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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슐리 May 29. 2024

전업맘과 워킹맘 사이, 그 애매한 어딘가

아슬아슬한 줄타기

육아에 매진한답시고 9년 동안 다닌 회사를 그만 두었다. 갓 돌이 지난 아이를 기관에 보내지 않고 독점 육아를 자처했다. 유년 시절 결핍 탓에 아이와 안정적 애착을 두텁게 쌓고 싶었다.


회사는 그만 두었어도 일은 그만 둘 수 없었다. 나는 뭐라도 해야만 하는 사람이었다. 늘 내 발목을 잡는 본가의 생계 문제 또한 나를 몰아세웠다. 그렇게 비교적 시공간의 제약이 없는 이름하야 지식 창업의 길에 접어들었다. 소재는 글쓰기. 수단은 인스타로.


9년 넘게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했던 터라 시작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다음이 문제였다. WHAT만 있을 뿐, HOW와 WHY가 희미했다. 본격적으로 나 탐구를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퍼스널 브랜딩을 파고 들게 되었다.


젊었을 때(?)부터 기획, 브랜딩, 마케팅에 관심이 많았단 사실을 새삼 발견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재밌고, 전문성을 키우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나만의 WHY는 여전히 찾는 중이지만 HOW는 어느 정도 찾은 듯 하다.


하루에 절반을 아이와 보내야 하니 시간이 항상 아쉽다. 그러니 자꾸만 건드려서는 안 될 수면 시간을 땡겨 쓰게 된다. 최근 평균 수면 시간은 5시간 남짓. 4살까진 아이를 가정 보육을 하겠다던 다짐에 실금이 가고 있다. 끼니는 밀키트와 외식으로 때우고, 아이의 식사를 챙기는 것마저 버겁게 느껴진다. 운동다운 운동은 손을 놓은지 오래고.


조바심에 꿈(어쩌면 돈)을 쫓느라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의문이 고개를 내민다. ‘역할하는 나’와 ‘나인 나’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건 ‘균형’이다. 딱딱한 바닥으로 곤두박질치지 않게 해주는 그런 감각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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