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도 가장 신뢰해야 할 선생님에게 그런 일을 당했다니……
어제저녁, 작년에 교대를 졸업하고 임용에 합격하여 막 1년의 교직 생활을 끝낸 제자를 만나 오래 이야기를 나누었다. 고 1 때 담임이었던 나는, 이제 24살 먹은 새내기 남자 교사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하 호칭 새내기 선생님)
우리 새내기 선생님 말에 의하면 아마 앞으로 학교는 (이 끔찍한 사건은 제외) 지금보다 더 엄청난 혼란의 시대가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는데 그 근거로 든 이야기를 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며칠 전 박순걸 교장의 페북에서도 언급된 이야기다.) 새내기 선생님이 지난해 2월에 임용 전 교육을 받을 때 교원 단체에서 나눠 준 유인물을 보고 참 실망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거기에는 온통 교사의 권리에 대한 이야기만 가득했는데 우리 새내기 선생님의 생각으로는 교사는 (물론 성직은 아니지만) 최소한 자신이 가르치는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자세가 우선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동시에 그 헌신의 기초 위에 불리하거나 불법적인 일에 당당하게 대처하기 위해 권리가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참 자랑스러운 제자가 아닌가! 교사로 1년을 살면서 그런 생각으로 아이들을 대하고 아이들과 함께 했다면 우리 새내기 선생님은 분명 좋은 선생님이 될 것 같아 참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우리 새내기 선생님 눈에 여전히 교감, 교장은 문제를 많이 가지고 있었다. 새내기 선생님 눈에 교감은 일이 있을 때마다 대부분 교장에게 미루고 교장은 역시 일이 있을 때마다 선생님들의 합의가 중요하다고 일을 다시 빙빙 돌리는 경험을 많이 했다고 하면서 분명한 태도와 책임지는 태도, 그리고 전체를 위해 역시 헌신하는 태도가 참 아쉽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교감은 태생적으로 결정권이 없다. 그러니 당연히 미루는 것처럼 보였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새내기 선생님의 눈에 그 정도는 가려 보일 것이다. 미루는 것인지 또는 교감의 권한 밖인지…… 교장의 핵심 역할은 결정이다. 서로 이익이 상충하면 스스로 그 일을 조정하고 동시에 결정해야 한다. 항상 비난 가능성은 있다. 그것이 결정권자의 숙명이다. 그 일을 하라고 그 자리에 많은 권한과 예우를 보장한 것이다.
그리고 학부모 문제다. 우리 새내기 선생님은 지난해 초등 3학년 담임을 했는데 민원이 몇 건 있었다 한다. 그래서 학부모를 학교로 모셔서 이야기를 해 보니 …… 정말 정말 학부모 교육이 필요하고 동시에 학교와 가정의 관계에 대하여 국가 차원에서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방법과 태도가 마치 자신의 아이가 반려동물인양(비하가 아니라 반려동물처럼 무엇이든 다 해 주어야 하는 비 이성의 존재로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를 말함) 하는 부모로부터 방치하는 부모, 가혹하게 하는 부모를 보면서 새내기 선생님 자신의 부모에 대해 참 감사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고백했다.
이야기를 마치고 집에 오면서 아직 이 땅의 교육이 그렇게 무너진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마음이 놓이다가도 교실에서 끔찍하게 생을 마감한 아이를 생각하니 뼈가 저릴 만큼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아무리 아무리 험한 세상이지만 아이들이 학교에서는 안전해야 되는데……
물론 여기에는 교사임용제도와 교원인사관리에 관한 법적인 허술함, 그리고 과부하가 걸린 학교의 돌봄 기능 등이 문제가 된다. 하지만 지방 교육권력이나 중앙교육권력이나 그리고 가장 핵심을 쥐고 있는 입법기관 자신들의 선거에 유, 불리 계산에 의해 이런 문제를 처리되는 현실이 지금의 문제를 만든 아주 근본 문제일 수 있다.
미래교육이니 성적이니 뭐니 하는 교육의 거대 담론에 묻혀 아이들의 삶이, 교사들의 삶이 흔들리는 긴요하고 직접적이며 세밀한 문제가 소홀하게 다루어지지 않기를 …… 다시 한번 아이의 명복을 빌며 다시는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해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