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이한 이야기부터 묘한 음모론까지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6일 2017 대한민국배달대상을 열었습니다. 총 16개 부문 100여명의 수상자를 배출한 가운데 동대문 JW메리어트 호텔에서 행사가 진행됐어요. 여담이지만 전 기자 생활을 하다가 잠시 외도(?)를 해 IT 커뮤니티 회사에서 2년간 일한적 있습니다. 그 회사가 동대문에 있는데요. 지금의 와이프랑은 정치 육아 월간지 기자 시절 만났다가 함께 IT 회사로 이직했었죠. 그때 동대문 청계천을 거닐며 JW메리어트 호텔 인근의 식당에도 참 많이 다녔었는데...아련
각설하고. 대한민국배달대상 현장의 솔직한 소감과, 이후의 음모론을 말해볼까합니다.
대한민국배달대상, 권위와 가치 충분하다
아는 사람은 아시겠지만 제가 좀 배배 꼬여서 말입니다...남 잘 하는 꼴을 못봅니다. 특히 화려한 사람은 의심부터 해요. 김봉진 대표도 예외는 아닙니다. 지금이야 취재를 하면 할수록 이사람 진짜구나. 라는 생각을 하지만(사실 지금도 100%는 아닌...) 꽤 오랫동안 저는 김봉진 대표를 믿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몇번의 곡절이 있었고, 저는 지금 현 상태에서는 배달의민족에 우호적입니다. 기자와는 별도로 한 사람의 사람으로서 말입니다.
그리고 대한민국배달대상은 개인적으로 참 재미있는 무대이자, 진정 필요한 일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왜냐? 솔직히 말해볼까요? 저번 치믈리에 행사때도 느꼈지만 배달의민족은 참 흥미로운 능력이 있는것 같습니다. 혹자는 이를 브랜딩이라 부르고, 언론에서는 의제설정능력이라고 부를 수 있겠네요. 네. 맞습니다. 이런거에요. 아무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던 것에 배달의민족이 다가갑니다. 그리고 말해요. "이것은 소중한 것이다" 그러면 갑자기 소중한 것이 됩니다.
배달대상에서 수상한 점주들의 수상소감을 들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저 점주들은 배달대상을 정말 엄청난 영광으로 생각하는구나' 배달대상을 받으면 장사에 도움이 되겠죠? 마케팅 효과가 있으니까요. 그런데 수상받은 점주들의 반응은 그 이상입니다. 정말, 너무너무, 너무너무너무 배달의민족에 고마워하고 김봉진 대표에게 고마워했습니다.
차근차근 해체해봅시다. 자 보세요. '대한민국배달대상'이라는 단어. 이거 그냥 넘어가면 잘 모르겠는데 차근차근 곱씹어보면 꽤 재미있는 단어가 아닌가요? '대한민국'이라는 단어를 통해 나라를 대표한다는 권위를 슬쩍 부여하고 시상식을 호화로운 호텔에서, 전문 MC까지 두고 진행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런식이라면 '대한민국딱지대상'이라던가 '대한민국전자담배대상'도 가능합니다. 돈과 의지가 있다면.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겁니다. 배달의민족은 공공기관이 아니고, 유서깊은 무슨 재단도 아닙니다. 엄밀히 말하면 아직 갈 길이 먼 유명 스타트업이에요. 그런데 이들은 대한민국배달대상이라는 것을 제정해 진지하게 점주들을 모시고, 점주들은 감격해합니다. 뭐 말이 않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느낌이 이상해요. 이거 도대체 뭐지? 왜 중요한거야?
'도대체 뭐지? 왜 중요한거야?'라는 질문에 '중요하다'고 답하는 것이 배달의민족이 가진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맞아요. 알고보면 진짜 무서운 사람들입니다. 아무도 하지 않는, 그러면서도 또 아무나 '할 수 있는' 일부러 벌여서 판을 키운 다음 의미를 부여합니다. 여담이지만 배달대상 현장은 정말 손색이 없었습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눈부신 무대, 청중들, 거기에 100여명의 수상자들에게 모두 수상소감을 들어버리는 무지막지한 행사 진행까지.
그러나 '배달의민족이 가진 의제설정능력'만으로 배달대상의 가치를 말하기는 많이 부족합니다. 글쎄요. 의도했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배달대상의 진짜 가치는 점주들의 일상생활을 특별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단언합니다.
한 수상자의 모습이 참 잊혀지지 않네요. 초등학생 아들의 손을 붙잡고 무대에 오른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학교다니면서도 상을 받지 못했는데 장사하며 상을 받으니 참 좋습니다" 아버지는 아주 오랜만에 가슴을 편 듯 화려한 무대에서 자랑스럽게 청중과 마주하고. 손을 잡은 아들은 뿌듯한 얼굴로 아버지를 올려다봅니다. 쏟아지는 박수. 아버지는 그렇게 영웅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박수를 칠 수 밖에 없습니다. 배달의민족은 강력한 의제설정능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플랫폼을 활용하는 점주들을 팬덤으로 만들었고, 그들의 일상을 '영웅의 삶'으로 만들었습니다.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며 요리를 하고 전화를 받으며 손님에게 달려가는 많은 아버지 어머니들을 자식들은 가슴 벅차게 응원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제 음모론
자, 이제 다른 이야기를 하죠. 제가 또 맥락없는 싸지르기에 특화된 놈이라..
