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調和之靈感
寒風不覺春 (한풍불각춘) 찬 바람은 봄을 깨닫지 못하고,
新春失歸圃 (신춘실귀포) 새 봄은 돌아올 밭을 잊었네.
威巽混同域 (위손혼동역) 부드러움과 위엄이 같이 섞이니,
此亦調和乎 (차역조화호) 이 또한 조화로움인가!
2025년 2월 20일 오전 11시. 우수도 지났는데 날씨는 아직도 한 겨울이다. 아침 공기가 날카로웠다. 이런 세월도 있겠지 하고 생각을 바꾼다. 하늘이 하는 일을 내가 어쩌리……
* 조화의 영감 음악을 듣다가 글을 썼다. 아래는 비발디 조화의 영감에 대한 글이다.
Antonio, Vivaldi : Violin Concerto In A Minor RV 356 Op.3 No.6
"L'estro armonico No.6" - 1. Allegro
우수도 지났는데 아직은 춥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2월 20일 아침이다. 주변부에 흩뿌려진 감각들이 이제는 잘 정리되지 않는 나이가 되었나 보다. 2월 방학은 어린 시절, 봄이 다 되어 녹고 있는 빙판처럼 뭔가 불안한 느낌이 더 많다. 햇살 스며드는 오전 Vivaldi를 듣는다. 예리한 바이올린 소리에 일상과 계절의 불분명함을 날려버린다.
처음 30초 정도의 Down-bow(내림 활 - 바이올린 주법)는 마치 일상의 모든 것을 가르는 듯 선명하고 예리하다.
이 곡 L’estro armonico (The harmonic inspiration - 조화에의 영감)은 말 그대로 현악의 조화를 위한 음악이다. 관악의 협연이 더해지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현악, 그중에서도 바이올린을 위해 나머지 악기들을 배치한 음악이다. 조화를 화성이라는 말로 바꿔도 무방하다. 和聲이란 높이가 다른 음들이 동시에 조화 있게 울리는 것을 표현하는 말인데 결국 조화라는 말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제목이 너무 마음에 든다. 비발디의 의도든 아니든 ‘조화’라는 말에 특히 마음이 간다. 거기에 靈感이라니! 창조적인 자극이라고는 참으로 찾을 수 없고 그저 푸석거리기만 하는 60대의 삶에 조화와 영감이 가득한 이 음악은 언제나 부드러운 습기를 제공한다.
이 음악을 작곡한 Antonio, Vivaldi는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이탈리아의 음악가다. 베네치아 출신의 그는 서품을 받은 사제였다. 몸이 약한 관계로 미사집전을 하지 않았고 거의 40년 동안 베네치아 자선 병원 부속의 음악 학교에서 바이올린을 가르쳤다. 이 시기에 그의 불후의 명곡 ‘사계’도 작곡된다.
17세기말에서 18세기 중엽까지 활동한 그는 서양 음악사에 있어 선구자였고 많은 음악가들, 특히 바흐에게 매우 큰 영감을 제공했다.
그의 위대한 음악 사계 중 “봄” 만큼이나 예리하고 선명한 바이올린을 들으며 오전을 소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