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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교육

무제

by 김준식

교사로 살아오면서 내 수업을 듣는 아이들 중에 자살을 한 경우가 두어 번 있었다. 그중 한 아이는 담임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벌써 30년이 넘었으니 기억이 흐릿하지만 몇몇 장면은 매우 또렷하다.


당시 자살 이유는 가정 문제와 진로 문제였는데 원인을 소상히 밝히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다만 그 아이들이 자살에 이르기까지의 변화는 너무나 급작스러웠고 동시에 예측 불가능한 일이었다. 당시에도 그랬고 지금 와서 생각해 보아도 그 상황이 자살에 이를 만한 것이었나 싶지만 당사자, 즉 자살한 그 아이의 입장에서는 죽음으로 밖에 어찌할 방도가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살아 있는 자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그들에게 죽음을 선택하게 했을 것인데……


7~80년대 국가 주도의 맹렬한 성적 지상주의 탓에 성적이나 진로 문제 때문에 스스로 유명을 달리한 수많은 어린 영혼들에게 교사였던 우리가, 그런 교육을 반대하면서 시작한 운동이 오늘날 교사 운동의 출발점이었다. 성적과 진로 문제를 고민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이 참담한 사건이 21세기도 한 참 지난 이 땅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니……


정년을 몇 달 앞둔 교사로서 참 미안하고 부끄럽고 안타깝다. 어린 세 영혼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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