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환경에서 유독 흥분해서 잦았던 하람이의 문제 행동이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지니 어느 정도 줄어들기도 했고, 혹은 선생님이 아이의 행동 패턴을 예측하고 예방하기도 해서인지, 여름쯤부터는 학부모의 항의와 유치원에서의 전화 오는 횟수가 많이 줄어들었다. 그래도 피해 학부모들 눈치가 보여서 나는 내심 특별히 효과가 있을 거라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들과 유치원의 요구대로 아동발달센터에서 놀이치료를 일주일에 한 번씩 다니고 있었고, 대학병원에 검사도 예약을 해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여전히 동네에서 오가다 마주치는 하람이 같은 반 친구 엄마들의 태도는 차가웠고, 나는 아이를 데리고 동네를 오가거나 놀이터를 가는 것이 늘 마음이 무거웠다. 놀이터가 이렇게 차갑고 무서운 공간일지는 40년 넘는 내 평생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낯선 감정이었다. 놀이터는 늘 즐겁고 따뜻한 공간이었는데…
그렇게 저렇게 6세가 거의 지나가고, 부동산 문제로 우리 가족은 이사를 하게 되었다. 기존에 살던 곳도 서울 안이어서 학부모들이 까다로운 편이었는데, 하필이면 이사가게 된 곳은 서울 내에서도 가장 중심인 학군지 중 하나여서 나는 나는 더욱 긴장과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유치원 중에서도 왠지 가장 학부모들이 덜 까다로울 것 같은(?) 곳을 가장 우선순위 대상으로 알아봤고, 내 예상이 맞아서(?) 였는지, 하람이가 내 예상대로 많이 좋아져서인지, 담임 선생님을 좋은 분을 만나서인지 모르겠지만, 7살 1년은 큰 풍파 없이 평화롭게 지나갔다. 누군가 7세는 엄마에게 안식년이라고 하던데… 나에게도 그런 시기가 온 것인지… 눈물 나게 고마운 시기였다. 그리고 나는 서서히 믿어갔다. 아이가 이젠 괜찮아진 거라고… 그래서 대기가 긴 대학병원에서 6개월 만에 나온 진단도 가볍게 넘겨버렸다. 그렇다. 그런 평화의 시기에 하람이는 ADHD 판정을 받은 것이었다. 보통 ADHD는 만 6세 이후 진단이 내려지고, 가장 효과가 좋은 치료 방법이라는 약물 치료도 보통은 그때부터 가능하다. 하람이는 12월생이라 빠르면 한국 나이로 7세가 다되어서야 진단이 가능해서 6세 같은 반 엄마들이 병원에 가서 얼른 받아보라던 진단을 결국 해를 넘겨 7세가 되어서야 받게 됐던 것이다. 대학병원 담당 의사 선생님도 진단명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이가 단체 생활에 큰 문제가 없다면 특별히 치료가 필요한 것이 아니니 초등학교 입학 후에 문제가 생기면 다시 오라고만 했다.
하지만… 이제 선생님께서 아이가 친구들을 때리지는 않는다고 하셨는데, 사회성은 부족한 편이라고 하셨다. 사회성 프로그램을 알아봤지만, 맞는 짝을 찾는 것이 어렵기도 했고, 회당 평균 10만 원 정도 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불신도 있었기에 별다른 치료 없이 1년을 보냈다. 그리고 하람이는 그때 운이 좋게도 친한 친구도 2명 정도 있었기에 저 정도면 크게 문제없다고 생각해 버렸다. 그런데… 그때도 큰 충격적인 일이 있었다. 친한 친구 2명의 엄마들과 같이 모이는 자리가 있었는데… 아이들끼리는 친했지만, 그 엄마들이 우리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한두 번 만나고, 그 모임에서 하람이와 나만 제외가 되었다. 아이를 처음 키워보았기에, 아이들끼리 친한데 그 엄마가 싫어하면 소외되고, 아이 때문에 엄마인 나까지 소외되는 그런 상황이 너무나 속상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2달 넘게 마음 앓이를 했던 것 같다. 지금은 그런 상황을 여러 번 겪으며 그럴 수도 있다고 받아들이고 처음보단 상처도 덜 받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그런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너무 힘들었다… 아직 미숙한 아이인데 그렇게 차갑고 냉정하게 아이를 내치는 엄마들이 너무나 야속하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