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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Aug 19. 2023

황송한 금요일 오후

황송한 금요일오후


늘 마음은 있어도 자주 찾아뵙지 못한 동네 어른들이 계신다. 한 동네에 있음에도 지난 4년 동안 자주 찾아뵙지 못함을 공모 교장 노릇 탓으로 돌렸지만 사실은 천성이 게으른 탓이 크다. 이제 공모 4년을 마치는 이 시기에 한 번 찾아뵙겠다고 말씀드렸더니 아주 흔쾌히 허락을 하셨다.


금호정사는 진주시 금산면에 있는 곳으로 금산면뿐만 아니라 진주에 살고 계시는 지역 사회 여러 방면의 어른들께서 자주 회합을 하시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 어르신들은 이제 대부분 70을 넘기셨지만 환경, 역사, 향토문화 연구에 일가견이 있는 어르신들로서 이곳에서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지신다. 이곳의 堂主이신 성인기 선생님은 교직 생활을 끝내시고 고향인 이곳에 금호정사를 여시고 이제 10년째 이 일을 이어가고 계신다. 


그 금호정사에 幼學인 내가 방문한다고 당주 성인기 선생께서 직접 요리를 만들어 놓고 계셨다. 평소에도 여러 손님들을 청하여 이탈리아 요리로부터 한식까지 다양한 요리를 직접 하셔서 대접하시는 것으로 이미 명성이 높다. 오늘은 특별히 이전에 같은 학교에 근무했던 정종수 선생님도 이곳에 합류하셨는데 동년배이신 두 분께서 그윽하게 나를 기다리고 계셨던 것이다. 


직접 만드신 요리는 놀랍게도 ‘탕평채’였다. 탕평채는 조선 영조 시대 ‘탕탕평평책’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궁중음식이다. 그만큼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고 동시에 의미 있는 음식이다. 요즘은 창포묵이 없어 인터넷으로 주문하셨다 하니 그저 감읍할 따름이다. 황송하고 황감하여 차마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어른들이 함께 계시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든든한데 거기다가 초대를 해 주시고 지난 4년을 마음을 다해 치하해 주셨다. 그리고 내놓으신 탕평채!


여러 가지 현안에 대한 이야기와 삶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 그리고 지역을 위한 어른들의 노력을 들으며 절로 숙연해졌다. 오후 3시에 시작하여 2시간이 훌쩍 지난 5시 30분에 이르러서야 마쳤는데 너무나 귀한 시간이었다. 


갈수록 아름다운 어른들이 귀해지는 세상에, 아주 가까이 이런 어른들과 함께 하는 나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이다. 더불어 이런 어른들을 따르고 싶다. 


거듭 고개 숙여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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