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 확대에 대한 시골중학교 교장의 분노
TV 뉴스를 보며 울화가 치밀어 TV를 꺼버렸다. 교육정책을 결정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고려의 대상이 누군가에 대한 이 정부의 태도에 대해 실망을 넘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대통령이 주장한 공정이 이것이라면 단언컨대 대통령은 공정을 새로 배워야 한다. 차라리 공정이라는 말을 쓰지 말자. 대놓고 공부 잘하는 학생을 편들어주는 선생에게 우리는 존경을 표할 수 없다. 그가 아무리 위대한 실력을 가지고 교육하더라도 우리는 그 선생의 교육을 편애라고 부른다. 편애의 칼금은 세월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교육부는 국민의 마음에 편애의 칼금을 그었다.
왜 편애인가? 이번에 발표된 교육부의 정책이 적용되는 곳은 서울에 있는 제법 유명한 대학이다. 물론 여러 가지 미끼도 많다. ‘책무성’ ‘공정성’ ‘투명성’ 따위의 단어를 사용하여 마치 그런 방식으로 제도를 바꾸는 듯 하지만 사실은 앞 서 이야기한 것처럼 아주 일방적인 방식으로 대입을 바꾸려고 한다. 장기적인 전망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미루어 볼 때 정권이 바뀌면 정책도 바뀐다. 장기적인 전망이나 비전은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특정 대상을 향해 이익을 주거나 관심을 표명하는 것을 편애라 부르지 않을 수 있는가!
또 하나의 중요한 사실은 정책의 입안에 있어 가장 살피고 존중해야 할 대상 중 하나는 바로 교사들이다. 대한민국에는 40만의 교사가 있다. 그들 각자에게 물을 수는 없다. 교사들을 대표하는 많은 단체가 있다. 그 대표들을 모아 놓고 숙의해야 한다. 시간이 좀 걸리면 어떤가? 국민들이 빠른 정책을 원하는가? 아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공정하고 합리적인 정책을 원한다. 조국 장관이 문제가 된 후 2달도 걸리지 않는 아주 짧은 기간 동안 이런 정책을 내놓는 것을 칭찬이라도 해야 하는가? 이렇게 미치도록 빨리 발표한 것을 정치적이라고 읽지 말아야 하는가? 도대체 교육부에서 보는 교사들은 부속품에도 미치지 못하는 모양이다. 분명히 이야기하지만 교사들의 집단 지성이 지금 교육부 관료들의 지성보다 백배, 천 배는 더 효과적인 정책을 만들어 낼 것이다. 교사들을 정책 입안에 제발 참여시켜라.
30년 이상을 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그들에게 때로 대입을 강조한 시절도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대학을 들어간 아이들이 벌써 40대를 넘겼다. 지금 그들을 만나면 나는 그들에게 참 부끄럽다. 당시에는 대입이 삶의 전부인 것처럼 이야기했으니까. 하지만 대입에 성공한 아이들은 나를 위로한다. 그러나 나에게 위로를 해 줄 수도 없는 당시 대학 진학에 실패하거나 혹은 그 길을 가지 않는 아이들에게 나는 지금도 고개를 들 수 없다. 이것은 편애는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그 아이들의 마음에 큰 상처를 준 것이다.
너무나 작은 시골 중학교 교장이 된 지금 나는 아이들을 자유롭고 행복하게 키우려고 노력한다. 행복한 학교생활을 위해 비 교과 활동에 더 에너지를 쏟는다. 왜냐하면 그렇게 성장하는 것이 훨씬 인간적이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교육부의 정책이 아주 한정적인 범위의 대책임에도 불구하고 일반 학부모들은 당장 내년부터 교과 활동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기를 원할지도 모른다. 내 아이가 대학 가는데 불리하다면 지금 학교에서 심지어 전학을 갈지도 모른다. 내년 신입생이 이 작은 학교에 올지도 의문이다. 교육부의 정책 발표는 1을 살리고 9를 죽이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찌할 수 없는 내 처지가 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