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그리고 미국
예루살렘의 어원은 놀랍게도 히브리어 평화(שלום, 샬롬) + 도시(עיר, 이르)로 평화의 도시이다. 아이러니도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예루살렘은 과거 유다 왕국의 수도였으며 다윗이 중건했다고 한다. 하지만 다윗이 처음으로 건설한 것은 아니고, 가나안 족속들 중 하나인 여부스 족속에게서 다윗왕의 조카 요압이 탈취한 곳이다. 그 때문에 한 때 다윗 성이라고 불렀던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 뒤 로마에게 유다 왕국이 멸망한 뒤로는 로마의 식민지가 되었다. 유대인들 덕택에 상업이 매우 발전한 도시였다. 기독교에게는 메시아인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다가, 다시 부활한 곳으로 알려지고 있다. 초기 교회에서 5대 총 대주교구 중 하나인 예루살렘 총 대주교구가 여기에 있었다.
이슬람교에서는 무함마드가 승천한 도시이자 최초의 기도 대상이었다. 무함마드는 처음에는 예루살렘 방향으로 기도하라고 했고, 나중에 전통 세력을 포섭하면서 메카로 바꾸었다. 이후에도 최초 기도 장소이자 무함마드의 승천 장소라는 점 때문에 메카와 버금가거나 동등한 위치로 인정받았다. 메카 다음가는 성지인 메디나조차 따지고 보면 예루살렘보다 아래이다.
예루살렘은 옛날부터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로마 시대는 그리스인과 유대인, 중세에는 무슬림과 기독교인, 현대에 들어서는 아랍인과 이스라엘인들이 서로 싸운다. 예루살렘은 역사상 수많은 전쟁을 거치면서 여러 번 완전히 파괴된 후 재건되었고, 역사에 기록된 것만 해도 23번의 치열한 공성전을 겪었을 만큼 분쟁의 상징이 된 도시다.
유대교의 성지는 통곡의 벽이다. 현재 남아있는 통곡의 벽은 이 제2 성전의 서쪽 벽이라 알려져 있다. 로마의 민족 말살정책에 따라 뿌리를 잃은 유대인들이 그나마 남아있는 성전의 서쪽 벽에 모여 통곡을 하였기에 통곡의 벽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예루살렘이 함락될 당시 벽이 진짜로 눈물을 흘렸다는 전설에서 따온 이름이란 설도 있다. 이스라엘이 건설되어 나라 잃은 그들의 소원은 이미 풀렸지만 아직도 많은 유대인들은 이곳을 찾아 기도를 올린다.
지금 예루살렘은 동 서로 나뉘어 있는데, 1967년의 6일 전쟁 이후 이스라엘 정부의 행정 수도로서 시내와 서부를 실효 지배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정부는 (동) 예루살렘은 헌법상의 수도로 하고 있으며, 시외와 동부를 실효 지배하고 있다.
2017년 12월 6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인정하고 대사관 이전을 추진한다. 예루살렘을 다시 분열과 분쟁의 장소로 만든 트럼프의 머리 속은 가락국수 가락만 들어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