요즘 소상공인연합회나 중소기업중앙회 등의 단체들이 배달앱 압박이 상당합니다. 배달의민족만 한정해서 보면 수수료 0%라는 것은 깔 수 없으니 경매식 광고제도를 문제삼습니다. 공공 배달앱 이야기도 잠깐 나왔었죠.
마침 배달대상 현장에 배달앱 업계의 반대편에 선 분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저는 배달대상을 취재하러 간 것이 아니었어요. 배달의민족에 환호하는 자리에 초청받은 '반대편에 선 분'의 반응을 보고싶었기 때문에 취재를 갔습니다. 그분과 만나 이야기를 좀 했습니다.
그 분이 말하시더군요. "여기에 오니 정말 함께 공공사업을 같이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요. 그 분도 이 분위기에 고무되었던 것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제가 말했습니다. "소상공인 점주들에게 배달의민족이 참 도움이 되지 않나요?"
여기서 그 분은 선을 그었습니다. 그리고 의미심장한 말을 했어요. "이 자리에 모인 소상공인 점주들은 배달의민족이 도움이 될것이다. 그러나 절대다수의 다른 점주들에게 배달의민족은 위협이다"
찰라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최근 배달앱 이슈를 둘러싼 파열음을 이해하는 생각하지 못했던 배경이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저는 단순히 점주라는 집단을 뭉퉁그려 배달앱이 도움이 된다는 전제만 가지고 있었는데, 피치 못할 사정으로..예를들면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못하다던가 등등의 절대다수 점주들은 별도의 집단으로 생각해야 겠구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의 잘못도 없다는 전제로 이 현상을 딱 잘라 분석하면 충분히 일리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배달의민족이 존재함으로서 점주들을 나눠버리는 거에요. 파편화시킬수도 있어요. 배달의민족을 사용해 좋은 점주. 배달의민족을 사용해도 좋지 않은 점주. 배달의민족을 사용하지 않아도 좋은 점주. 배달의민족을 사용하지 않아서 좋지 않은 점주.
그럼 이 분절된 상태를 묶으려는 시도가 벌어지면 어떨까요? 배달의민족이 힘을 내야겠지만 또 공공의 사업성격을 강제할 수 없는 노릇이고, 또 그것이 100% 옳다고도 말할 수 없고. 배달의민족이 존재함으로서 고통받는 점주도 분명히 있고. 하여튼 제 생각은 여기에 이르러 복잡해졌습니다. 신기술의 발전과 상생의 방안을 고려해 배달의민족이 가지는 스타트업적, 사회적 가치를 믿고 있지만 일련의 충돌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복잡하게 얽힌 배경도 냉정하게 살펴야 한다는 결론만 내리겠습니다.
....자. 주저리 주저리 말이 길었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음모론을 말하겠습니다. 사실 음모론이 아닐 수 있지만, 왠지 음모론인것 같고. 여튼 이야기를 하자면. 배달대상 현장에서 만난 분을 비롯해 많은 '반대편에 선 분들'의 이야기를 종합한 결과, 한 가지 흥미로운 가설에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그게 무어냐?
K당의 K의원이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규제요정이라고 부르는데요. 줄여서 규정은 배달앱 공공재 논란, 카풀앱 규제, ICT 뉴노멀 법안 등 요즘 핫한 ICT 규제 법안에 모조리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정말 빠.짐.없.이.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하나?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누군가 그럽디다. 규정은 최소한 배달앱에 있어서 업계의 일반적인 통념과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고요. 그러니까 많은 업계인들은 '규정은 배달앱을 공공 플랫폼으로 만들 생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여기에는 규정만의 빅피처가 있다는 뜻입니다.
그럼 빅피처는 무엇인가. 여러분. 공공기관에서 정말 많은 앱을 만드는 것 아시죠? 개인정보 유출 논란도 일으키는 엄청난 숫자의 공공기관 앱을 아우르는 빅피처가 규정에게 있다는 가설이 있습니다. 뭐라고요? 좀 자세히 말해보라고요? 가설입니다만(취재가 완벽하지 않은 가설이니끼 이렇게 막 싸지르는 것임. ㅇㅇ) 규정은 이용도가 형편없는 공공기관 앱 전반을 부흥하기 위해, 배달앱과 같은 민간 영역에서 나름 검증된 앱을 붙이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뭐 이런겁니다.
예를들어 지방자치단체가 만든 공문서앱이 있다고 칩시다. 그런데 10억들여 만들었는데 다운받은 사람이 고작 100명! 여기에 규정이 배달앱과 같은 생활밀착형 플랫폼 앱을 더하는겁니다. 그러면 공문서앱도 자연스럽게 살아나지 않겠는가! 이거슨 미라클!
....이건 그냥 가설이고요. 워낙 황당해(설마...) 기사로 쓰지않고 여기에 써 봤습니다. 자. 이상입니다. 허탈하시겠지만. 저는 그럼 이만. 뾰로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