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벤 해자 위의 즐거움

by 김준식
Die Freude am Eis am Wallgraben, 29 cm X 50 cm painted on Wood. 1618

네덜란드 황금시대를 알리는 그림


발 그라벤 해자 위의 즐거움(Die Freude am Eis am Wallgraben) 1618


사냥꾼의 귀환(Die Jäger im Schnee, 1565)을 그린 Pieter Brueghel the Elder(브뤼헬 c.1525,1530- 1569)의 열렬한 지지자였던 Esaias van de Velde(벨데, 1587-1630)는 1587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출신이다. 그의 스승은 그의 아버지(Hans van de Velde?-?)와 Gillis van Coninxloo(코닝 슬로, 1544-1607)로서 두 사람 다 풍경화의 대가들이었다. 벨데는 1612년 Haarlem Guild of St. Luke(하를럼 성 루크 길드)에서 당대의 유명한 화가들과 교류하면서 그림을 그렸다.


얼마 전에 폐막한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트 부문에서 금메달을 휩쓴 네덜란드 선수들이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이 그림을 통해 알 수 있다. 이 그림이 1618년의 그림이니 지금으로부터 400년 전에도 그들은 얼어붙은 강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고 놀았던 것이다. 우리가 조선시대에 언 강 위에서 과연 스케이트를 탔을까? 아마도 그때, 우리 조상들은 어름 위에서 팽이를 돌리거나 아니면 썰매 정도는 지쳤겠지만 이들이 신고 있는 스케이트는 생각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선진적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다만 삶의 방식에서 오는 문화적 차이일 뿐이다.


이 그림은 오크 판 위에 그린 그림으로서 나무의 질감이 그림에서 그대로 느껴진다. 벨데의 그림은 이러한 풍속화와 풍경화가 주를 이루는데 여기 이 벨데의 그림은 네덜란드 회화 역사에서 특별히 Dutch Golden Age(네덜란드 황금시대)의 번영을 알 수 있게 하는 그림이다. Dutch Golden Age(네덜란드 황금시대)가 시작된 역사적 배경은 다음과 같다. 16세기 초부터 시작된 네덜란드에 대한 스페인 종교적 박해로 인한 네덜란드 사람들의 고통은 깊어지게 된다. 16세기 말 고통이 한계에 다다르자 네덜란드 사람들은 저항하기 시작했고 이것은 종교적 박해에 대한 저항을 넘어 네덜란드의 독립전쟁으로 이어지게 된다. 여러 가지 불리한 상황을 뚫고 독립전쟁에서 승리한 네덜란드(물론 불완전한 독립이었지만)는 그 후 스페인에 이어 세계 무역의 중심이 된다. 이러한 정치 경제적 번영으로 생성된 부는 예술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엄청난 규모의 예술시장이 형성되었고 그 영향으로 많은 화가들과 걸작들이 이 시기에 쏟아지게 되어 이 시기를 네덜란드 황금시대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네덜란드 황금시대의 예술적 번영을 가능하게 한 유명한 네덜란드 화가로서는 ‘Lucas van Leyden (루카스 반 레이덴, 1494-1533)’과 ‘Pieter Aertsen(피테르 아르첸, 1508-1575)’을 시작으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그림인 ‘De vrolijke drinker(행복한 술꾼, 1628-1630’을 그린 ‘Frans Hals the Elder(프란스 할스 c. 1582-1666)’, ‘Meisje met de parel(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c 1665)’를 그린 ‘Johannes Vermeer(요하네스 베르메르, 1632~1675)’, 마침내 그 정점에 있는 ‘Rembrandt Harmenszoon van Rijn(렘브란트 판 레인, 1606-1669)’이 있다.


강 옆으로 다 허물어진 성곽 주위로 파인 垓字(해자)에 고인 물이 얼어붙은 얼음판 위를 동네 사람들이 스케이트의 초기 모델로 짐작되는 신발을 신고 얼음을 지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오늘날 아이스하키 스틱의 원조쯤으로 보이는 막대기를 들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네덜란드는 지표면이 바다보다 낮기 때문에 내륙수로가 잘 발달되었고 그 내륙의 수로가 얼어붙으면 이런 풍경이 곳곳에서 펼쳐졌을 것이다. 오래전부터 자연을 수용하고 극복했던 네덜란드 사람들이 오늘날 남부럽지 않게 사는 것이 이 그림을 보면서 이해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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