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화
헤르만 헤세는 20세기 독일 출신의 대 문호다. 그가 쓴 유리알 유희(Das Glasperlenspiel)는 매우 특이한 장르의 소설이며 내용 또한 그러하다. ‘유리알 유희’에서 ‘유리알 유희’가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철학, 역사, 수학에서 시작해서 음악, 문학, 논리학에 이르는 다양한 인간 지식의 결합과 관계되어 있는 것처럼 묘사되어 있다.
특별한 장소 ‘카스터 리엔’은 미래의 이상향인데 이곳에서 2400년경에 서술되었다는 설정을 해놓고, 이보다 약 200년 전에 존재하였던 카스터리엔의 유희의 명인(名人) 주인공 요제프 크네히트를 회상하며 서술하는 형식이다. 따라서 이 소설은 정신적이며 문화사적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미래에서 과거를 이야기하는逆順과 順行의 타임라인을 가지는 소설이다.
이 소설이 쓰인 1940년대는 2차 대전의 참화가 시작된 때로서 철학자인 헤세의 눈에 이 세상의 삶에 대한 심각한 회의가 있었을 것이며 그 결과 이런 소설로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였을 것이다.
오전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하더니 점심을 먹고 나서는 제법 빗방울이 소리를 낸다. 가을날 비 내리는 풍경은 조금 을씨년스럽다. 하지만 제법 운치 있는 풍경일 때도 있는데 이것은 ‘풍경’이라는 것이 매우 주관적일 수 있다는 증거이다.
사실 風景이라는 단어를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바람과 햇볕이라는 글자가 붙어있다. 바람이라 함은 변화의 느낌, 즉 동적인 모든 것을 말함이고 햇볕은 당연히 그 반대쪽에 있는 정적인 모든 것을 대표하는 글자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風景이라 함은 시간에 따라 움직이는 공간의 모든 것과 동시에 정지해 있는 모든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푼크투스 콘트라 푼크툼은 음악 용어다. 우리말로 풀이하자면 대위법으로 풀이된다. 대위법이란 음악에서 독립된 선율을 동시에 2개 이상 연주하도록 만들어진 악곡으로서 음의 수직적 결합(화음, 화성)과 수평적 결합(멜로디) 이동 시에 갖추어지도록 만들어진 작곡의 방법이다.
동적인 風과 정적인 景은 멜로디이다. 즉 두 개의 수평적 상황이 절묘하게도 수직적으로 너무나 잘 맞아떨어지는 계절이 바로 가을이다. 또 오늘처럼 내리는 비는 중첩된 수직적 화성이 되어 더욱 풍부한 감상을 우리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이 가을날이 그러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