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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oyory Jan 12. 2023

오해와 이해

FROM, Iceland

 

해는 점점 저물어 가고, 체크인 시간도 이미 훌쩍 지났는데

숙소 문을 열어주어야 하는 스태프가 자꾸만 이상한 핑계를 댑니다.

늦게 도착해서는 지금 자기에게 키가 없다느니, 본인은 오너에게 들은 이야기가 없다느니.

뚱딴지 같은 소리를 하며 우리를 경계하는 눈빛으로 쳐다보았습니다.

문을 열어주지 않던 그 외국인은 왜 그랬던 걸까요.

뉴스에서 코로나에 대한 이야기가 천천히 퍼지고 있었기 때문일까요.

본인은 전달 받은 것이 없으니 계약서에 적힌 번호로 집 주인과 연락을 하라면서

타고 온 차를 다시 돌려 조금씩 멀어져갔습니다.


 길고 긴 기다림 끝에 호스트와 연락이 닿았고, 아까 우리를 무시하며 떠났던 스태프가

이번에는 호스트와 함께 나타났습니다.

짧은 대화 끝에, 스태프가 태연하게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얼마나 허무하고 황당하던지.


 우리에게만 떠들썩했던 옷후 시간을 보내고 난 뒤에는 달그락거리는 냄비 소리와

창틈으로 스며드는 바람 냄새를 맡으며 저녁을 맞이했습니다.

인적이 드문 곳에서 나누었던 개인적인 이야기들.

시간은 언제나 시계방향으로 흐르지만, 그때를 떠올리며 글을 적는 지금.

저는 시간의 반대 방향으로 걷고 있습니다.

나무로 만들어진 오두막집.

우리는 작은 테이블에 둘러앉아 와인과 맥주를 나누어 마셨습니다.

그날 밤, 옆사람에게 기대어 편히 잘 수 있었던 건 내가 당신들을 믿었기 때문일 겁니다.

우리는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모두가 똑같이 한 사람을 좋아하고 있었으니.

이미 그것만으로 충분했을지도 모릅니다.


 낯설고도 가까운 우리들.

함께 여행을 떠나온 일곱 사람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어느 순간 하지 않아도 될 이야기까지 꺼냈다는 생각에 잠시 아찔해지기도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지금 이 순간에만 집중하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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