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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onik Aug 08. 2020

나와 내 친구는 왜 차를 못살까

사고 싶은 차는 정했지만 살 수가 없는 이유

오늘도 비가 왔다. 아침에 눈을 떠 창문을 보니 비가 아직도 내리고 있는 중이다. 저번 주부터 시작된 기나긴 장마는 언제쯤 끝나게 될까를 생각하며 화장실로 향한다. 오늘은 토요일 주말이다. 평소 같았으면 집에서 쉬거나 약속을 위해 준비를 했을 텐데 오늘은 회사로 출근하기 때문에 몸이 무겁게 느껴진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프로젝트의 기간으로 주말에 출근하여 일을 마무리해야만 했다. 


간단히 아침을 먹고 출근하기 전까지 시간이 남아 집 근처 헬스장을 향했다. 오늘 운동마저 하지 않으면 우울한 주말의 날로 기억될 것만 같아 바삐 집을 나섰다. 출근의 힘이었을까, 운동은 꽤 집중이 잘 되었고 끝난 직후 배마저 매우 고팠다. 가볍게 식사 후 회사로 향했다. 오늘은 아무도 출근하지 않는 날이기에 주황색 반바지에 흰색 티셔츠를 입고 나갔다. 그리고 비가 왔기에 슬리퍼를 신고 나갔다. 주말 출근룩을 완성하고 회사에 도착했다.


역시나 사무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주 52시간이 생기면서 주말에 출근하는 사람은 이제 찾아보기 쉽지 않다. 나처럼 프로젝트 끝 무렵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서 나오는 일 아니고선 대부분 집에서 주말을 보내신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주말에 일을 한다. 이상하게 집중이 잘 된다. 마치 독서실에 혼자 공부하는 듯한 기분이다.


일을 하는 중에 친한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내일 BMW 시승하러 갈 거야?"

사실 내일(일요일)은 친구와 BMW 자동차를 시승하러 가기로 한 날이다. 비가 많이 오면 다음에 가기로 했고 비가 오지 않으면 가기로 했다. 친한 친구와는 올해부터 차를 사기 위해 각 자동차 시승센터를 투어하고 다녔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벤츠, BMW 그리고 테슬라까지 모든 차들을 타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유튜브 검색창에는 자동차 종류를 검색한 흔적이 남았고 차 리뷰 영상은 몇 번 정독했다.


우리는 항상 차를 사기 위해 노력한다. 만나는 날에는 항상 차 계약하러 가자고 하지만 우리는 8월이 된 지금도 계약은커녕 차를 사는 결정도 못했다. 우리는 왜 지금껏 차를 사지 못(안)하는 걸까.



우리가 차를 구입하지 못하는 이유는 2가지 질문 때문이다.

Q. 필요해? 진짜로?

친구와 나는 근무지가 그렇게 멀지 않다. 나는 독립을 하기 전 일부러 회사 근처에 있는 오피스텔을 생각했기에 지금은 자전거와 빠른 걸음을 이용하며 출퇴근을 하고 있다. 사실 출퇴근을 이용하기 위해 차가 필요하진 않은 상황이다. 또한, 구입하더라도 퇴근 후에는 차를 쓸 이유도 딱히 많지 않다. 회사-집-운동 루틴으로 살아오기에 주 7일 중 5일은 이용하지 않아 보인다. 삶의 루틴을 따져보면 주말만 필요한 차가 필요하다. 주말만...


필요해?라는 질문의 대답은 "아니요"다. 주말에 필요할 때는 사실 쏘카를 이용해서 살고 있다. 비록 원하는 차를 빌리진 못하지만 이동수단으로 쓰기에는 최적화된 플랫폼이다. 그렇게 차를 사지 못하는 이유는 조금씩 완벽해진다.


Q. 집 살래? 차 살래?

집을 사기 전 차를 먼저 구입했던 지인들은 말한다. 집부터 사라고.

그런 그들은 차를 사봤기 때문에 현실을 안다. 차를 사면 차 값뿐만 아니라 기름값, 보험비 등 기타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을 말이다. 그런 그들은 차가 필요해서 샀고 원하는 차를 소유했지만 나가는 비용은 견디기 힘들어 보인다. 그런 그들은 나와 친구들에게 말한다. 차 사지 말고 집부터 사라고.


나와 친구는 20대 후반에 일을 시작했다. 친구는 병원에서 일했고 나는 은행에서 일하고 있는 중이다. 악착같이 돈을 벌었고 쓸 때는 쓰고 모을 때는 모으며 살았다. 어떤 이유로 돈을 모은다기보다 어렸을 적부터 돈이 충분치 못했기 때문에 돈을 저축했다. 어린 나리에 좋은 곳에 취업하고 돈을 꾸준히 모으면 내 집은 금방 마련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참 순진했다. 최근 부동산이 연일 핫이슈다. 서울의 집 값은 더 이상 직장인이 사기에는 더욱더 힘들어졌다. 기본 자산 소득이 없는 우리들에게는 내 집 마련의 꿈은 더 멀어져만 갔다.


향후 있을 내 집 마련(또는 결혼하고 살 집)을 위해 돈을 모았지만 아직 역부족이다. 집 계약서에 사인하는 내 모습을 상상하며 어릴 적 차를 사고 싶은 욕구를 꾹꾹 눌렀다. 그러나 지금은 차도 집도 구매하기 힘들다. 집을 사기엔 아직 턱없이 자금이 부족하고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지금 차를 사면 집을 사는 시기는 늦쳐진다. 매달 나가는 유지비 탓에 돈을 모으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친구와 나는 이런 미래를 예측하며 차를 구매하지 못하고 있다. 



혹자는 말한다. 차는 용기로 사는 거라고. 은행에 근무하는 내가 봐도 다들 용기로 구매하고 대출로 승화한다. 구매자들은 대부분 용기 있는 자들이었다. 나와 내 친구는 아직 용기가 없다. 은행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친구는 오늘도 말한다. 올해는 차 산다고.
나는 그 친구에 답장한다. 그래서 BMW 시승하러 갈 거냐고.


사진출처 :https://english-gogo.tistory.com/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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