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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onik Aug 19. 2020

회사를 가족처럼 만들려는 사람들

그들도 일을 한다. 가족 같은 일

회사에 출근하고 업무를 하다 보면 시간이 가는 줄 모를 때가 많다. 그럴 때면 언제나 휴게실의 공간을 찾는다. 애플 워치의 타이머를 10분 설정하고 잠시 휴게실의 의자에 잠시 눕는다. 그게 유일한 회사의 달콤한 휴식시간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오후에 지친 나를 이끌고 휴게실을 찾았다. 항상 아무도 없던 그 시간에는 오늘은 무슨 일인지 서무를 맡으신 차장님과 부서 행사에 관심 많은 수석님 그리고 주로 술자리에서 MC를 보는 김 대리가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그들에게 가벼운 목례를 하고 나는 자리에 앉아 눈을 감고 쉬는 것을 선택했다. 눈은 감았지만 자연스럽게 그들의 대화 소리가 들렸다.


그들은 부서원들이 휴게실을 더욱더 알차게 이용하기 위해서 가구와 운동 기구 재배치를 논의하고 있었다. 그것도 오후 3시에 시작되는 집중 근무시간에 말이다. 그들은 부서원들이 휴게실을 자주 이용할 수 있도록 운동기구를 더 사드리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리고 좁은 자리를 이용해 요가 매트를 깔았고 10만 원짜리 덤벨을 사서 구비했다. 그리고 전 직원에게 쪽지가 한 통 왔다.


"휴게실에서 운동하기 프로젝트 모집합니다" 


하나의 보고서가 첨부된 부서 행사 알림 쪽지 었다(이 보고서를 만든 건 물론 김 대리다). 그는 여전히 나서기 좋아했고 이제 곧 과장 승진이 걸렸기 때문에 부서 행사를 위해서 불철주야 일을 하고 있다. 술자리면 술자리, 부서 행사면 부서 행사 100% 참여, 더 좋은 라인을 잡기 위해서 뛰어든 모임 등 이 시대가 원하는 진정한 임원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부서를 위해서 건강 보고서를 만들어 부장님에게 기획안을 만든 것이다.


눈을 감은 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나의 팀을 비롯해서 다른 팀원들은 세상 바쁘게 돌아가는 업무로 거묵 목이 만들어지고 눈을 비비며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잠시 휴게실에 들려 휴식을 취하는 것이 전부다. 심지어 바쁜 와중에도 휴게실을 가지 못하고 자리에서 잠시 눈을 감는 게 휴식인 직원들도 많다. 그런 휴게실을 10년 전에 하던 부서 행사의 자리로 만들려는 계획이었다.


시대는 변했고 옛날 방식으로 일을 해오던 대기업 및 공기업들은 일하는 방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면으로 진행했던 방식은 디지털 방식으로 바꾸는 노력을 한다. 또한, 주 52시간이 생기면서 일을 하고 사생활이 중요해지는 환경도 만들어지고 있다. 또한, 몇 년 전부터 해오던 '불필요한 일 줄이기' 캠페인에도 잦은 회식과 친목 부서 활동이 매일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도 회사를 가족처럼 만들려는 노력을 진행 중이다. 그런 그들은 부서원의 단합과 화합을 목표로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그들은 회사에서 맡은 업무를 포함해 야근을 진행한다. 오후에 못했던 업무는 저녁에 진행하고 밤늦게까지 그들은 부서원을 위한 가족 프로젝트를 마무리한다.


그런 그들은 부서장들에게 매우 높은 고과와 칭찬을 받는다. 이유는 부서원들을 가족처럼 만들었기 때문이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부서원을 돕는 것에 이바지했고 더욱더 긍정적인 보이지 않는 효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결국 업무에 매진하고 열심히 하는 직원들보다 한발 더 앞서 높은 고과와 성과를 가지고 간다. 


세상은 변했지만 아직 우리 부서는 변하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면 일하는 방식의 문화가 아직은 변하지 못했다. 부서원들이 원하는 건 조금 더 쾌적한 환경을 만들고 쓸데없는 일을 줄이며 편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가족은 실제로 각자의 집에 있다. 그리고 회사 퇴근 시간 이후 활동은 개개인별로 진행하면 된다. 아직도 10년 전 부서 행사를 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부서원들을 가족처럼 만들려고 하신다. 가족은 업무시간에 만들지 못한다. 업무시간이 지나서 개인의 시간으로 가족은 만들어진다. 


눈을 감고 쉬고 있던 나는 결국 자리를 피했다. 그리고 가족 같은 건강 뭐 프로젝트 때문에 더 이상 휴게실을 방문하지 않으려고 한다. 또다시 나만의 휴식 장소를 찾아야 한다.



사진출처 :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7945080&memberNo=28983946&vType=VERTIC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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