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도 해야 하는 활동가에게 디자인을 설명할 때 사용하는 개념은 '목적-정리-강조'다. '목적'은 누구에게 무엇을 전달할 것인지, 이 디자인을 보는 사람은 누구고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행동을 하게 할 것인지 정하는 것이다. 포인트는 되도록 구체적으로 목적을 설정하는 거다. '정리'는 앞서 정의한 목적에 맞게 디자인에 들어갈 정보를 정리하는 일이다. 포인트는 그렇게 정리한 내용들에 우선순위를 매겨보는 거다. 디자인의 목적에 맞게 더 중요한 내용과 덜 중요한 내용, 중복되거나 빼야 하는 내용들을 추린다. 마지막은 '강조'다. 소위 디자인하면 생각하는 타이포그래피, 형태, 색, 레이아웃 등의 모든 개념을 이 '강조' 때 적용한다. 포인트는 이 강조의 기준은 앞서 정한 목적-정리(우선순위)에 따른 다는 거다.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구체적으로 정한 목적이 정보의 우선순위를 고르는 기준이 되고 그 기준에 따라 강약을 조절해 디자인을 한다'
글을 쓸 때 단어와 문장을 고르듯, 디자인도 형태와 크기, 색, 배치등을 하나하나 선택하며 시각 이미지를 만든다. 그 선택에는 직관이나 미감도 작용하지만 그것만큼 목적을 고려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특히 디자이너가 아닐수록 미감보다는 디자인의 목적을 잘 살피는 게 중요하다. 이 설명을 하며 보여주는 예제는 심플하다. 옷을 파는 홍보 포스터를 만든다고 할 때 목적이 구체적이지 않으면 그냥 특별할 것 없이 정보가 나열되겠지만, 가성비가 중요한 고객이 있고 우리 가격이 메리트가 있다면 가격을 강조하는 포스터를 만들 수 있다. 직관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강조'를 썼지만 더 정확히는 '차이'다. 강이 되려면 약이 필요하다. 무조건 '강하게, 약하게'가 아니라 차이를 크게 혹은 작게 만들어 안정과 불안정, 재미와 무난 사이를 적절히 오가야 한다. 아래 예시는 이 차이를 설명하려고 추가로 만든 자료다.
디자인에서 차이는 대비라는 말로 쓰인다. '보색대비'라는 말이 흔한데, 이 대비가 색에만 해당하는 건 아니다. 색 말고도 형태, 크기, 면적 등 모든 요소들에 대비가 적용된다. 위 예시처럼 각 요소들의 크기가 비슷할 때, 상하좌우 여백의 길이가 동일할 때, 전체적으로 차이가 적을 때 디자인은 안정적으로 보인다. 반대로 아래 예시는 제목 폰트의 형태와 크기의 차이가 크다. 사진과 텍스트 자체의 차이도 있고. 대비가 큰 만큼 위의 것보다는 더 시선을 끈다.
아래 예시는 엽서의 뒷면이다. 처음 받은 정보를 모두 넣으면 큰 차이 없이 안정적이게 정보를 정리해야 한다. 하지만 이 디자인의 목적은 정보전달용 리플렛이 아닌 굿즈용 엽서였기 때문에 자세한 설명은 QR로 들어가서 보도록 하고 일부 내용을 과감히 뺐다. 중요한 메시지를 강조하니 크기 대비가 명확해 더 눈에 띄는 지면이 되었다. 이렇게 디자인의 목적이 무엇인지 정확히 해야 무엇을 빼도 되는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고, 그렇게 공간을 확보해 더 중요한 내용을 강조할 수 있다.
아래 예시도 비슷하다. 하나는 추모사업회의 리플렛, 하나는 기후위기 온라인 캠페인이다. 리플렛은 차분한 느낌의 정돈된 디자인이 필요했다. 텍스트는 가운데 정렬로 하고, 폰트의 굵기에도 큰 대비가 없다. 기후위기 캠페인은 사람들에게 호기심, 재미를 불러일으키는 목적이 있어 비대칭적인 캐릭터와 차이가 큰 타이포그래피를 적용했다.
차이를 어떻게 조절하냐에 따라 심심하거나 정신없을 수 있다. 디자이너는 디자인의 목적을 고려해 안정적으로 디자인하되 너무 심심하지 않게, 불안정하지만 정신없지 않게 디자인해야 한다. (심심하거나 정신없어 보인다면 그것 자체가 목적일 수도!) 목적에 맞게 자신의 의도에 따라 시각 이미지를 조절해서 사람들에게 제안하는 일이 디자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