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는연구소의 의뢰로 청년마을필드워크 연구보고서를 디자인했다. 50p 분량의 책자 디자인 작업이라 오랜만에 인디자인을 다시 켰다. 비싼 어도비 계정을 쓰고 있으니 어도비 툴을 다양하게 써볼 일이 있는 것은 좋은 일이다. 인디자인은 오랜만이라 이런저런 기능을 다시 찾아보면서 썼는데, 유튜브 성심이 그래픽 실무 강좌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6개의 구독 채널 중 하나가 됨) 인디자인의 무수한 스타일을 보며 이것이 디자인 시스템의 시초가 아닐까 생각했다.
매번 작업을 시작할 때마다 듣는연구소가 보내준 필드워크 초대장의 글을 다시 읽었다. 디자인의 근거를 찾는다면 이 맥락에서 나와야 할 것 같은데, 내 방향이 맞는지 마지막까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청년들의 다양한 고민과 그 고민들의 결과 그 결들이 교차하는 지점과 거기서 탄생하는 새로운 질문들.. 여러 색의 결을 나란히 하거나 교차해 보면서 결국 하나의 형태를 만들었다. 교차하거나 흩어지며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형태다. 개인적으론 상상하던 필드의 풍경과 닮은 것 같아서 좋았다. 여러 번 읽었던 초대장 글 일부를 아래 옮긴다.
"‘청년’과 ‘로컬'이라는 단어는 어느덧 잘 어울리는 조합이 된 것 같아요. 요즘 같은 계절, 지역의 멋진 팀들이 벌이는 멋진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요! 그런데 청년이 로컬에서 먹고사는 일도 그만큼 안정화 되었을까요? 그런 것 같지는 않아요. 예측 불가능한 ‘일거리'가 주어지는 것과 내가 살아갈 ‘기반'이 마련되는 건 조금 다른 문제인 것 같기도 하고요.
지역살이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여기에는 승진할 자리도 없고, 점유할 시장도 없고, 단지 스스로 길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을 뿐이니까요. 그러면 우리 로컬의 청년들은 문제를 마주쳤을 때 어디에서 답을 구해야할까요? 저희는 이런 가정을 해봤어요. 하나. 서로 다른 지역에 사는 ‘로컬'의 ‘청년'들은 사실 비슷한 고민을 마주하고 있지 않을까? 둘. 그렇다면 당사자만이 알고 있는 크고 작은 실패의 경험이나, 성취 이면의 한계들을 꺼내놓고 함께 성찰하는 대화를 통해, 적어도 문제를 좀 더 선명하게 정의내릴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청년마을 필드워크캠프 - 도약편 “정착 이후, 지역과 내 삶의 변화를 만들기”>를 엽니다. 지역에서 좋은 동료도 찾았고, 다양한 일을 벌여보고 있지만 어쩐지 비슷한 문제에 갇혀있는 느낌. 어떤 일을 해도 ‘지역 사회'는 변화하지 않는다는 느낌, ‘지역에 활력을 만드는 가치있는 일’의 다음 단계가 필요하다는 느낌… 이런 막막함이 있다면 좋은 대화를 통해 우리의 길을 추동할 질문으로 바꿔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