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교육

2쇄를 찍고 중학교 철학 2권을 향해!

by 김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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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철학 2쇄를 찍고 중학교 철학 2권을 향하여


2022년 5월 20일, 1쇄를 찍은 책이 9개월 만에 2쇄를 찍었다. 보통의 책에 비해 느리고 또 느리지만 어쨌든 2쇄까지 왔으니 그나마 다행이고 출판사에 덜 미안하다. 출판사 사장님 이하 책을 만드신 여러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책의 판매에 지대한 공헌을 하신 진주문고 #여태훈 대표님께 고개 숙여 감사 인사를 드린다. 출판사 부장님께 9달이나 걸려 2쇄를 찍었으니 출판사에 면목이 없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출판사 부장님이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책은, 일단 그림이 하나도 없고, 삶에 대한 지침서나 전혀 새로운 내용도 아니고, 또 색다른 경험담은 더더욱 아니고…… 고리타분한 철학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그것도 중학교라는 제한을 걸어 놓은 교과서를 ……. 그렇다고 굉장히 유명한 사람이 쓴 것도 아닌데 2쇄를 찍었다는 것은 거의 기적입니다.”


아무 말도 못 했다.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


먼저 중학교 철학에는 그림이 하나도 없다. 그 흔한 컷도 하나 없다. 그냥 전부 글이다. 또 전혀 새로운 내용도 아니다. 이미 있었던 내용이다. 당연히 특별한 경험담도 아니다. 그리고 책을 쓴 나는 굉장하기는커녕 우리 주위에 흔히 보이는 보통의 60대 아저씨다. 이 까지는 맞다.


하지만 철학이 고리타분하다는 말은 틀리다. 철학은 늘 싱싱하고 생생하다. 매 순간 우리 삶의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철학이 모두 제 각각일 뿐이다. 그래서 중학생들에게 자아의 가치와 그것으로부터 유추되는 타인의 가치, 그리고 공존의 가치를 일깨우고자 이 작업을 시작했다.


요즘 겨울 방학을 맞이해서 중학교 철학 2권을 열심히 쓰고 있다. 절반을 넘기고 있다. 중학교 철학 2권의 중요한 주제는 인류 역사를 관통하고 있는 변증의 과정을 다루고 있다. 중학교 철학 제2권 1장의 제목이 ‘변증의 산맥’이다. 동양의 노장사상과 불교를 거쳐 중세 기독교 철학과 종교개혁 그리고 과학의 발전을 거쳐 마침내 근대 변증법의 봉우리인 '헤겔'에 도착하는 과정을 수업을 통해 중학생 눈높이에 맞춰 서술하고 있다.


중학교 철학 2권의 첫 부분을 조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꽃은, 꽃마다 특유의 향기를 가지고 있다. 꽃이 각자 특유의 향기를 가지는 이유는 매우 다양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꽃의 향기로 곤충을 부르는 것이다. 꽃은 공기 중에 자신의 향기를 퍼뜨려 곤충을 유인하고 그 향기에 반응한 곤충들은 꽃에서 꿀을 얻는다. 즉, 꽃 향기는 곤충에게 꿀이 있는 곳을 의미한다. 곤충이 꽃에서 꿀을 따는 과정 중에 곤충은 자연스럽게 꽃 속에 있는 암술과 수술을 수정시키게 되는데 꽃은 그 과정을 통해 열매를 맺는다.


이 과정만을 한정하여 ‘꽃’과 ‘곤충’의 관계를 살펴보자. 겉으로 보이는 관계는 ‘꽃’의 꿀을 '곤충'이 가져가는 것이기 때문에 '꽃'과 '곤충'의 관계는 일단 대립관계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곤충'에 의해 '꽃'이 목적하는 것(수정으로 열매를 맺으려는 목적)을 이루게 된다. 향기를 퍼뜨리는 근본 취지도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꽃'과 '곤충'의 대립적 관계가 '꿀의 채취'와 '수정'이라는 병렬적 대립 과정을 통해 '열매'라는 새로운 결과로 나타나게 된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열매'가 시간이 지나 익게 되면 그 익은 열매의 색과 맛, 그리고 향기에 끌려 열매를 먹이로 하는 동물들은 자연스럽게 그 열매를 먹게 된다. 이를테면 ‘열매’와 ‘동물’의 관계는 앞서 이야기한 ‘꽃’과 ‘곤충’의 관계처럼 상호 대립적 관계이다.


동물들이 열매를 먹으면서 열매 속의 씨앗도 동시에 먹게 된다. 동물들의 소화기관 속에서 소화되지 않고 생명을 유지할 수 있게 설계된 씨앗은 동물들의 배설물과 함께 동물 밖으로 나오게 되는데, 이때 씨앗은 처음 열매가 맺혀있던 장소로부터 상당히 멀리 있는 곳에 놓이게 된다.(동물의 이동과 동물 배설 행동의 특성으로 유추해 볼 때) 열매를 맺어 동물을 유혹한 식물의 본래 의도(?)대로 씨앗은 아주 멀리 퍼지게 되고, 그 씨앗은 조건이 형성되면 새로운 땅에 싹을 틔우게 되는데 이렇게 해서 식물은 자신의 분포를 확장시키게 된다.


‘열매’와 ‘동물’은 ‘꽃’과 ‘곤충’처럼 대립관계에 있지만 섭취와 배설이라는 역시 병렬적 대립과정을 통해 '씨앗'과 '식물의 영역(분포) 확산'이라는 새로운 결과로 나타난다. 동물들의 이동에 따라 퍼져 나간 ‘씨앗’은 ‘토양’과 다시 대립관계를 형성하고, 새싹이라는 새로운 결과로 나타난다. 그리고 다시 ‘꽃’을 피우면서 거대한 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렇듯 대립적 관계나 상호 모순을 원리로 하여 사물의 개념 및 변화의 상황을 설명하는 논리를 우리는 변증법(辯證法, Dialectics.)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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