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와 범생의 경계에 선 남자, 김세원 웍스메이트 대표
불혹의 나이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세상을 왜,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헷갈리는 질풍노도의 귀염둥이. 줄여서 질귀가 2022년을 맞아 새로운 콘텐츠를 만듭니다. 2022년을 맞아 새롭게 시작하는 그냥 술자리에서 만난 사람들의 미친 이야기. <정말 죄송한데 왜 사시는지 알 수 있을까요. 궁금해서요> 시리즈입니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제 레이더에 걸린 모든 분들이 대상이며 좋은 단백질원입니다. 도망칠 길은 없습니다. 거기 엉덩이 들지 마세요. 살짝 열린 문 틈 너머로 애절한 눈빛 빛내도 나갈 수 없습니다. 진지하고 학술적이며 온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사이좋게 코인정보를 거래하는 훈훈함을 지향하면서도 굳건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로 묶인 연대감을 자랑하는 당신 손의 자랑스러운콘텐츠. <정말 죄송한데 왜 사시는지 알 수 있을까요. 궁금해서요>. 줄여서 <정.사.금> 시작합니다.
<7대 필독사항>
<정.사.금>은 팩트를 소중하게 생각하지만 MSG도 사랑합니다. 엄마의 정성이 들어간 미원소머리국밥을 지향합니다.
<정.사.금>에 나왔다고 주변에 자랑하면 인간관계가 바스러지는 소리를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정.사.금>을 읽은 후 알찬 시간이었다 생각하면 병원에 가십시요.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직통번호 1899-0893. 늦었다 생각하지 말고 포기하지 마세요. 극복할 수 있습니다.
<정.사.금>은 방송심의규정을 준수하지는 않죠 당연히 그럴 이유가 있나 이건 방송이 아닌데 여튼 그렇습니다.
<정.사.금>은 당신의 브라보라이프와 성공적인 삶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필자의 주지육림만 응원합니다.
<정.사.금>은 지구 온난화와 미중 패권전쟁, 우크라니아 사태의 평화적인 해결을 기원합니다.
<정.사.금>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BTS와 블랙핑크 등 세계적인 셀럽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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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미팅은 코로나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진행합니다
때는 2020년 8월. 당시 저는 분유값이라도 벌어보겠다고 서울창업허브 강연 프로그램에 참가합니다. IT 흉노족 정도 되는 변방에 위치한 처지라 간혹 최신 트렌드를 떠벌리는 자리는 나가봤지만 당시 강연 프로그램은 조금 독특했습니다.
스타트업 대표들을 대상으로 언론 리스크에 대해 썰을 푸는 자리였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하면 기자라는 작자들은 당신들의 스타트업에 이런저런 리스크가 벌어졌을 때 아마 이렇게 요렇게 저렇게 물어 뜯을거다. 그때는 이렇게 요렇게 저렇게 막으면 될껄 아니면 말고 뭐 이런 콘텐츠죠.
한참 썰을 풀 때였습니다. 주말. 궂은 날씨와 코로나 여파를 뚫고 현장을 찾은 분들에게 아양이라도 떨어 강연평가를 잘 받아보는 것은 어떨까라는 생각에 엉덩이춤이라도 출까 싶던 무렵, 유난히 눈을 빛내며 열심히 필기까지 하는 사람을 발견했습니다. 심지어 질문까지 거침없이 하더군요. 전형적인 모범생 스타일이 줄줄 흐르는. 김세원 웍스메이트 대표와의 첫 만남입니다.
벌써 2년이나 지났고, 코로나는 그대로고, 그렇게 가끔 소주 한 잔 기울이는 사이가 됐습니다. 여의도 중국집. 그를 만났습니다.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우리를 기억해주오 집행관이여. 아둔이 그대를 보살피시길(Remember us, Executor. May Adun watch over you)
-더러운 프로토스시군요
=안녕하세요. 저는 건설인력 비대면 중개 플랫폼인 가다를 서비스하는 웍스메이트의 김세원 대표라고 합니다. 갈수록 부족해지는 건설현장의 인력수급을 모바일로 지원하며 서비스 출시 후 최근까지 무려 7만명 이상의 근로자들이 우리의 서비스를 이용했습니다. 2020년 4월 법인을 설립했으며 종합건설사와 전문건설사 모두와 협력해 윈윈하는 방향성을 고민하고 있답니다.^^
-그러니까 더러운 프로토스시군요
=웍스메이트는 HDC현대산업개발의 제1호 스타트업 스핀오프이기도 합니다. 건설사에서 스타트업 스핀오프를 한다는 것이 이례적인 편이라 어깨가 무겁지만, 평생 직장생활만 하다가 큰 꿈을 품고 좋은 동료들과 함께 해 너무너무 행복하답니다.
