四時之外 (사시지외)*사시의 바깥
淵默潛千年*(연묵잠천년) 고요히 천 년을 내려앉아도,
雷聲振天地 (뇌성진천지) 우레 소리 천지를 흔드는구나.
至道本無言 (지도본무언) 지극한 도는 본시 말이 없으니,
無心隨去禨 (무심수거기) 무심히 조짐을 따르네.
2024년 4월 30일 밤. 며칠 전 부음訃音을 반추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에 이르렀다. 나는 시간 속에 반드시 존재할 수밖에 없지만, 언제나 그 시간 밖의 세계를 꿈꾼다. 그러면 시간 밖의 세계란 무엇인가? 거기에는 현재, 과거, 미래가 없으므로 나의 실존은 장담할 수 없다. 불확실한 존재의 가정은 기존의 모든 것이 부정되거나 사라진 공간이다. 하여 무언이 된다. 다만 조짐을 따를 뿐이다. 그 조짐은 어쩌면 죽음 이후의 세계일지도 모르겠다.
* 『장자』 ‘재유’와 ‘천운’의 淵黙而雷聲(연묵이뢰성)의 이미지를 용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