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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진홍 Nov 20. 2017

모빌리티 막아선 택시기사들, 과연 그들만의 잘못일까?

"우리는 얼마나 세심했나"

택시업계의 반발로 김수민 국민의당 의원실이 준비한 토론회가 열리지도 못하고 20일 파행됐습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 스타트업 발전을 위한 규제 개선 정책 토론회'라는 이름이 붙은 토론회였습니다. 최근 카풀앱 풀러스가 불법 논란에 휘말리며 이에 대한 논의도 있을 예정이었으나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원이 토론회장으로 들어와 결국 행사는 무기한 연기됐습니다. 최근 국민의당은 바른정당과의 합당 문제로 내분에 가까운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는데,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원들이 외친 국민의당 비판 목소리는 꽤 의미심장하게 들리기는 합니다.


토론회가 파행된 후 나오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았습니다. 제가 IT업계를 취재하고 있기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이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원의 난입에 분노하고 있더군요. 그런데 전, 이러한 분노에 쉽게 몸을 던질 수 없습니다. 왜냐고요? 모두에게 잘못이 있기 때문입니다. 맞습니다. 이번 토론회 연기는 비단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원의 단독책임이 아니라, 관여된 이해관계자에게도 있습니다.


#. 뭔가를 준비하는 것은 옳다
지난해 헤이딜러 논란 당시도 마찬가지지만 또 콜버스 이슈, 풀러스 이슈도 그렇지만 IT 기술의 발전으로 세상이 변하며 O2O가 핵심 플랫폼으로 부상해 트렌드를 이루는 것은 거부할 수 없는 물결입니다. 


그러나 그 물결이 국내에서는 참 쉽지 않네요. 특히 모빌리티 분야에서 시작된 구산업과 신사업의 충돌은 우버택시 진출 논란 당시에도 첨예한 이슈였습니다. 다만 사안을 단순하게 파악하면 답이 보입니다. 그러니까 충돌의 기저에는 무엇이 있는가? '새로운 시대의 변화'라는 키워드입니다.


'새로운 시대의 변화'라는 키워드에 집중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액션플랜을 고민하게 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업계의 시각에서 보면 아주 간단합니다. 정부 당국은 규제를 풀어주고 육성하며, 업계 플레이어들은 기술을 발전시켜 세상을 바꾸면 됩니다. 당연히 고객들은 더욱 행복해지고요.


맞습니다. 세상은 변하고 있고, 특히 모빌리티는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우버와 리프트를 중심으로 자율주행차 로드맵이 발전하고 있으며 소프트뱅크는 열심히 디디추싱, 올라택시, 그랩택시에 이어 우버에 이르기 까지 카셰어링 업체들을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뭔가를 준비하는 것은 맞다. 네. 맞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문제는 그 다음 액션플랜에서 불거집니다. 뭔가를 준비해야 한다는 업계를 중심으로 고민은 시작되었지만, 그 다음 액션플랜이 아주 심각합니다.


#. 4차 산업혁명시대 스타트업 발전을 위한 규제 개선 정책 토론회...이거 실화냐?
처음 이 토론회 이야기를 들었을때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뭐 심각한 일은 아니에요. 그런데 아무리 구사업이라고 하지만 엄연한 이해관계자인 택시기사들을 배제하고 스타트업, 정부 관계자들이 모여 규제 개선 토론회를 열며 풀러스 논란에 대한 입장을 표명한다? 물론 김수민 의원실에 따르면 택시기사들에게 나중에 토론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지만...그래도 아쉽습니다.


아니, 입장을 바꿔 생각해봅시다. 내 밥줄과 관련된 일을 논의한다면서(혹은 논의의 하나로 올린다면서) 정작 나를 쏙 빼고 반대편 쪽의 사람들 말만 듣는다? 그것도 내 밥줄이 반대쪽에게는 '규제'라는 정의를 내리고 '규제 개선'에 대한 고민을 한다? 모르겠습니다. 원칙적으로 이러한 토론회는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너무 안일했어요. 이건 그냥 상대를 구악, 적폐로 몰아넣고 타도해야 할 적으로 봤다는 겁니다.


더 절망적인 것은 이러한 흐름이 당연하다고 생각되어지는 일부 분위기. 특히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들이 이번 토론회 파행에 분노하는 것을 보고 저는 더 절망을 느낍니다. 정신차리십시요. 세상은 스타트업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 스타트업도 하나의 플레이어일 뿐입니다. 온 세상이 당신들을 떠받들여줄 이유는 없어요.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데 도와달라? 최근 나라를 들썩이게 만들었던 모 다단계 회사 회장이 저에게 메일을 보내 비트코인 사업에 뛰어들겠다고 하더라고요. 극단적인 예시지만 그 회장도 저에게 비슷한 말을 했어요.


