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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나나타르트 Jan 18. 2023

처음만난 홍콩

홍콩


회사에서 보너스로 해외여행을 보내준다기에 홍콩행 티켓을 끊었다.

아직까진 혼자 여행할정도의 레벨이 되지 않아 만만한 남동생을 데리고 떠났다.     


공항에 내려 시내까지 나가는 버스를 타기위해 안내직원을 붙들고 영어를 좀 썼더니,

남동생은 그런 내가 멋있다며 어딘가 조금 촌놈같은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았다.    

 

남동생이 아닌 남자친구였다면 그 순간 매력점수를 한 무더기로 깎아 먹었을 것이다.

나는 말똥말똥한 눈으로 나만 바라보고있는 남동생을 데리고 시내로 나갔다.      



처음보는 홍콩은 어디에 발을 들여놓아도 정신이 없고      

건물들은 하나같이 높고 빽빽해서 마치 닭장같았다.     


길가의 분위기는 낡은 건물들 때문인지 날씨와 상관없이 우중충한 느낌이었는데,    

그와중에 각양각색의 트램들은 도시안에서 엄청나게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있었다.    


전혀 정들 것 같지 않던 첫인상을 뒤로하고     

내가 이도시와 사랑에 빠진 순간은 정말 의외의 순간이었다.            



야경으로 유명한 빅토리아피크 전망대에 올랐던 날이었다.

사람들로 북적이던 전망대에서 바라본 홍콩의 밤은 소문대로 장관이었지만 특별함까지 느끼기엔 부족했다.          

그런데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이층버스를 타고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에서 만난 홍콩의 밤은 단순히 예쁘다를 넘어서 황홀했다.     


구불구불한 길을 천천히 돌아 산아래로 향하는 버스는 조금 전 전망대에서 바라본 빌딩숲을 좀 더 가까이에서 보게 해주었다.     

버스가 커브를 돌 때마다 어두움 사이로 주홍불빛을 머금은 크고작은 빌딩들이 촘촘히      

내 눈앞으로 가까워졌다 멀어졌다를 반복하는데, 그 모습이 마치 춤을 추는 듯 했다.     

세상의 어떤 명화도 이보다 아름다울 수 없을거라고 느낀 순간이었다.  

 


같은 시간 내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었던 고민은 그날밤을 특별함으로 기억하게 해준 비밀이다.           

 

사실 홍콩에 오기전     

오랜시간 내 속을 태우던 한 사람과의 관계가 정리되지 않고 있었다.  

   

차가운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홍콩의 밤은     

세상에 이렇게 나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것만 바라봐야한다고 말해주는 듯 했다.     


나는 마음속으로 나를 울린 그 사람에게 쌍욕을 날리며     

이제 그만하자를 외치고 그렇게 홍콩여행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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