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교육

인사발령철 소회

by 김준식

인사발령철의 소회


1. 붕당朋黨


『논어』 ‘위령공’ 편에 이르기를 衆惡之 必察焉 衆好之 必察焉.


“여러 사람이 그를 미워하더라도 반드시 그를 살펴야 하며, 역시 여러 사람이 그를 좋아하더라도 반드시 그를 살펴야 한다.” 위정자, 혹은 모든 사람에게 하는 공자의 준엄한 말씀이다.


현 정부 각료가 탄핵을 당한 것은 무슨 이유를 내놓아도 인사 실패가 맞다.(거대 야당의 야료라는 이야기가 일부는 맞다고 해도)


교사로 살아온 지난 35년 동안 매년 두 번의 인사 발령을 본다. 초임 시절을 제외하고 제법 나이가 들면서 여러 가지 부가적인 정보를 가지고 인사 발령을 보면,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과 인사 발령은 거의 무관한 일인 것처럼 보인다.


모두 미워하는(교육하는 곳이니 교육자의 자질이 충분하지 못한) 사람들이 예상을 깨고 중용重用되는가 하면 모두 좋아하는(교육자의 자질이 매우 충분한) 사람들은 제외되는 상황도 자주 있다. 또 능력(교육자적인 능력)에 따라 적재적소에 기용된 사람들도 없지는 않지만, 자리(직위나 직책)와 능력이 무관하다는 사실을 대변해 주는 인사 발령도 더러 본다.


진보 교육감이 되면 진보적 색채를 가진 사람들이 중용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문제는 있다. 진보라고 해서 한 줄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안何晏과 형병邢昺이 주와 소를 단 논어주소에서 위에 있는 논어 공자의 말을 이렇게 해석한다.


謂衆多惡人, 私相阿曲朋黨, 比近周密. “많은 나쁜 사람들이 서로 아첨하고 순종하며 붕당을 지어 친밀하게 지냄” 여기서 나쁘다는 것은 지극히 상대적이다. 내가 보는 나쁜 것이 타인이 보는 나쁜 것과 같을 수는 없다. 어쨌거나 붕당이 문제라는 것이다.


진보도 보수도 모두 붕당이 있다. 역사가 증명한다. 교육 현장에 있는 우리라고 예외일 수 없다.


거의 모든 인사에는 붕당이 개입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인사에는 당연히 정치적인 계산이 있기 때문이다. 교육을 위한 인사발령도 예외는 없다. 철저한 계산이 개입된다. 그것을 아주 객관적으로 보기는 어렵다. 주관적인 시각으로 인사 발령을 보면 더 엉망진창으로 보인다. 하여 하는 수 없이 객관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2. 해이解弛


「장자」‘양생주’에 등장하는 ‘포정’은 ‘문혜군’을 위해 소를 잡는데 무려 19年 동안 한 번도 칼을 갈지 않았다. 소를 눈으로 보지 않고 마음으로 보는데, 유리알처럼 훤히 꿰뚫어 볼 수 있는 경지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해解는 바로 칼刀로 소牛의 뿔角을 가르고 있는 모습으로 회의문자이다. 그래서 본래의 뜻은 ‘가르다’, ‘풀다’가 된다. 해결解決, 해독解毒, 난해難解 등이 그 예다.


이弛는 활弓의 모습을 보고 만든 궁弓과 야也의 결합인 형성자다. 그래서 궁弓이 있는 한자는 모두 활弓과 관계가 있다. 즉 독수리나 들짐승으로부터 시신을 보호하기 위해 활弓을 들고 서 있는 것(丨)이니 조弔, 활弓을 쏘기 위해 서 있는 것(丨)이 인引, 활(弓)에 줄이 걸려 있는 것이 현弦, 한 발(單)씩 쏘는 것이 탄彈, 활弓에 시위弦가 길게長 드리워져 있는 것이 장張, 큰(大) 활(弓), 즉 활(弓)에 능숙能熟한 것이 이(夷), 즉 중국인이 부르는 우리 민족이다(동이).


한편 야也는 본래 뱀蛇을 뜻하는 글자였다. 즉, 뱀의 꾸불꾸불한 모습인 것이다. 현재 뱀을 사蛇로 쓰는데, 사실 타它 역시 그런 모습을 뜻한다. 그러니까 이는 활(弓)에 꾸불꾸불한 것이 있다는 뜻으로 그것은 느슨해진 시위(弦)를 뜻한다. 즉 활(弓)을 다 쓰고 나면 탄성彈性을 보존하기 위해 시위(弦)를 풀어 두는데 그 모습이 마치 뱀처럼 꾸불꾸불하다 하여 만든 글자다. 따라서 이弛의 본래 뜻은 '시위(弦)가 느슨해진 활(弓)'인데, 後에 '느슨하다'는 뜻도 가지게 되었다. 이완弛緩이 대표적 용례다.


해이解弛는 풀어헤쳐지고 느슨해졌다는 뜻이 된다. 반대로 바짝 조이는 것이 긴緊이며, 시위(弦)가 팽팽하게 당겨져 있는 활(弓)이 장張이다. 따라서 해이解弛의 반대는 긴장緊張이다.


자동차를 분해分解해 놓으면 움직일 수가 없고, 시위(弦)가 느슨해진 활(弓)은 사용할 수가 없다. 물건이 사방에 흩어져 있다든지, 사람의 정신이 느슨해져 있다면 일을 할 수 없다. '사이비似而非'는 사시이비似是而非의 준말로 '보기는 그럴듯한데 알고 보면 그렇지 않은' 사람을 말한다. 긴장緊張해야 할 때 긴장緊張하지 않고 직분職分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사이비似而非다. 인사발령철에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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