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밤을 위한 연주
Paganini
Sonata Concertata In A Major M.S. 2 - 1. Allegro Spiritoso
Sonata Concertata In A Major M.S. 2 - 2. Adagio, Assai Espressivo
Sonata Concertata In A Major M.S. 2 - 3. Rondeau, Allegretto Con Brio, Scherzando
파가니니, 악마가 깃든 연주자로 불릴 만큼 놀라운 기교로 유명한 이태리의 바이올린 연주자이자 작곡자이다. 그의 연주 실력과 작품은 놀라웠고 훌륭했지만 그에 대한 음악적 평가는 상대적으로 낮다. 이유야 많겠지만 그의 음악적 업적을 계승할 후계자가 없다거나 혹은 즉흥적 연주 스타일 때문에 그의 현란한 기교가 후세에 전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해 볼 때, 어느 시대나 어느 지역이나 뛰어난 천재에 대한 보통 수준 사람들의 질투심은 음악계도 예외가 아닌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바이올린 연주자는 질 샤함(Gil Shaham)이다.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이스라엘 양친을 두었지만 태어난 나라는 미국이다. 하지만 어린 시절 다시 이스라엘로 돌아가 성장하고 바이올린에 입문했다. 어느 정도 음악적인 성과가 생기자 다시 미국으로 건너와서 연주활동을 한다. 모든 뛰어난 연주자가 그러하듯 샤함도 거의 음악에 대한 천재적 기질은 타고난 것이어서 악보에 나타난 음표를 연주하는 것에 더하여 본인의 감성을 녹여 스스로 음악적 작업을 완수해 내는데 임의의 부분에서 템포를 바꾸는 즉, 루바토를 통해 곡의 느낌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렇게 하여 연주되는 이 음반의 바이올린 연주는 눈부시게 아름답고 동시에 얼음처럼 명징하여 우리를 매혹시키고 만다.
기타 연주자는 괴란 죌셔(Goran Sollscher)인데 스웨덴 사람이다. 샤함보다 나이가 많지만 샤함과는 다양한 작업을 통해 많은 음반을 출시하고 있다. 클래식 기타의 줄은 거터(양의 내장)로 되어 있어 음색이 매우 부드럽고 단아한데 이러한 특징을 이 음반 전체에서 잘 느낄 수 있도록 죌셔는 연주하고 있다. 이 앨범을 다 들어보면 특히 기타가 주인공이 되고 바이올린이 반주를 맡는 10번의 그랜드 소나타와 두 개의 악기가 대립되는 1번에서 3번까지의 소나타 콘체르타토는 기타라는 악기가 결코 음악적 감성이 쳐지는 악기가 아님을 보여준다.
기타와 바이올린의 절묘한 조화로 시작되는 첫 부분을 들으면 우리 삶에서 느끼는 희로애락의 감정의 가닥을 너무나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데 악기와 연주자의 특성도 반영되었겠지만 파가니니의 음악적 영혼이 더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Concertata라는 말 그대로 두 악기는 서로의 영역을 왕래하면서 때로 부딪치고 또 때로는 나란히 이어지지만 음악을 듣는 우리에게는 그저 화려하고 아름다운 두 악기의 연주일 뿐이다.
1번은 기운차게(Spiritoso) 울려 퍼지는데 마치 꽃을 피우는 나무들처럼 화려하게 꽃망울을 터뜨리듯 생기 가득하다. 그러나 그런 나무일수록 꽃들은 빨리 흩어져버리고 마는데 그 기분은 2번에서 감정을 실어(Espressivo) 연주한다. 하지만 꽃이 지고 나면 새싹이 돋아나고 금방 세상은 화려해진다. 그 기분을 표현하듯 3번은 가볍고 경쾌하여 익살스럽게(Scherzando)까지는 아니지만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분명하다.
황사 혹은 미세먼지가 하루 종일 나를 괴롭힌 흐린 봄 밤 파가니니의 선명함에 빠진다.
https://www.youtube.com/watch?v=6urOhmI2vL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