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초, 중등 교육법 제20조에는 이런 규정이 있다.
제20조(교직원의 임무) ① 교장은 교무를 통할(統轄)하고, 소속 교직원을 지도ㆍ감독하며, 학생을 교육한다.
나는 이 규정을 교사 시절부터 보아 왔고, 교장이 되어서도 여전히 보고 있다. 볼수록 문제가 많아 보인다. 통할이라니!
한자 統은 거느리다, 합치다, 핏줄 등의 의미가 있다. ‘거느리다’를 국어사전에서는 1. 부양해야 할 손아랫사람을 데리고 있다, 2. 부하나 군대 따위를 통솔하여 이끌다, 3. 누구를 데리고 함께 행동하다, 4. 짐승이 암컷이나 새끼를 데리고 있다. 로 풀이하고 있다.
한자 轄은 관장하다, 맡아보다(管)라는 의미가 있다.
두 글자를 같이 모은 統轄을 사전에서는 이렇게 풀이한다. ‘모두 거느려 다스림’
과연 이 해석을 통해 교육, 특히 지금의 혁신교육, 행복교육, 미래교육과 연결되는 것이 과연 얼마나 있는지 궁금하다. 억지로 의미를 꿰어서 해석하자면 비슷한 의미로 해석될 여지는 있다. 하지만 지금의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분위기, 그리고 상황에는 거의 맞지 않는다.
이 법을 머리에 이고 나머지 시행령과 조례와 규칙이 만들어진다.
사실 이 통할이라는 단어는 군사 용어에 가깝다. ‘~ 거느리다’, ‘~를 다스린다’는 왕조국가 시대를 연상시킨다. 일제 강점기 교육 칙령의 잔재로 보이기도 한다. 왕조국가, 식민통치, 권위주의 시대를 거쳐온 이 나라의 교육에 여전히 이러한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입법청원을 하려고 해도 자구 수정은 어렵다. 물론 입법청원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구조로 되어 있다. 국회의원조차도 교육법을 수정하기도 만만치 않다. 국회 ‘교문위’에 상정시키는 자체가 엄청난 난관이다. 하물며 자구 수정은 더 어렵다. 아마도 초 중등 교육법을 통째로 바꾸지 않는 이상 교장은 학교에서 교사를 거느리고, 교사를 다스리는 것이 합법적인 행동이 될 수도 있다. 무섭다.
전교조를 비롯한 많은 교원단체가 초, 중등 교육법에서 교장의 역할 조문의 ‘통할’을 ‘조정과 지원’으로 바꾸는 날까지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