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종이
'깜지'
중학교 때 깜지라는게 있었다. 종이 한장이 완전 까메질 때까지 촘촘히 필기한다고 해서 깜지다. 30센치 자로 사랑을 실천하시던 국어선생님은 꼴등반 아이들에게 방과 후 깜지 과제를 내주었고, 모두 제출해야 집에 보내줬다. 깜지에서 가장 중요한 건 스피드였다. 한명이라도 늦으면 반전체가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원래 교과서 내용을 옮겨 적어야 하지만 개발새발 휘갈겨 쓴 글씨는 작성한 본인도 알아보기 힘들었고, 남모르게 피카츄 라이츄를 써본건 나만이 아닐것이다. 그랑죠도 쓴거 같고..
그 때부터 였을지 모르겠다. 나도 모르게 글을 빠르게 휘갈겨 써버리는 것이. 조금만 글을 써도 팔목이 저려오는 것이. 이제는 조금 차분하게 한자 한자 정성들여 글을 써보고 싶다. 그렇게 깜지를 완성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