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속의 우주
花中之宇宙 꽃 속의 우주
妙蘂華中在 (묘예화중재)가는 꽃술, 꽃 속에 있고,
其處又衆匱 (기처우중궤)거기, 또 끊임없어라.
春日微暐灑 (춘일미위쇄)봄 날, 가는 햇살 흩뿌리니,
炯發幽庶色 (형발유서색)그윽한 색으로 빛나고 있네.
2017년 3월 22일 오후, 광대 풀을 보며 꽃이 작은 우주라는 것을 다시 한번 더 절감합니다.
봄볕 잘 드는 산길에 작은 꽃들이 한창입니다. 스쳐 지나가면 대수롭지 않지만 자세히 보면 거기 작은 우주가 있습니다. 크기래야 겨우 1cm도 되지 않는 꽃들입니다. 심리적 크기보다야 덜 하겠지만 물리적 크기라는 것조차도 지극히 상대적인 개념이라 그 꽃의 크기만을 가지고 그 꽃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이름도 모르는 작은 풀꽃에서 화단에 잘 가꾸어진 봄 꽃까지 그 꽃들의 속을 보면 거기에는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우주가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가 우리에게 광막하듯이 꽃 속의 우주는 꽃들에게 아마도 똑 같이 광막할지도 모릅니다.
얇은 꽃잎 속에 있는 암술과 수술을 보고 있으면 욕망 없는 번식이야말로 우주적 관점에서 가장 위대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인간을 제외한다면 번식이란 곧 우주적 사건인 셈입니다. 물론 인간의 경우에도 늘 예외는 존재하기는 합니다.
지금 제가 보고 있는 이 작은 풀꽃들은, 지난해에도 또 올해도 그리고 이 지구가 멸망하는 그 날까지 늘 이때쯤 피어 날 것인데, 그 조건 없는 반복이 가지는 함의에 대해 우리의 섣부른 지식으로 판단하고 분석하는 것이 얼마나 무가치하며 심지어 위험하기 조차 한 것인지요? 하여 우리는 엄숙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그들을 맞이하고 또 그들을 보내며 우리의 짧은 삶을 사는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