아니라 하니(내세우거나 강조하지 않으니), 이로써(오히려) 덕이 있게 되고,

하덕(낮은 수준의~)은 덕을 잃지 않으려고 하니(덕이라고 억지로 내세우니), 이로써 덕이 없어진다.”

(도덕경 38장)


진심이란 결코 내세워서 알게 되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 즉 수업장면에서 교사가 아이들에게 향하는 진심은 크게 내 세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스민다. 마치 노자께서 덕을 묘사한 것처럼. 덕은 저절로 스미어 덕이 덕인 줄 몰랐을 때, 비로소 덕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학교가 좋은 장소와 시설을 제공하고 또 누군가 가끔 해주는 멋진 말과 행동은 아이들에게 순간적으로 감동을 줄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이 아이들의 삶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다. 아이들을 변화시키는 것은 수업 중에 감지할 수 있는 교사의 진심이다. 아이들에게 진심을 보이는 것은 다양한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도덕경 이야기처럼 억지로 뭔가를 강조하면(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은) 오히려 그것은 더 빨리 더 쉽게 잊어버리게 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학교에서 아이들이 교사의 진심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교사와 아이들과 함께 하는 수업장면이다. 매일, 매주 그 수업시간에 교사와 아이들은 같은 시공간을 공유하면서 일정한 주제를 통해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려 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교사의 진심은 아이들에게 금방 읽힌다. 상대적으로 교사가 아이들의 진심을 읽어내는 것은 매우 어렵고 힘든 일이다.


나는 교직 생활 내내 만난 교사 중에서 자신의 진심을 아이들에게 보여주지 않으려 하는 교사를 만난 적이 없다. 진심을 보여주려고 노력하지만 아이들은 쉽게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에 안타까워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교사의 방법 오류도 있을 수 있고 위에서 말한 자신의 진심을 너무 강조해서 오는 부작용일 수도 있다. 그래서 언제나 진심 어린 교육은 어렵다. 일단 아이들이 교사의 진심을 발견하는 순간 모든 것은 거의 좋은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교사가 아이들에게 진심을 보이기 어려운 이유도 의외로 많다. 교사인 우리는 늘 알 수 없는 벽과 마주한다. 학교 안에는 그리고 교실 안에는 제도, 동료, 조직, 상급자, 세상의 인심, 사회적 분위기…… 수많은 벽이 있다. 때로는 벽을 허물려고 노력하기도 하고, 가끔은 그 벽을 타고 오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늘 벽은 거의 그대로 우리 앞에 있음을 알고 우리는 가끔 좌절하고 그 벽으로부터 등을 돌릴 때도 있다.


당연히 벽 너머에는 늘 아이들이 있다. 아이들과 교사 사이 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찌어찌하여 아이들이 교사의 진심을 알아내고 감화되는 순간, 벽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데, 그것은 순간이기도 하고 때론 요원해 보이기도 한다. 위 경우처럼 아이들이 졸업한 후 세월이 흐른 뒤에라야 느낄 수도 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2023년의 교육현장, 수업과 교사와 아이들을 생각해 본다. 학교에서 수업하는 교사와 아이들에게 학교 밖의 모든 상황은 공기와 같다. 늘 공기가 상쾌할 수는 없다. 심지어 공기청정기를 켜야 할 때도 많다. 청정기로도 어찌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아주 무겁고 답답한 공기가 2022년 우리 학교를, 교실을 감싸고 있다. 2023년에는 지금보다는 조금 부드럽고 편안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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