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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2024 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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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May 07. 2024

格物致知

格物致知(격물치지)*


窮究聚眞魂 (궁구취진혼) 영혼을 모아 궁구 해보니,

個物具靈光 (개물구영광) 개물은 신령스러움을 갖췄음이라.

誰言萬抱靑 (수언만포청) 누가 만물을 청색이라 하는가!

專一輿綠晃 (전일여녹황) 오로지 천지는 녹색으로 빛날 뿐.


2024년 5월 5일 하루 종일 산길을 걸었다. 내가 사는 곳보다는 훨씬 북쪽이라 아직은 옅은 녹색이 천지에 가득하였다. 아침엔 가랑비 더니 오후부터는 제법 빗줄기가 굵어졌지만 나는 그곳을 벗어날 수가 없었다. 아주 긴 녹색의 하루였다.


*격물치지는 대학大學에 있는 말이다. 격물치지는 서양의 인식론과 비슷하거나 혹은 차이 있는 부분이 있다. 이를테면 서양 인식론은, 사물을 보는 나와 사물의 관계에 집중하여 나의 선험에 의하여 사물이 판단된다고 생각하는 반면(소크라테스 이후 칸트에 이르기까지), 동양의 격물치지는 사물 본래의 고유한 뜻이 있는데, 그것을 보는 우리의 태도에 따라 충실해지거나 혹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비슷한 부분은 사물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가정한 것이다. 반면 동양의 격물치지에서는 사물이 우리와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차이점이라고 볼 수 있다. 


대학에 있는 격물치지를 보완한 성리학의 시조 주희는 격물치지보망장을 통해 이러한 이치를 설명하고 있다. 주희는 격물치지보망장格物致知補亡章에서 이렇게 말한다.


“而天下之物, 莫不有理.(이천하지물, 막불유리.) 

천하의 사물은 이치가 있지 않음이 없다. [즉, 천하의 사물은 모두 지극한 이치(본성)를 가진다.] 


惟於理有未窮, 故其知有不盡也. (유어리유미궁, 고기지유부진야.)

그러나 오직 이치에 대해 궁구하지 않음이 있기 때문에(즉 이치를 궁구 하지 않기 때문에) 앎이 극진하지 않음이 있는 것이다.(우리의 앎이 사물의 진리에 이르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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