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진홍 Nov 04. 2021

카카오가 메타버스의 왕이 되지 않을까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메타버스가 된다면?

카카오가 3분기 매출로 네이버를 이겼습니다. 독과점 논란에 갇혔어도 카카오는 카카오네요. 카카오는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매출액 1조7천408억원, 영업이익 1천68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여러가지 청사진이 나왔습니다. 이런 가운데 메타버스 전략과 관련된 메시지도 있었는데, 배재현 카카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카카오 공동체에서 역량을 집중 시켜, 다가올 메타버스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라운드X 기술력과 회사 콘텐츠 자산을 활용해 대체불가토큰(NFT) 관련 전략도 수립하고 있다네요


예전에 이런 기사를 쓴 적이 있습니다. 
[IT큐레이션] 네이버, 카카오, 게임사의 메타버스 운전법 '미묘한 차이'


네이버는 메타버스에 올라타며 글로벌과 크리에이터를 중시하고 카카오는 엔터 전략의 극대화, 게임은 메타버스와 NFT의 궁합을 믿고 일종의 절박함에 승부수를 걸었다는 내용입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카카오의 메타버스를 한 번 상상해 봤습니다. 언제나처럼 사견인데다 구체적인 그림은 아닙니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아나요. 그래도 한번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겠습니다.


가우디오랩
코로나가 길어지며 기업 취재에 애로사항이 마구 꽃이 피었습니다. 사람을 만나기가 어려워...뭐 만나야 이야기도 듣고 얻어 걸리는게 있지...그래서 한 때 미친듯이 인터뷰를 졸라대며 잡은 적이 있습니다. 방역에 충실하다는 전제로 인터뷰를 하면 사람을 만날 수 있으니까. 그리고 대표님들과 인터뷰할 수 있으니까 이건 경찰대 라인과 차원이 달라..경찰대 그거 사실 줄기거든. 이건 그냥 뿌리랑 뿌락찌되는거야. 철기야. 한 번 해보자. 그렇게 부당거래에 나서는 마음으로 열심히 인터뷰를 하고 다니고 있지요.


그 중 만난 가우디오랩 오현오 대표님이 기억이 납니다. 


[ER초대석] "2D 기반 로블록스 진정한 메타버스 아니야"...'이것' 없기 때문


오현오는 거꾸로 말해도 오현오. 이름부터 왠지 오디오 스타트업 대표여야 할 것 같은 오 대표님을 만나 인터뷰를 하던 중 메타버스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솔직히 메타버스가 흥하니까 인터뷰에 한번 엮어보자는 취지로 이야기를 했는데 그때 이런 말을 하시더군요. "메타버스는 연결이에요. 그리고 가우디오랩은 실감나는 오디오 기술로 그 연결을 더욱 생생하게 만들지요"


뭔가 신선했습니다. 왜? 사실 메타버스는 좀 추상적인 개념이고 솔직히 뭔지도 모르겠는데. 큰 그림을 다 이해하지는 못해도 최소한 오 대표님의 말을 통해 하나의 퍼즐 정도는 잡은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실감나는 현장감. 즉 오디오가 주는 연결의 가치가 메타버스에 필요하다는 뜻. 이 줄기를 잡고 조금씩 영역을 확장해 생각하면 메타버스의 큰 그림을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 연결. 결국 연결이다.


마크 저커버그 형님이(저보다 나이는 두살 어리지만 이런 사람은 그냥 형님으로 모시라고 배웠슴다) 메타버스는 미래 인터넷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지요. 혹시 메타버스는 무언가 특정 블록이나 플랫폼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연결을 가능하게 해주는 인터넷의 확장판이자 업그레이드 버전이 아닐까요.


중심에는 연결이라는 가치가 있습니다. 즉 연결을 통해 무언가를 잇고 그 안에서 새로운 상호작용이 벌어지는 것. 오현오 대표님의 가우디오랩은 그 거대한 담론의 한 영역에서 연결이라는 핵심 가치를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일종의 기술이자 매개체 중 하나인 것이죠. 그러니까 메타버스는 연결이다. WWW를 통해 전 세계의 사람을 시공간이 파괴된 바다로 불러모아 서로를 발견하게 만들고 연결하게 해주는 인터넷의 개념과 같다.


그런데 사실 이게 말이 쉬워 보이지만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빌어먹을(?) 고객님들이 메타버스로 그려진 게임, 커뮤니티, 회의 등에 사정없이 모이려면 엄청난 준비가 필요하니까요. 가우디오랩의 실감나는 오디오 기술도 필요하고 모여야 하는 고객들의 동기도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지요. 인천앞바다가 사이다가 되어도 컵이 없으면 못마시는게 사람의 이치입니다. 뭔가 이쪽, 즉 메타버스라는 무한루프의 세계로 고객을 불러모을 수 있는 그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이게 참 좋은데, 남자 아니 고객한테 참 좋은데"라고 만말 하면 다 되는게 당연히 아니죠.


