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더운 여름 나의 교육 동지들은 고교 학점제 폐지 전국 교사 대회를 위해 아침 일찍 서울로 향했다. 집안에 일이 있어 가지 못한 마음이 무겁다. 고교 학점제를 폐지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에게 혼란스럽지 않은 고교 생활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우리 모두에게 있다.
아래 글은 고교 학점제의 문제점에 대한 글이다. (전체 글 중에서 문제점과 대책만 발췌했다.)
- 현행 고교 학점제의 문제점
1) 인프라 부족과 학교 및 지역 간 격차가 매우 심하다. 거기다가 다양한 각 과목별 6~7개에 해당하는 선택과목에 대응하는 교원 수급은 계획조차 세워진 것이 없다. 부족한 교사들을 교원 자격증이 없는 사회 전문가를 모신다는 것이 희미한 정책으로 제시했다가 현재는 철회된 상태인지 조차도 모호하다. 설사 전문가들이 있다 하여도 그들이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2) 이 제도의 근본적인 운영 주체는 학교가 아니다. 도 교육청과 교육부가 설계하고 시행했으니 그들이 주체인데 그 두 주체는 제도 시행의 미세한 준비는 거의 없이 현장에서 모든 일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는 형세다.(시범학교, 연구학교를 통해 경험이 있다고 추정한다.) 이러한 태도는 당연히 현장 교사의 부담으로 남는다. 거기에 기존의 진로 지도와 겹쳐지는 부분이나 학점제에 딸린 매우 다양한 잡무(나이스 관련)만 늘어나고 있다. 가까이 있는 지역 교육청 담당자는 이 일만 있는 것이 아니니 늘 불편하고 도 교육청 담당자는 현장성이 부족하다. 거기다가 학부모의 학점제에 대한 인식은 당연히 부족하다.
3) 교육 현장의 형식화, 편중화 심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미 경험하고 있지만 인기 과목(평가와 교과 내용에 따른)에 대한 쏠림뿐만 아니라 정말 아이들에게 필요한 체육, 미술, 음악 과목은 대부분 학교에서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학점제를 설계한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고 1 때 자신의 진로를 거의 결정해야 하는 (학생의 자유로운 선택이라고 이름 지워진) 중대한 맹점은 어찌할 것인가?
4) 수능과 불일치는 또 어찌할 것인가? 수능 과목과 학점제의 진로 탐색 과목의 불일치에서 오는 학생들의 혼선(진로 다양성이라는 본래 취지와 전혀 맞지 않음)은 앞으로 발생할 문제 중 큰 부분이 될 것이다.
5) 이미 문제점이 있는 내신 성적 성취 평가제(성취 수준, 기준)가 가지는 엄청나고 다양한 함정으로 내신 성적의 무력화되어 고 1이 지난 아이들은 스스로 ‘정시 파이터’(수능으로만 대학 입학을 하겠다는 현실성이 별로 없는 자신의 상황을 이렇게 표현함)로 부르며 학교 생활을 하게 된다.
- 특단의 대책
고교 학점제를 전면 폐지하거나 또는 수능을 전면 폐지하거나 양자택일의 지점에 와 있다. 즉 두 제도는 양립할 수 없다. 물론 2022 교육과정은 이미 시행되었고 구조상 최소 3~4년 뒤에야 교육과정이 개정될 것이다. 현행 2022 교육과정은 고교학점제가 중심이 된 교육과정이기 때문에 이것을 수정하기 위해서는 최소 3~4년을 기다려야 된다는 것이다. 새 교육과정이 수립되기 전해 고교학점제를 폐지한 대안을 수립해야 하는데 정책 수립을 담당하는 교육권력들은 어떤 반응도 없다. 이 염천炎天에 서울에서 그 많은 교사들이 왜 모이는가를 그리고 왜 고교 학점제 폐지를 주장하는 가를 제발 제발 한 번은 고민해 보기 바란다.
만약 더 좋은 대안이 있으면 누구와 언제라도 토론하고, 토론을 통해 조금이라도 더 아이들을 위하고 교사들의 수업권을 보장하는 제도라면 나의 주장을 포기하고 전적으로 그 제도나 정책에 동의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