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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태웅 Jul 15. 2021

기획재정부의 거듭된 세수추계 오류와 공공데이터 개방


 세수는 정부의 수입이다. 세수 추계, 그러니까 세금이 얼마나 걷힐건가에 관한 추정은 한해 예산수립의 기초가 되는 대단히 중요한 작업이다. 돈이 들어오는 데 맞춰 씀씀이를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의 세수추계가 올해도 큰 오류를 냈다. 기재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만 국세수입이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43조 6천억 원 증가했다. 기재부는 애초에 잡았던 국세수입 예산(282조 7천억 원)보다 더 걷힐 국세수입 규모를 무려 31조 5천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올 5월까지 실적을 보면 초과세수가 이보다도 더 커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기재부가 세수추계를 틀린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과 2017년 각각 9조8000억원, 14조3000억원을 더 걷었고, 2018년엔 세수 오차율이 9%를 넘어 무려 25조4천억원의 세금을 더 걷었다. 사상 최대규모였다. 통상적인 학설에 따르면 경제성장률을 1% 가감할 때 세수가 2조원쯤 차이가 난다. 이 기간 동안 경제성장률이 2~3% 안팎을 오고갔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세수추계 방법론에 근본적인 오류가 있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20조원의 초과세수가 만들어졌다는 것은 전년대비 10% 경제성장을 기록했다는 뜻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이런 오류는 경기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정부가 펼 수 있는 경제정책은 크게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둘이 있다. 통화정책은 통화의 수량을 늘리거나 줄여서 국내경제의 흐름을 통제하고 조절하려는 정책이다. 재정 정책이란 주로 경기를 안정시키거나 부양하기 위하여 정부의 세입과 세출의 크기를 조정하는 경제정책이다. 그러니까 경기가 과열이 되면 세입을 늘려 경기를 진정시키고, 경기가 침체되면 정부의 지출을 늘려 경기를 부양한다. 

 지난해와 올해 전세계는 코비드-19으로 인한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고 있다. 가장 잘 방어했다는 한국경제도 -1.1% 성장을 기록했다. 그런데 기재부가 마치 한국경제가 과열이나 됐다는 듯 무려 31조를 빠트리며 예산을 축소편성해버린 것이다. 경기가 좋지 못한 데도 재정확대 정책을 효율적으로 펼치기 어렵게 만든 셈이다. 게다가 이런 추계차이로 인한 잉여세수는 대개 추가경정예산으로 집행하게 된다. 추경은 심의가 상대적으로 느슨하게 진행이 될 수 밖에 없다. 집행자의 자의성이 개입할 여지가 그만큼 커지는 셈이다.  

 

데이터 개방과 집단지성  


 이 일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공공데이터 개방에는 크게 2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정부가 보유한 유용한 데이터들을 민간에서 활용하라는 뜻이다. 국립박물관이 보유한 한국의 전통문양 데이터베이스를 모두 오픈소스로 열어 전세계가 쓰게 한다던가, 전국의 명승지 사진을 모두 공개해 여행업체들이 자유로이 쓸 수 있게 해주는게 그런 일들이다.   

다른 하나는 행정을 투명하게 만들어 지속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무려 25조가 넘는 초과세출을 거둔 이듬해인 2019년에 이런 개선방안이 얘기가 됐다.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때, 예산안뿐 아니라 세수를 추계하는데 쓴 전제와, 전년도 세수 추계의 오차 원인 분석 그리고 개선사항 등도 포함해 공개하자는 안이다. 세수가 왜 그만큼 들어올 것이라고 추정했는지 계산의 근거를 함께 제출해 검증을 받자는 것이다.


 세수추계모형과 관련한 데이터들을 공개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 민간의 경제연구소들과 전문가들이 세수추계모형을 들여다보고 리뷰를 할 수 있게 된다. 더불어 제공된 데이터를 가지고 새로운 세수추계모형을 만들어 비교해볼 수도 있다. 이런 작업들이 모이면 집단지성이 된다. 정부가 별다른 예산을 투입하지 않아도 세수추계모형이 점점 더 좋아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데이터를 제공하고 모델을 공개하는 것만으로 이런 일을 이룰 수 있다.   


숫자가 말을 하게 하자  


 지방자치단체가 쓰는 복지 예산도 공공데이터 개방을 통해 한결 낫게 만들 수 있다. 현재 지자체별 지역사회보장계획에서는 소득 불평등이나 빈곤의 축소와 같은 정책목표 설정이나 성과 평가가 불가능하다.. 광역 및 기초 지자체 수준에서 소득 불평등과 빈곤에 대한 지표들을 측정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국세청의 행정 데이터가 지자체에 공유가 되지 않고 있는 탓이다.

 유종성 가천대학교 사회정책대학원 교수는 행정 빅데이터를 통합활용할 수 있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한다

. 그가 드는 예다. 미국 스탠포드대학교의 데이비드 그러스키(David Grusky) 교수는 2017년 미국의 “절대적 소득이동성”(absolute income mobility)이 감퇴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Chetty et al. 2017). 1940년대 출생 세대가 30세에 부모의 소득을 넘어설 확률이 90%가량이었는데, 1980년대 출생 세대가 그럴 확률은 50%로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결과를 내놓을 수 있었을까? 그가 연구에 사용한 자료는 미국의 인구총조사(Census) 및 현재인구조사(Current Population Survey) 자료와 함께 개별 납세자들이 국세청에 제출한 소득세 신고서(tax return)였다. 미국에서는 소득이 있는 개인들은 대부분 소득세 신고를 하는데, 자녀가 있는 경우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 자녀들의 사회보장번호를 기록하게 된다. 따라서 개인들의 소득세 신고서에 기록된 정보를 토대로 이 자녀들이 자라서 30세에 낸 소득세 신고서를 추적할 수가 있다. 소득세 신고서의 정보를 토대로 1천만이 넘는 부모-자녀 간의 소득 결합분포를 직접 추정해 이런 놀라운 미국 사회의 변화를 밝혀낸 것이다. 

 흥미로운 연구는 이뿐이 아니다. 스웨덴의 행정등록 데이터를 이용한 한 연구는 3세대 내지 4세대 간에 걸쳐 증조부 내지 고조부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자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 스웨덴 통계청이 2000년에 구축한 다세대 행정등록 자료 덕분에 이러한 연구가 가능했다 (Hällsten 2014). 미국에선 교육행정데이터와 국세청 데이터를 연계한 빅데이터를 토대로, 우수한 교사들(high-quality teachers)이 향후 학생들의 장기간 소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Chetty et al. 2014) 등이 있다. 


개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개방한다 


 이런 데이터를 활용해 조세와 복지 급여의 소득재분배 효과 등을 정확하게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조세-급여 모델을 제대로 만드는 것은 현대 한국사회에도 대단히 긴요한 일이다. 복지지출의 효과를 정확히 숫자로 확인할 수 있으면 얼마나 재정지출이 효과적으로 이뤄지겠는가. 번연히 데이터가 있는데도 주먹구구로 예산을 집행하고 있는 현실은 몹시도  어리석다.  


 공공데이터 개방의 기본원칙은 ‘개방할 수 있는 모든 것은 개방한다’이다. 공공데이터를 들여다보는 것은 돈을 낸 납세자의 당연한 권리다. 그러므로 세수추계모형은 당연히 공공재다.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때, 예산안뿐 아니라 세수를 추계하는데 쓴 전제와, 전년도 세수 추계의 오차 원인 분석 그리고 개선사항 등은 마땅히 함께 공개해야 한다. 이 원칙에 따라 국회가 조속히 입법을 해줄 것을 기대하고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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