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을 알아야 외롭지 않을 수 있다.
꽤 혼자 잘 있는 편이다. 혼밥이 유행하기 전부터 혼자 밥을 잘 먹었고, 영화도 혼자 보는 게 좋았다. 그렇다고 친구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유독 혼자 하는 것에 대한 쪽팔림은 크게 없었다. 혼자 밥을 먹었다고 외롭거나 혼자 영화를 본다고 해서 창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혼자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잘 알았기에 남는 시간에는 나를 위한 취미 생활을 만드는 노력을 꽤 잘 실행하는 편이었다.
혼자 있는 시간이 오래되었다. 주변의 친구들도 점점 멀어졌고 가족과도 떨어져 독립하게 된 것도 벌써 4년이 지나간다(대학생활 기숙사 빼고). 빠르게 독립을 원했던 그때와는 달리 다시 집에 돌아가는 건 어떨까도 가끔 생각한다. 유독 혼자 잘 지내는 와중에도 가끔 혼자가 되었음을 스스로 느낄 때는 정말 외롭다는 감정이 찾아온다. 감정으로 인지하고 상황으로 파악한다. 외롭다는 것을.
진정한 외로움을 알아야 더 이상 외롭지 않음을 알 수 있는 것일까. 혼자가 좋은 나에게 외로움은 문득 나에게 그렇게 불쑥 찾아왔다. 그동안 무척이나 외로움을 인정하지 않고 감정을 멀리 두었다는 걸 최근에 알게 되었다. 외로움이 찾아올 때면 외롭지 않은 행동을 했고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찾아올 때는 상황을 회피했다.
위 책 '외로움을 씁니다'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솔직하게 받아들이고 외로울 수 있는 상황과 묘사에서 저자의 생각을 멋지게 담아냈다. 우리가 외로울 수밖에 없는 이유, 외로움이 그렇게 나쁘지 않은 이유들도 저자는 책에서 말해주고 있다. 이 책은 외로움을 느끼는 이들에게 많은 공감과 심심치 않은 위로를 줄 수 있다. 본인 혼자만 외로운 것이 아니고, 외로움이 또 살아가는 것에서 나쁘지 않음을 작가는 알려준다. 지금 당장 나와 같이 외로움이 찾아오는 이들에게 작은 공감과 위로를 받고 싶다면 이 책을 한번 권유하고 싶다.
최근 코로나로 힘든 생활 중에 서점에서는 개인감정을 담은 에세이, 보통의 이야기들이 많이 팔린다고 한다. 이건 마치 모두가 살기 힘든 세상에서 본인도 모르게 외로움을 느끼고 작은 공감으로 외로움을 위로받고 싶어 하는 사회적 현상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내 편이 없고 홀로 본인만 외롭다는 생각이 들 때가 가끔 있다. 본인만 외로움, 고독함, 불쌍함과 같은 안 좋은 감정을 느낄 때에는 주변 사람의 위로의 말보다 책 한 권의 제목과 내용이 더 와 닿을 수 있기 때문에 감정을 담은 에세이가 자주 팔리는 이유이다.
점점 더 타이트한 사회를 살아가면서 개개인이 느끼는 감정은 불필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감정을 느끼는 것이 쓸모가 없고, 물질적인 것들로 이루어진 세상에서 행복만을 찾는 사회가 만들어지고 있는 듯하다. 외롭다, 기쁘다, 행복하다와 같은 감정을 느끼는 것은 절대 쓸모없지 않다. 인간은 감정을 인지하고 그로부터 성장한다. 모두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외로운 감정을 알았기에 더 이상 외롭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행복한 감정을 알았기에 매일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다.
그래서 감정에 솔직한 사람들이 부럽다. 그들은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것으로부터 자유롭게 성장한다. 이들에게는 감정은 동기부여 항목이다. 외롭지만 외롭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기쁘기에 기쁜 행복을 찾아 살아간다. 본인은 지금까지 감정에 솔직하지 못했다. 외로움을 직접 받아들이지 못하고 인정하지 못했다. 외로운 것이 딱히 나쁘지 않음을 알고 외롭지 않기 위해 오늘도 작은 글쓰기 실천을 한다.
어떤 사람들은 타인의 인정을 받는 데 자신의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지나치게 소진한다. 문제는 시간과 돈, 에너지 모두 한정된 자원이라는 것이다. 가장 효율적인 대안은 자신에 대한 인정을 타인에게 아웃 소싱하지 말고, 스스로에게 그 권리를 돌려주는 것이다. 즉 평가기능의 내재화. 그렇게 아낀 자원을 타인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데 사용한다면 인생은 덜 외로워질 것이다. #슬기로운자존감회복법
-본문 중에서-
충분히 외로워본 사람만이 외롭지 않을 수 있다. 외로웠던 경험을 토대로 다른 이의 외로움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은 상대의 마음을 얻는 데 유리하다. 즉 외로웠던 경험이 쌓여 외로움의 기술이 된다.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진 경험이 쌓여 '사랑의 기술'이 되고, 여행의 경험이 쌓여 '여행의 기술'이 되듯, 외로움에도 나름의 기술이 있다. #외로움의쓸모 -본문 중에서-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는 영상도 아름답지만 종교와 철학에 기반한 대사가 유독 인상적이다. 특히 영화 말미에 나오는 "삶이란 곧 보내는 과정"이라는 주인공의 대사가 와 닿는다. 이별 자체보다는 작별인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는 주인공. 외로움 역시 그 자체에 지배되기보다는 진지하게 마주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언젠가 아쉬움 없이 외로움과 잘 헤어질 수 있도록. #유주얼서스펙트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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