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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톱

인생

어려서 우리 집은 늘 사람들로 붐볐다.

한전에 다니시던 아버지는 부서 직원 분들을 늘 집으로

모시고 오셨다.

지금이야 이러면 꼰대니 뭐니 따라올 사람도 없겠지만.


두 분이서 오시면 바둑

세 분 이상이 오시면 고스톱

넓지도 않은 집에 5~6명이 넘게 오셔서

한 팀은 안방에서 한 팀은 거실에서...


그럴 때면 집안은 담배연기로 자욱하고


그 모든 분들의 술상을 어머니는 아무 불평 없이

항상 기분 좋게 받아주셨다.


고스톱은 주로 안방에서 이루어졌다.

왁자지껄 그리고 우하하하

뭐가 그렇게 신나시는지 꼭 닫힌 문 안에선

뽀얗게 자욱한 담배연기 사이에서 아저씨들은

거나하게 취하셔서 모두 모두 너무 즐거워 보이셨다.


5살 어린 나는 슬쩍 문을 열고 들어가 아버지 무릎에 앉아

뭘 하는지 구경하고 싶어 했다.

 

한두 번은 구경시켜 주셨고 아저씨들이 용돈을 주시면서

자 이제 나가서 놀자~

하시며 늘 내쫓았다.


문 밖으로 밀려난 나에게 그 안에 세상은 동경(?)의 대상이었다.


자그마하게 네모난 딱지를 수십 장 놓고 각자 대여섯 장을 들고 바닥에 치고 뒤집고 가져가며 때로는 폭소를 때로는 비명을 지르며 웃음과 한숨 그러면서도 파티는 계속되었다.

내가 고스톱에 일찍 눈을 뜬 건 아버지 덕분(?)이고 내 아들에게도 일찍부터 고스톱 조기교육을 시킨 이유가 너무나 기쁜 그 모습들 때문이었다.


고스톱 2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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