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허?
국내 배달앱 시장은 날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를 맞아 비약적인 상승세를 보여주며 새로운 시대의 트렌드가 되는 중. 실제로 앱/리테일분석서비스 와이즈앱/와이즈리테일이 주요 배달앱의 서비스 결제액을 조사한 결과 6월 8840억원, 7월 9440억원, 8월 1조2050억원으로 폭등하는 중입니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와 경기도 등 지자체를 중심으로 하는 공공 배달앱들이 출격하거나 출격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낮은 수수료를 내세워 단기간에 빠른 시장 확대를 꾀한다는 전략이며, 상생을 바탕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각오입니다.
관건은 현실성, 나아가 '동기'입니다. 이는 많은 지자체들이 속속 선보이는 공공 배달앱들이 '과연 필요한 것일까?'라는 고민과 일맥상통합니다. 만약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면, 공공 배달앱은 희대의 포퓰리즘 사기극이 될 수 있습니다.
철저한 사견주의입니다.
#시작
공공 배달앱 이야기는 어디서 시작됐을까. 배달의민족 등 기존 민간 배달앱에 대한 불신에서 시작됐습니다.
시간을 돌려봅시다. 요기요의 딜리버리히어로는 지난해 말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전격 인수합병을 발표하죠. 국내 인터넷 기업의 흥미로운 사례지만, 비토정서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배달의민족이 독일계 자본에 인수되며 게르만민족이 되냐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당시만해도 배달의민족은 물론 업계는 다소 안일했습니다. 게르만민족이라는 비판 자체가 말이 되지 않았기 때문. 실제로 우아한형제들의 대표주주들은 매각 전까지 대부분 미국계 VC였고, 심지어 딜리버리히어로는 최근까지 자국 내 사업을 줄줄이 매각하며 현지에서 "독일 기업이 맞나?"라는 비판까지 받고 있습니다.
결국 '게르만민족 프레임'을 말한는 사람은 셋 중 하나입니다. 업계 돌아가는 상황을 잘 몰랐거나. 그냥 배달의민족이 싫었거나. 아니면 평소 잘 알지 못하는 현안에 대해 침 튀기며 아는 척하며 헛소리를 내뱉는 것을 즐겨했거나.
다만 합병에 따른 시장 독과점에 대한 우려는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었습니다. 엄연한 사실이기 때문. 그러나 이것도 미래의 벌어지지 않은 일에 대한 우려일 뿐. 당장의 위협이 아닌데다 그 위협을 증명할 길도 없어 배달의민족이나 업계 모두 사태 초반 다소 안일하게 대처한 바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가 터지고 소상공인들의 곡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배달의민족은 4월 오픈서비스를 시작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어요.
이 문제도 자세히 따져보면 '뭘 어쩌란 말이냐'는 말이 절로 나올 수준이지만 코로나는 무섭고 1등 신문은 강력했으며 정치인의 트렌드 읽기는 매서웠습니다. 여기서 민간 배달앱들의 약탈적 행위가 도드라졌고, 쿠팡 등 다른 사업자들이 뛰어들었으며, 무엇보다 공공 배달앱 가능성이 타진됩니다.
그 성과는 16일 나왔습니다. 서울시가 중심이 되어 제로배달 유니온이 가동되기 때문입니다. 이에 맞춰 서울시는 서울사랑상품권을 대거 방출하며 붐업에 나서고 있습니다. 경기도는 내달 공공 배달앱을 가동한다는 계획입니다.
#그러니까...왜?
제로배달 유니온 등 공공 배달앱들이 나오는 상황에서, 우리 모두 진지하게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런거 왜 나오는 거야?
우주의 기운을 받으며 곰곰히 성찰한 결과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음...배달의민족 등 기존 민간 배달앱들이 소상공인을 너무 쥐어짜서? 그러니까 지자체가 나섰다?
진짜일까? 흔히 기존 배달앱 시장의 횡포를 부각시키려는 쪽은 소상공인들이 배달앱 때문에 힘들어한다는 주장을 펼칩니다. 데이터도 있습니다. 수도권 공정경제협의체가 배달앱 및 가맹점 간 거래 행태와 불공정 거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수도권 내 2000개 외식배달 음식점을 대상으로 ‘배달앱 거래관행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무려 79.2% 점주가 광고비와 수수료가 과도하게 높게 책정돼 있다고 주장했으며 대부분의 점주들은 그 비용을 고객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데이터를 곰곰히 보며 다른 생각을 해볼 수 있습니다.
만약 블라인드에서 일반적인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지금 회사가 힘드세요?'라고 말하면 과연 어떤 데이터가 나올까. 아마 대부분이 '어렵다'고 말하지 않을까요?
우리는 항상 열심히 살면서 무의식적으로 최선을 지향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외부의 평가와는 다르게 자기의 외모가 평균이상이라 생각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샤워 후 거울보며 다들 하는거 있잖아요.
진짜 상황이 어떻든, 지금 시대가 어떻든 우리 모두는 앞만 보고 달리며 내심 '항상 최선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전제는 당연히 미래의 더 나은 생활과 비교되며 '지금은 힘들다'는 전제를 깔고 말죠. 여기서 소상공인들에게 배달앱에 대한 느낌을 묻는다면, 그들이 과연 배달앱에 좋은 말을 할까요? 배달앱 덕분에 배달시장이 팽창하고 생활밀착형 서비스가 된 것은 까먹고 '아, 그냥 수수료 같은거 걍 내고싶지 않다'는 생각만 하지 않을까.
