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느낌 그대로

by 짙은향


그 날의 태양이 두 계단 쯤 내려간, 다리를 지나면서 나의 전부가 네 부분이 되는 것이 속상했다. 지난 날엔 너의 전부가 내 부분이 되는 것이 미안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된 것인지 알 길은 없고 유치한 불안만 있었다.


나의 전부는 너의 전부여야 하고 부분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었지만 아마도 그건 꿈 같은 이야기일테고, 서로 스스롤 다 던져서 모두가 모두가 되는 것은 바라서도 안되는 금기임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으나 나는 그 다리 위에서 속이 비릿할 정도의 현실을 느꼈다.


부분이 부분으로서만 있어서 질척대지 않아야 한다는 건조한 기류가 아나로그 끝자락에 선 내겐 퍽 시차적응이 필요한 환경이었다. 이윽고 장기를 두듯이 혹은 카드를 치듯이 파편화된 나는 너와 야바위를 하고, 누구도 온전히 이길 수도 없고 이겨서도 안 되는 내리막길에 앞장서 버렸다.


내가 하나의 덩어리여서 날 모으는 데 별다른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 때 나를 잠시나마 전부와 전부로 대해주던 그가 꿈결을 빗자루질하고, 나는 나라는 한 글자에 조각들을 구겨넣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쓰고 너를 찾고 있나보다.


"나는 다시는 그렇게 날 던질 수는 없을거야. 알잖아 내가 얼마나 겁이 많은지. 다시 돌아온 너도 몇 번이나 잡지 못했던 나잖아. '처음 느낌 그대로' 내게 웃어주길 바라는 건 '내가 차마 네게 할 수 없는 말'인 것 같아."


이소라, 처음 느낌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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