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교육

Semantic change

by 김준식

Semantic change


1.


지난 금요일, 겨울 방학중인 지수중학교 졸업생들이 여럿 찾아왔다.(이제 고 2가 되는) 한 참을 이야기하다가 갔는데 그들이 가고 난 뒤 그들이 한 이야기가 내 머릿속에 단 한 마디도 남아있지 않았다. 요즘 아이들과 만나면 도대체 언어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고민하게 된다. 도대체 그들의 언어라는 것으로부터 나는 어떤 것을 획득할 수 있는가? 그런데 기억나는 한마디가 있다.


오늘 아이들이 환갑이 넘은 나에게 “귀엽다”라는 이야기를 여러 번 했다. ‘귀엽다’의 사전적 의미는 “작고 세밀하면서 균형이 갖추어져 보기 좋은 상태”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들이 나에게 사용한 ‘귀엽다’가 그런 의미일 리 없지 않은가! 하기야 요즘 온통(주로 미디어) ‘귀엽다’가 유행하고 있으니 아이들은 아마도 분별없이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뜬금없다. 나에게 귀엽다니!!


2.


Semantic change! 언어학에서 ‘의미변화’를 이렇게 표현한다.


아주 짧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긴 세월도 아닌 60여 년 정도를 살아오면서 말의 의미가 변화하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물론 언어는 매 순간 변화하며 오랜 시간이 지나면 본래 의미를 잃거나 심지어 반대의 뜻으로 쓰이는 것들도 더러 있다.


영어 ‘nice’의 의미변화는 매우 극적이다. 13세기 ‘nice’의 의미는 "foolish, ignorant, frivolous, senseless"(바보 같은, 무지한, 시시한, 무분별한)이었지만, 1830년대에는 "kind, thoughtful"(친절한, 사려 깊은)의 뜻이 되었다. (Online Etymology Dictionary 2001-2023 Douglas Harper)


3.


언어의 의미변화가 생겨나는 이유는 매우 많다. 독일 출신의 언어학자 Joachim Grzega, Marion Schöner가 2007년 발표한 『English and General Historical Lexicology』(영어와 일반적인 역사 어휘학)이라는 책에서 언어의 의미 변화 원인을 이렇게 정리했다.


흐릿함(무엇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모호한 언어), 사회적 이유, 제도적 및 비제도적 금지주의, 위장 언어, 금기, 심미적-형식적 이유(연관된 단어와 음성학적으로 유사하거나 동일한 단어의 회피), 의사소통-형식적 이유(동음이의어 및 다의어), 말장난, 과도한 단어 길이, 형태적 오역, 논리적-형식적 이유, 문화로 인한 개념의 부각, 지시 대상의 변화, 세계관 변화, 명성이나 유행 등이다.(Katholische Universität Eichstätt-Ingolstadt, Germany, Joachim Grzega and Marion Schöner 2007. 23~37쪽)


4.


위의 이론을 적용하면 ‘귀엽다’를 쓴 이유를 짚어보면 사회적 이유, 의사소통, 문화, 지시 대상의 변화, 유행 등으로 풀이할 수 있는데, 그러면 그렇게 변화된 ‘귀엽다’의 의미는 이렇게 정의될 수 있을 것이다. (완전히 나의 의견이다.)


- 사랑스럽다.

- 정말 작고 예쁘다.

- 구체적으로 멋진 것을 특정할 수 없을 때 그것을 표현하는 말이다.

- 마음에 흡족한 상황, 대상을 표현한다.

- 의미 없는 칭찬일 수도 있다.


아마도 나에게 이야기한 졸업생들의 ‘귀엽다’는 의미 없는 칭찬일 가능성이 농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