심지어 설문도 배달앱 및 가맹점 간 거래 행태와 불공정 거래 현황...말 다했죠.
그런 이유로 제로배달 유니온 등 공공 배달앱들이 민간 배달앱의 횡포에 분연히 일어난 저항군이라는 프레임은, 몹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종이 전단지 만들던 비용과 배달원 고용에 들어가는 비용이 절감되고 앱을 통한 생활밀착형 서비스와 만나 더 많은 고객을 만나게 된 사실은 너무 쉽게 망각되어요. 인간은 원래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지만, 이건 선을 넘었습니다.
물론 배달앱 수수료가 부담되는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를 합리적으로 풀어가려고 노력한 민간 배달앱들의 노력을 상황에 따라 때린 것은 무엇으로 설명할까. 울트라콜이 가혹하다고 오픈서비스를 했더니 또 가혹하다고 비판해 다시 울트라콜로 돌아간 이 아이러니한 상황은 무엇으로 설명할텐가요.
여튼 민간 배달앱들은 열리는 시장에 맞춰 본인들의 계획을 추진했고, 성공했으며 최대한 많은 이들과 상생을 추구하는 것도 맞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애초에 배달앱 시장은 지금의 큰 규모를 이루지 못했을 거에요. 이런 상황에서 기존 민간 배달앱들에 횡포의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너무 속보입니다. 물론 배달앱 플랫폼이 모든 것을 잘 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이 총칼로 점주들을 협박한 것 아니잖아요? 심지어 폭리를 취했다는 주장도 분명한 논란의 여지가 있는데. 왜 이를 확정하고 기정사실화하나요.
자. 여기에 또 하나의 화두를 던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일은 양면성이 있으니. 백보양보해 기존 배달앱들의 횡포가 심하다면. 그 대안이 공공 배달앱일까?
아닙니다. 쿠팡도 들어오고 위메프도 들어오는 등 시장의 민간 플레이어들 숫자가 많아지고 있고 그들이 경쟁하며 자연스럽게 독과점도 무너질 터. 왜 갑자기 공공 배달앱인가요. 심판의 역할을 해야하는 지자체들이 완장차고 들어와 다양성을 가지기 시작하는 시장을 출렁이게 만드는 것은 심각한 패착입니다. 시장 독과점을 막아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려면 다른 방법도 충분히 있어요.
나아가 그 비용은 또 어쩝니까. 서울시가 서울사랑상품권을 몇 조원씩 찍어댈 수도 없을 것이고, 앱 유지 비용에 들어가는 비용은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요. 상생을 위해 소상공인들에게 수수료를 낮춰주는 것은 좋지만, 그 비용은 고스란히 고객은 물론 배달앱을 사용하지 않는 시민의 혈세로 충당됩니다. 물론 이런 형식으로도 세금이 쓰일 수 있지만, 너무 한정된 분야에 너무 빤한 의도가 보이는 집행이 아닌가요.
제로배달 유니온. 그리고 앞으로 나올 공공 배달앱. 약점이 너무 많습니다. 민간 배달앱의 과도한 횡포라는 프레임도 허약하고, 그 마케팅 전략도 너무 안타까워요. 백보양보해 기존 민간 배달앱의 횡포가 사실이라고 해도 이를 해결하는 건 민간시장을 조율하는 공공 지자체가 가진 정치력이 되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너무나 중요한 가치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무시되거나 왜곡되고 있습니다. 사실, 제가 제일 걱정하는 겁니다. 이렇게 선을 한 번 넘으면, 다음엔 더 쉽게 선을 넘거든요.
#제로배달 유니온, 잘 될수는 있다
제로배달 유니온 등 공공 배달앱의 발족 동기나 전제로 하는 상황판단 등은 솔직히 비약에 가까운 망상으로 가득차 있다고 생각합니다. 존재하지도 않은 유령이 혹시 나타날 수 있으니 허공에 주먹질을 하며 씩씩대는 형국. 그리고 사람들이 박수치는 소리에 뿌듯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존재하지도 않는 유령에 대한 분노를 터트린는 진짜 의도는, 유령을 퇴치하는 것이 아니라 박수소리를 듣기 위함으로 보입니다.
다만 제로배달 유니온 등 공공 배달앱이 쉽게 무너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꽤 잘 될 것 같습니다.
몇 가지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허니비즈나 NHN과 같은 실력있고 야망넘치는 기업과 만난 대목. 그리고 민관합작 프로젝트라는 점은 강점입니다. 사공이 너무 많아 배가 산으로 가지만 않으면, 그리고 우리 시민들이 소상공인의 쓰라린 마음을 헤아려 기꺼이 그들을 위한 상생을 내세운다면 충분한 승산이 있어요.
결국 이런 흐름이 이어지며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 등은 배달앱 시장에 방점을 찍되, 더 나은 고도화된 서비스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이어지지 않을까. 예컨데 B마트와, 요기요의 B마트 아니 요마트같은 퀵커머스 시장 타진. 물론 합병이 되어야겠지만 말입니다. 뭐 사실 이렇게 라도 뭔가 해야할터. 아니 해야죠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