택시업계는 구악이 아닙니다. 그들이 불법적으로 손님을 운송하는 것 아니에요. 그들에게는 밥줄이 달렸고, 그래서 필사적인겁니다. 물론 그들의 방식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스타트업도 제발 부탁이니 '우리가 하는 것은 모두 선하다'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시길 바랍니다. 응원하고 싶어도, 요즘은 슬슬 짜증이 납니다.


풀러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7월 기자회견 당시 택시기사들과 마찰이 있을 가능성이 있지 않냐고 물으니 뭐라고 했습니까? 신선한 기억이라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당당하게 말했죠. "우리는 카풀이니까 택시기사들에게 미비한 영향만 미칠 거에요"라고 했었죠. 그래놓고 유연근무제에 맞게 탄력 서비스를 시작하는 겁니까? 안일함. 안일함. 자신들이 그저 뭘 하면 알아서 세상이 응원해줄 것이라는 안일함. 냉정하게 말합니다. 통신사가 망해도 통신업은 망하지 않습니다. 당신들이 망해도 스타트업은 제2의, 제3의 스타가 나타나요. 할거면 제대로 하던가.

지난해 풀러스 기자회견


#. 막무가내 택시기사들..이거 실화냐?
지난해 헤이딜러 논란 당시를 또렷하게 기업합니다. 중고차 매매 업자들이 헤이딜러를 용납하지 않겠다며 "창조경제가 젊은애들 몇몇 먹어 살리는 거야? 홈페이지 만드는 거면 우리에게 지원해라. 우리가 한다"던 외침.

당신들은 구악이 아닙니다. 물론 억울하겠죠. 갑자기 신기술의 발전으로 밥줄이 위협을 받고 있으니. 그런데 말입니다. 이건 당신들이 늦춘다고 해도 늦츨 수 없는 거대한 흐름같은 겁니다. 세상은 변해가고 나날이 민간시장에서는 경쟁이 일상화되고 있어요. 그런데 당신들의 밥줄은 반드시 철밥통이어야 하나요?


자신들의 경쟁력을 키우고,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합니다. 풀러스와 우버의 공세를 막아설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카카오택시가 왜 성공했나요?(성공인가...)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기존 택시기사들에 대반 대중의 불만도 큰 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그런데 당신들은 강짜만 놓고 있어요. 그래서 어쩌라고요. 세상은 자율주행으로 쭉쭉 뻗어가는데 우리만 늦은시간 발 동동 구르며 손님 걸러받는 택시를 받으라고요?


마지막으로 하나 더. 아무리 절박해도...깽판치지 마세요.


#. 생각을 하지 않는건가...공무원들, 실화냐?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서울시는 공유경제 어쩌고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그냥 자전가거 좋아서 따릉이 밀어주기 하고 있다고 하세요. 공유경제는 얼어 죽을.


서울시는 콜버스 논란도 마찬가지고, 풀러스 이슈에서도 철저하게 현실적인 판단만 했습니다. 물론 콜버스와 풀러스는 공유경제가 아니라 온디맨드에 가깝지만...이건 아니죠. 표를 의식해 조직표가 무더기로 나오는 운송사업자들 편만 들어주면 뭐하자는 겁니까?


국토부를 비롯한 유관기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냥 간단하게 말할게요. 움직이세요 제발..


#. 아니 열여덟, 그래서 뭐 어쩌라고?
기본적으로 새로운 기술의 등장이 자연스럽게 구시대의 종말을 끌어낸다고 생각합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달지 않아도, 이건 진리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은 변하고 있습니다. 흥선대원군 되려고요?

문제는 디테일입니다. 우리는 신사업의 등장으로 구사업의 끔찍한 고통을 너무 쉽게 생각합니다. 물론 구사업이 부족한 면이 많죠. 그렇다고 가차없이 목줄을 끊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앞으로 골목상권에 신음하는 소상공인의 아픔에 공감하지 마십시요.


결국 방법입니다. 스무스하게 넘겨야 하는 방법. 신사업의 등장을 부드럽게 끌어내며 구사업을 자연스럽게, 고통스럽지 않게, 심지어 만족스럽게 끝내는 방법. 방법은 저도 몰라요. 다만 이거 하나는 확실하게 알겠습니다. 이들 이해관계자들은 적어도, 방법을 고민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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