페이스북의 스마트글라스인 레이벤 스토리를 보고 옳다구나 무릎을 친 후 그 자리에서 지농이 제로투 댄스를 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레이벤 스토리는 미래지향적 디자인을 가진 기존 스마트글래스와 달리 정말 평범한 선글라스처럼 생겼거든요? 쉽게 말해 쪽팔리지 않고 경찰에 걸리지 않은체 도촬을 할 수 있는 좋은 도구...아니 스마트글래스의 대중화를 끌어낼 수 있는 마중물 정도는 될 것 같습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 메타버스가 만약 연결이고, 그 연결의 세상으로 빌어먹을 고객을 끌어오려면 가장 필요한 사이다를 뜰 수 있는 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컵은 컵인데 내가 그 컵을 들고 있다는 것도 잊을 정도로 익숙한 물건. 메타버스로 향하는 일상적인 도구라는 뜻입니다.


저는 메타버스에 돌입하는 회사들이 일차적인 성공을 거두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히 매력적인 콘텐츠겠지만. 그 만큼 중요한 것이 자연스럽게 메타버스로 향하는 입장권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상적인 연결을 생생하게 끌어내는 또 다른 세계로 나를 인도하고, 그것으로부터 내가 인도되고 있다는 것도 잊을 수 있을 정도의 너무나 평범한 것. 


누군가 말했지요. 일어나서 PC를 켜고 오랫동안 봤지만 뭔 말인지 아직도 몰라 서로 어색한 영어창을 보고 인터넷 익스플로어를 여는 장면. 그리고 모바일 시대가 열린 후 손으로 주머니에 든 스마트폰을 꺼내 화면을 확인하는 그 행동마저 사라지고 눈을 뜨는 순간 현실과 중첩되어 메타버스가 펼쳐지도록 하는 것. 이후로는 게임이든 커뮤니티든 또 다른 무엇이 펼쳐지면 됩니다. 이차 승부가 벌어지는 순간이지요.


카카오가 잘 할 것 같다
메타버스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면, 연결 연결 연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뭐 거창한 것도 아니고 우리가 인터넷을 만난 순간부터 이어진 연속성일 것 같습니다. 초기 인터넷이 추구한 모두의 연결을 엄청난 기술을 바탕으로 극단적인 생생함으로 만든 후 언제든 들어갈 수 있는 것. 그 안으로 들어간 메타버스에는 세상 모든 것이 있으며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경제활동, 정치, 군사, 심지어 의료까지.


카카오 메타버스에 한 표 던지는 이유입니다. 메타버스가 인터넷이라면, 카카오와 같은 다양한 오프라인 전략을 가동하는 쪽이 훨씬 더 유리하죠. 쇼핑에 의사소통에 엔터에 블록체인에 게임에 게임까지. 시장 독과점의 저주가 카카오의 메타버스에는 축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활밀착형 서비스. 카카오의 캐치프레이즈죠. 자연스럽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중첩을 끌어내기도 유리합니다.


네이버는 약간 상황이 다르다고 봅니다. 카카오가 메타버스의 인터넷이라면, 네이버는 메타버스의 포털 정도가 될 느낌적인 느낌이 듭니다. 이게 선입견일 수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네이버는 포털 중심의 연결. 즉 자신을 중심으로 한 연결에는 광적인 열정을 보여주지만 그건 그냥 포털이거든요. 중앙집중형이며. 무게중심은 온라인 네이버입니다. 파편화된 서비스를 자랑하는 카카오와 다른 길을 걷는 순간입니다.


카카오는, 뭐 페이스북도 그렇지만 메타버스라는 인터넷 진화형을 충분히 헤엄칠 수 있는 심리스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묶어두는 중앙집중형의 흐름으로 메타버스를 이용할 것 같습니다. 이건 아무리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한다고 해도 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덩치가 커진다고 힘의 중심은 그대로 네이버에 있으니까요.


물론 이건 사견입니다. 메타버스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제가, 그냥 사소한 단서 하나를 통해 더욱 큰 세계를 지레짐작했을 뿐이며 이를 네이버와 카카오의 현재 비즈니스 모델에 대입해봤을 뿐입니다. 변수도 많아요. 무엇보다 메타버스라는 세계가 완전히 오프라인을 버릴 수는 없으며, 아바타는 또 다른 나이지만 실제의 나와 연결되어 있는 존재기도 합니다. 이런 특성을 또 고려하면 오히려 중앙집중형 포털 전략이 메타버스의 흐름과 맞을 수도 있지요. 아니면 네이버가 메타버스에서는 전혀 다른 방식을 추구할 수 있고요. 최근 검색 서비스 완전 갈아엎으며 외부 콘텐츠도 막 가져온다는 말을 듣고 떠올린 생각입니다.


그러니까 네이버도 짱짱맨이니까 뭔가 다를 수 있다는 겁니다. 아니면 메타버스가 망할 수 있는 시나리오도 예상 가능하겠지요? 네. 맞습니다. 네이버 형님이 보여줄 메타버스도 기대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사랑해요 네이버. 근데 지금으로서는 카카오에 걸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