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달생’ 출력을 기념하며
오래전부터 일기와 여러 종류의 잡문雜文을 써 오다가 문득 1994년 처음으로 한 해 동안 쓴 글을 묶기 시작했고, 이름을 ‘현적록玄寂錄'이라 했다. ‘현적玄寂’은 원효스님의 ‘대승기신론소’에서 따 온 말이다. 우리의 마음을 그렇게 표현했는데 그것을 내가 차용한 것이다.
컴퓨터가 일반화되면서 컴퓨터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종이에 쓴 글은 자주 펼쳐 볼 수 있는데 비해 컴퓨터에 저장해 놓은 글은 컴퓨터를 켜야만 볼 수 있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출력물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것이 아마도 2010년쯤이었을 것이다.(출력물인 ‘현적록’은 처음이다.)
이런저런 종류의 글들이 많아지면서 2014년에 쓴 현적록 제20권 ‘궁구窮究’를 출력했더니 페이지가 너무 많아졌다.(450페이지가 넘어 필요없는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고민 끝에 2015년부터는 한시만 출력하기로 했다. 그것이 한시만 모은 처음 출력물인 2015년 ‘좌치坐馳’다.
2010년 현적록을 출력한 시기가 10월 말이라 그다음부터는 자연스럽게 11월부터 그 이듬해 10월까지 쓴 글(한시)을 출력하기 시작했으니 올해로 딱 9권 째이고, 한시가 여러 글과 합본되어 있는 2014년 ‘궁구窮究’로부터 10권째 출력물이 바로 ‘달생達生’이다.
2015년 '좌치'는 100부 정도 출력했다. 1년 이상 같이 근무하신 분들과 친구, 선배, 어른들께 건방지지만 나의 출력물을 드렸다. 무모하고 어이없는 일이지만 그땐 잘 몰랐다. 점점 부끄러움을 알아가면서 올해는 40부만 출력했다. 한 권을 남겨두고 39분에게 2023년 곤고하게 살아온 우리의 마음을 전하려 한다. 하지만 ‘달생’이라 했으니 곤고함을 넘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