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은 사라지고 뼈만 남다.

by 김준식

剔肉置骨 (척육치골) 살은 사라지고 뼈만 남다.


不來亦不出*(불래역불출) 오는 것도, 가는 것도 아닌데,

遺宗滅昭著 (유종멸소저) 드러남은 사라졌고 근본만 남았네.

首尾莫果緣 (수미막과연) 인연과 결과가 앞서거나 말거나,

諸物無自性*(제물무자성) 제물은 자성이 없음이니.


2023년 10월 15일. 하루 종일 산 길을 걷고 또 걸었다. 지치면 쉬고 차오르면 다시 걸었다. 산야는 가을빛이 짙어지고 있었다. 내가 사는 세상도 폭발과 화염이 없는 전쟁 통이기는 하지만, 지구 반대 편에는 실제로 아비규환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세상의 질서는 오로지 힘뿐이라는 듯, 무지막지한 세력들이 힘없고 나약한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 산 길을 걸으며 그런 생각을 하니, 인간은 참으로 악한 존재라는 생각에 괜스레 우울해진다.


산 길을 걷는 중에 잎 맥만 남은 잎을 본다. 그리고 문득 용수 보살의 『중론』을 용사하여 20자를 뭉쳐본다.


* 용수, 『중론』 김성철 역, 경서원 1993, 25쪽


* 『중론』 제1권, 관인연품(대정장 30, 3중)


* 무자성無自性이란 고정 불변하는 자성自性이 없다는 공관空觀과 동의어이다. 즉, 모든 현상은 여러 인연의 일시적인 화합에 지나지 않으므로 거기에 불변하는 실체가 없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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