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시증

by 김준식

1. 시리우스


밤하늘에 별이 많이 보인다. 봄 밤은 흐리지만 요 며칠 맑은 날씨와 바람 덕에 하늘이 맑아 많은 별이 보인다. 북반구에 사는 우리가 볼 수 있는 별 중에 제일 밝은 빛을 내는 별은 단연 시리우스라는 별자리다. 정확한 명칭은 큰 개자리 α별이며 동양에서는 천랑성(天狼星)이라고 부른다. 즉, 늑대의 눈처럼 시퍼런 빛을 내는 밝은 별이라는 의미다.


이 시리우스는 지구로부터 8.7광년 떨어져 있다. 언뜻 가까운 거리로 보이지만 사실은 무한의 거리이다. 시속 100km의 속도로 간다면 쉬지 않고 약 10억 년 정도를 달려야 도착하는 먼 거리에 있다. 이 별은 아주 밝았기 때문에 오래된 이야기 즉 신화의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이집트에서는 이 별이 지평선으로 보이는 날부터 나일강의 장마가 시작되었는데, 그런 이유로 이 별을 이집트에서는 암흑의 여신 이시스의 별로 보았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좀 더 재미난 이야기가 등장한다. 처녀의 여신이자 사냥의 여신인 아르테미스(로마 명: 다이애나)는 거의 남성 혐오증 환자였다. 쌍둥이 남자 형제인 호색한 아폴론과는 전혀 딴 판이었던 이 여신이 어느 날 사냥터에서 나체로 목욕 중이었는데 하필 이 곳을 지나던 사냥꾼 악타에온이 이 비밀스러운 광경을 보고 만다. 남성 혐오증 환자였던 아르테미스는 악타에온을 곧장 사슴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리고 그 악타에온이 변해서 된 사슴은 악타에온 스스로 잘 조련해 놓은 사냥개들에 의해 갈가리 찢겨 죽게 된다. 이를 보던 제우스는 악타에온의 개들을 별자리로 만들었다 한다.(또는 오리온의 개들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이 악타에온 이야기를 모티브로 근대 프랑스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그의 인식론에서 악타에온 콤플렉스(절시증窃視症, Scopophilia)를 이야기한다. 사르트르가 말하는 악타에온 콤플렉스는 “자연의 베일을 벗기고 드러내려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것은, 모든 진리 탐구의 기본은 ‘시각’이라고 생각하는 서양 사고에 기초하는 것으로서 그리 별스런 이야기도 아니다.


악타에온 콤플렉스를 풀이하는 사르트르에 의하면 여인의 나체 – 진리라는 관념이 포함되어있다. “악타에온이 목욕하는 아르테미스 여신을 보다 잘 보기 위해 나뭇가지를 옆으로 치우듯이 우리는 진리탐구를 가리는 장애물을 치움으로 나체를 드러낸다 “ 사르트르의 비유에서 보듯이 인식론적 원칙이나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서양 인식론을 통틀어 남성적인 것이었다. 반면에 시선의 대상, 즉 벌거벗겨지고 드러내어지는 것은 항상 여성으로 비유되었다. 뭔가 좀 찜찜하다. 관음증도 이 범주 안에 있다.


2. N번 방 범죄의 연상


사르트르의 절시증에 대한 해석을 부정하거나 뒤집을 정도로 내가 뛰어나지는 않다. 하지만 절시증이 관음증과 연계되어 있음을 본다. 따지고 보면 인간 욕망의 스펙트럼 속 어딘가에는 분명 존재하는 이러한 절시증이 현대사회를 거치며 익명화되고 그것이 범죄화 된 것이 바로 지금의 N번 방 류의 범죄라고 추정해 본다.


범죄학에서 다루는 중요한 개념 중의 하나가 ‘위험’이다. 구체적으로 위험한가 혹은 추상적으로 위험한가를 두고 학자들의 의견은 첨예하게 대립하지만 누군가에게 구체적이든 또는 추상적이든 위험을 느끼게 하고 실제로 위험한 그 행위를 우리는 범죄라고 부른다. N번 방 범죄는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매우 위험하게 느껴지는 동시에 실제로 우리를 위험에 빠뜨리는 중 범죄 임에 틀림없다. 어쩌면 곧 백신이 나올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더 무섭고 위험한 것이 바로 N번 방 류의 범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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