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피나코테크에 서다.
장자가 오르세 박물관을 어슬렁거리며 전시된 그림을 본다면? 하는 매우 뚱딴지같은 생각에서 비롯된 나의 책 『장자, 오르세를 걷다』(BOOKK, 2017)은 가볍게, 혹은 참담하게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실패한 이유야 수 만가지도 넘겠지만 핵심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독자의 눈높이를 사실상 무시한 글쓰기였다는 것이다.
글을 쓴 내가 사회적으로나 학문적으로 매우 유명한 존재였다면 사정은 달라졌겠지만 시골 한 구석에서 독립 연구자의 처지로 감히 서양 미술과 동양의 장자를 동시에 이야기하는 것은 지금 생각해도 매우 무리수를 둔 것이다.
두 번째로 『장자』 속의 이야기를 오르세 미술관의 그림 이야기와 조화롭게 섞어야 하는데 그저 덮밥처럼 걸쳐 놓기만 한 것이다. 읽는 독자가 알아서 섞어보시든가 하는 태도로 글을 썼으니 이 책이 절판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이 사실을 알아내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정도면 충분했다.
사실 나의 욕심이란 처음 서양미술을 보면서 느꼈던 놀라움과 처음 『장자』를 읽었을 때 느꼈던 새로운 세계의 느낌을 잘 조합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것뿐이었다.
그런데 그게 참 어려운 것임을 책을 만들면서 희미하게 느꼈고 이제는 분명하게 알고 있다. 책을 내고 난 뒤 객관화 된 나의 능력과 솜씨를 보며 오랫동안 자괴감에 시달렸다.
몇 년이 지난 뒤 그러니까 지난 2020년 여름쯤에 자괴감을 끝낼 수 있는 길은 다시 새로운 책을 만드는 이라는 결론에 도달하였지만 당시는 「중학교 철학」을 집필 중이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이제 「중학교 철학 2」를 내고 약간의 여유가 생기니 다시 그림 이야기가 하고 싶어졌다. 더불어 내 4~60대 20년 동안의 연구대상이었던 「장자」 이야기도 다시 하고 싶어졌다. 내용들 중 일부는 조각조각 써 놓은 것도 있으니 잘 버무려 정리하면 되는데 그 작업이 늘 문제라면 문제다.
2023년 7월, 가만히 생각해 보니 문제는 또 있다. 「중학교 철학」은 영광스럽게도 교육과학사가 출판을 해 주셨지만 그림이야기와 장자 이야기를 버무린 이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 줄 곳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비록 관련 학위는 있지만 대중적 인지도를 가지지 못한 내가 두 영역을 아우르는 글로 대중에게 다가설 수 있을지에 대해 출판사는 의문을 가질 것이다.
하지만 뭐 어떤가? 출판이 되지 못하면 페북에 올려 여러 사람들에게 읽히면 될 것을! 올여름 더위에 부족한 글들을 채워야겠다.
하여 이번에는 장자께서 독일 뮌헨에 있는 피나코테크에 출몰하신다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