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몬도(Il Mondo)
2013년에 개봉한 영화 ‘About Time’에 삽입된 이탈리아 가수 ‘Jimmy Fontana’의 음악이다. 이탈리아 어로 ‘일 몬도’는 ‘이 세상’이란 의미다. 가사 중에 이런 내용이 있다. “이 세상이란! 단 한순간도 멈춘 적이 없어. 밤은 항상 낮을 쫓아 따라와 그리곤 다시 날이 밝지!” 교직 38년이 이 표현처럼 그렇게 지났다. 퇴직 이후 일주일, 아무런 변화도 없는 그저 그런 일주일이었다. 지금 이 순간, 여전히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수업하는 이 땅의 교사들을 생각하니 왠지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들에게 나는, 그리고 우리 세대는 어떤 존재였나를 생각하니 낭패감과 부끄러움이 밀려온다. 두고두고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지난 초 여름 나의 북 토크에 찾아온, 이제는 초등학교 교장이 된 나의 제자가 있었다. 그가 남긴 말이 지금도 생각난다. “선생님 덕분에 지금 제가 있습니다. 학생 때는 참 무서운 선생님이셨습니다.” 내가 무서운 선생이라는 것은 사실 나도 어렴풋하게 알기는 안다. 젊은 시절 교사로서 나는 원칙도 많았고 기준도 많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맹렬했다. 아이들에게는 참 힘든 교사였을 것이다. 사실 그 시절의 내가 담임했던 아이들을 만나면 지금도 나를 편하게 대하지 못한다. 내 업보다. 좋은 선생이었는지는 몰라도 편안하고 다정한 선생은 분명 아니었다.
나이가 들면서 그나마 많이 아주 많이 부드러워졌다. 하지만 성품이 변하지는 않는다. 여전히 원칙을 내 세웠고 기준을 강조했다. 그렇게 어느 날 정년이 다가온 것이다. 교장 임기 4년 동안에는 가능한 선생님들을 불편하게 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나의 원칙과 기준을 여러 부분에서 내려놓았다. 그런 노력 덕에 그나마 선생님들의 마음에 큰 불편을 주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이번 여름 방학 기간 동안 교장 시절 같은 학교 선생님들과 모임에서 나의 기준이나 원칙 탓에 불편함은 없었다는 이야기로 유추했을 때 그렇다는 이야기다. 어쩌면 선생님들이 표현하지 않으셨을 수도 있다.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은 애당초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다. 나의 지식이, 나의 태도가, 누군가에게 강요되거나 지향점이 된다는 것은 매 순간 스스로의 삶에 치열한 성찰이 있어야만 되는 일이다. 마치 수도자처럼 우리는 일상의 모든 행위를 점검하고 조정하여 아이들 앞에 섰을 때 비로소 가르치는 행위는 타당성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쉽지 않다. 아니 매우 어렵다.
교장 임기 4년을 마치고 다시 교사로 돌아오고자 했을 때 내가 가장 주저했던 부분은 바로 이 지점이었다. 다시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적합한 태도와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까? 교장 4년은 행정가의 4년일 뿐 교사의 시간은 분명 아니다. 행정가는 협상과 조정, 그리고 약간의 방향성이 필요할 뿐, 교실 안에서 아이들 앞에 섰을 때 가지는 교육적 지향점을 가질 필요는 없다. 교장 4년은 나에게 그런 태도를 요구하였고 나는 그렇게 변신해야만 했다. 그런데 그 4년을 정리하고 다시 아이들에게 기준이 되고 지향점이 되는 교실 안에 수업하는 교사로 설 수 있을까를 밤새 고민한 적이 있었다. 다행히 다시 교사로 2년을 보내고 정년을 맞이하면서 퇴임을 기념해서 아이들이 찍은 영상을 보니 그렇게 많이 부족했던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영상이 너무 길고 커서 올리기 부적절...)
그 '일 몬도'를 유채훈 버전으로 들어본다.
https://www.youtube.com/watch?v=vuGXFe_ae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