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도덕경 산책(35)

by 김준식

추석이 가까워졌다. 이 땅의 풍습만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간다. 몇 달 만에, 더러는 몇 년 만에 피붙이들을 만나게 된다. 음식을 하고 조상을 위해 다례를 올리고 그동안의 안부를 묻는다. 하지만 오래 떨어져 있다가 만나는 혈족의 모든 것이 반갑고 행복하지는 못한 것이 인지상정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오래 떨어져 있어서 서로의 생각이 달라지고 그것이 너무 멀어진 결과다. 적당한 관계는 적당히 포기할 줄 안다. 따라서 의외로 서로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하지만 피붙이는 적당한 선이 없다. 오히려 늘 선을 넘는다. 하여 서로 바람이 커지고 그 바람이 이루어지지 못하면 서로에게 원망이 생겨난다.


노자 『도덕경』 79장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和大怨, 必有餘怨 安可以爲善? 是以聖人執左契 而不責於人.(화대원, 필유여원 안가이위선? 시이성인집좌계 이불책어인)"

"큰 원한은 화해해도 반드시 원한이 남는다. 이것을 어찌 선하다 할 수 있는가? 하여 성인은 계약(부모관계, 부부관계, 혈족관계)을 빌미로 상대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


물론 이 이야기는 상당 부분 의역意譯된 것이지만 노자의 혜안은 실로 놀랍기만 하다.


또 『장자』 ‘서무귀’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楚人 寄而蹢閽者 夜半 於無人之時 而與舟人 鬪 未始離於岑 而足以造於怨也(초인 기이척혼자 야반 어무인지시 이여주인 투 미시리어잠 이족이조어원야)”

“초나라 사람 가운데 신체가 불완전한데 팔려서 문지기가 된 자가 밤중에 아무도 없을 때에 (도망치려고 나루터까지 왔다가) 배 주인과 싸웠다. 아직 건너편 언덕에 닿기도 전에 원망을 듣기에 충분하다.”


이를 테면 도망가기 위해 배를 알아보기 위해 밤중에 가서 배 주인과 교섭을 하는데 배가 출발하기도 전에 배 주인과 싸우니 배는 출발도 못하게 되었다. 배를 타고 건너편 언덕에 가는 것이 목적인데 그 목적을 이루지도 못한 채 자신의 사소한 감정을 자제하지 못하여 일을 망치고 말았다는 이야기다.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움직이는 것은 오래 그리웠던 피붙이와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가지려 함인데, 사람의 일인지라 만나면 자칫 서로의 원망을 풀어내는 자리가 되어 행복함을 위한 시간을 가지기는커녕 오히려 만나지 못한 것만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행복하다가 서로 원망 없이 헤어지는 평화로운 명절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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