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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건'을 보내며

영화 '로건' 리뷰

by 김준식

영화의 내용 중 일부가 글 속에 있음을 미리 밝혀 둡니다.


로건을 보내며


엑스 맨이라는 영화가 처음 등장한 이후 시리즈 안에서 줄곧 일정한 역할을 해 온 울버린(휴 잭맨 분)의 극 중 이름이 로건이다. 뮤턴트(mutant)는 라틴어 mutantem에서 유래된 말로서 바뀌다(change)라는 의미가 강하지만 일반적으로 그 바뀜이 매우 독특한 방향으로 일어나는 경우를 일컫는다. 따라서 Mutant의 사전적 의미는 변종, 더 나아가 돌연변이로 풀이된다. 이를테면 완전히 다른 변화로의 진행이며 그 진행의 결과를 이르는 말이 되었다.


우리가 처음으로 엑스맨(2000년 상영)을 본 것은 21세기가 시작될 무렵으로서, 세기말의 혼란함과 세기 초의 불안함이 이러한 영화 탄생의 토대가 되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인간 능력에 대한 진화론적 해석은 이런 종류의 특별한 진화의 방향(돌연변이)에 대한 가능성을 언제나 제시해 왔고 이 영화는 거기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 결과물인 것이다.

늙어 버린 로건

주인공 로건(울버린 – 휴 잭맨 분)은 사실 不死의 돌연변이였다. 끊임없이 재생되는 피부와 근육에 더하여 아만타튬이라는 물질로 된 뼈를 가진 로건은 죽으래야 죽을 수 없는 존재였다. 뿐만 아니라 주먹을 쥔 사이사이로 튀어나오는 무시무시한 칼날은 그를 엑스맨 시리즈의 돌연변이 중 최강자의 자리에 있게 했다. 오죽하면 그만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울버린)도 있으니 말이다.

프로패서 X의 모습

하지만 이 영화에서 그는 이미 쇠약해졌고 재생의 능력도 시간이 걸리며 심지어 자신을 최강으로 만들었던 아만타튬의 부작용으로 지금까지 우리가 보아 왔던 그 로건은 이미 아니다. 이렇게 쇠약해진 로건이 사투를 벌이는 영화가 바로 ‘로건’이다. 또 한 명의 돌연변이 프로 패서 X, 모든 돌연변이들의 대부이자 엄청난 인지기능을 가진 그도 이 영화에서는 쇠약한 노인으로 약물로 겨우 삶을 버티는 존재로 등장한다. 이러한 설정은 이 영화를 단순히 오락영화에서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단서가 된다. 이를테면 절대 강자의 쇠락은 기존의 질서가 가지는 부조리와 적폐를 없앨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준과 질서를 구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도 ‘자본’과‘권력’은 여전히 인간의 본질적인 것을 파괴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그 ‘자본’과 ‘권력’을 이면을 좀 더 캐보면 거기에는 ‘이용’이라는 지극히 단순한 논리만 존재한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무엇을 이용한다는 것은 그 무엇을 도구로 한다는 것이고 이 ‘도구’는 언제나 목적이 달성되는 순간 버려지는 것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 도구가 비록 인간일지라도 ‘자본’과 ‘권력’은 조건 없이 그것을 파기하거나 폐기해버리는 것이다. 이것은 ‘자본’과 ‘권력’의 매우 분명한 논리로서 ‘자본’과 ‘권력’이 존재해왔던 지나온 인류의 역사가 완벽하게 이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로건이라는 불사의 돌연변이가 ‘자본’과‘권력’ 이 추구하는 ‘이용’이라는 극단적 상황 앞에서 매우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오히려 로건 자신이 보통의 인간이라는 사실을 증명해내는 과정이 이 영화의 서사다. 미래의 어떤 시점이라는 것을 관객에게 설명하는 영화적 시퀀스는 다른 영화에서 흔히 보이는 첨단의 기술이나 장비가 아니라 황량한 사막뿐이다. 미래에 대한 이미지로서 이 영화가 시도한 사막의 시퀀스는 미래 특정 시점의 “비인간적인 상황”, “몰인정한 인간관계”, “절망적 상황”을 설명하는데 너무 충분해 보인다.



* 사진은 네이버에서 가져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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