-입구 포토캐논 너무 싫어요
=본인 소개를 하겠습니다. 중앙대학교 건설경영학를 졸업했습니다. 평생 주택과 건설 관련 일을 하고싶었고 삼성물산에 입사해 주택부문에서 일을 했지요. 그러다가 HDC현대산업개발로 이직해 건축지원팀에 몸 담았습니다. 총 21년의 직장생활. 정말 열심히 일했고 다행히 많은 분들이 인정해주셨습니다. 그러다 스타트업 대표로서 새로운 도전을 다짐했고. 그렇게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네. 그러니까 더러운 프로토스의 진영에 들어간 이유는?
=한창 스타크래프트가 인기를 끌던 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 삼성그룹이 삼성칸이라는 프로게임단을 운영할 정도로 스타크래프트 존재감이 대단했습니다. 그때 제가 삼성그룹에서 2003년 임직원 대상으로 열린 1회 스타크래프트 대회에 나가 1등을 했지요. 결승전은 그룹 본사 대회의실에서 열렸고 중계진까지 등장해 현장의 분위기가 뜨거웠습니다. 그 현장에서 제가 삼성그룹 스타 최강자의 자리에 올랐다는 것! 프로게이머를 초청해 이벤트 게임까지 할 정도로 사내 인싸였습니다. 그리고 그때 저에게 삼성그룹 임직원 스타크래프트 1등의 위업을 달성하게 만들어 준 종족이 바로 프로토스. 'The Firstborn(첫 번째 자손)'이지요.
-게임을 엄청 좋아했나봅니다? 인상은 뭔가 순둥순둥 공부만 했을 것 같은데
=저 게임덕후입니다. 대학 4학년 때 토목 엔지니어 시험을 준비한다고 부모님에게 고시원에 틀어박히겠다고 선언한 다음 집을 나와 노량진에서 걍 스타만 했어요.
-역사에 남을 효자시군요! 게임고시를 준비하셨네요!
=한 1년간 삼일 게임하고 삼일 자면서 열심히 스타를 했지요
-삼일 더하기 삼일은 육일인데? 일주일은 칠일입니다
=하루는 공부를 한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쓰러졌어요. 아무리 20대의 젊은 나이라고 해도 삼일 밤낮을 자지도 않고 게임을 하니 몸이 버티지 못한거죠. 그러다가 생각했습니다. 정말 게임만 하면 사람이 미치는구나. 아 이러다 정말 죽겠구나.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다시 공부를 열심히 해서 삼성물산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결혼도 했고요.
-되는 사람은 뭘해도 되는군요. 이후로는 게임을 하지 않았나요?
=첫째를 낳고도 한동안은 게임을 했습니다. 무엇보다 삼성그룹 스타황제가 된 후로는 뭐...물론 가장이 되면서 책임져야 할 것들이 많아졌지만 전장의 안개가 절 부르더군요. 전 피해자입니다.
-다들 그렇게 말하곤 합니다.
=그런데 어느날 첫째 아기를 업은체 서서 스타를 하는 제 모습을 발견하고 성찰을 시작했습니다. 게임을 하는 행위가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 성격이 하나를 파기 시작하면 죽을때까지 파는구나. 뭔가 삶의 균형이 필요하다. 그때부터는 게임을 하지 않았습니다
-사모님이 좋아하셨겠어요
=아내는 제가 게임하는 것을 너무 싫어했어요. 하지만 삼성그룹의 스타황제로 등극한 후 상금을 받았는데...다음부터는 은근히 기대도 하더군요. 다음 대회 시즌이 왔는데 스타를 하지 않는 저를 보면서 은근히 "연습안해?"라 찔러보기도 했죠
-재미있네요. 자 스타 이야기는 여기서 그만하시고
=당신만 조용히하면 됨
-좀 식상한 질문이지만 대기업 잘 다니다가 갑자기 스타트업의 광야로 나온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실 고민이 많았습니다. HDC현대산업개발에서 나름 인정도 받으며 잘 나갔는데...저는 '선택의 옳고 그름은 아무도 모른다'는 말을 하고 싶네요.
-갑자기 철학?
=저를 스타황제로 만들어 준 삼성물산에서 HDC현대산업개발로 이직할 때 이야기를 하고싶네요. 당시 이직할 때 사실 하고싶은 것이 있었습니다. 인사담당자도 그 부분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어요. 그.런.데. 결론적으로 무산됐어요. 정말 힘들었지요. 이직을 해버린 상태로 돌아갈 수도 없고. 그런던 어느날 삼성물산 동료들한테 연락이 온 거에요. 대부분 저의 HDC현대산업개발로의 이직을 만류하던 동료들인데...갑자기 구조조정이 있었다고. 저와 비슷한 동년배들이 옷을 벗게 됐다고 그러는겁니다. 그때 생각했어요. 정말 선택에 대한 옳고 그름은 아무도 모르고, 끝까지 가봐야 하는 것이구나.
-인생사 새옹지마네요.
=이런 경험들이 절 스타트업 창업으로도 이끌었던 것 같습니다. 여기에 가족들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어요. 특히 아내에게 고맙죠. 저의 선택을 지지해줬고 대기업의 안락한 삶을 버리고 광야로 나가려는 저에게 "잘 안되면 내가 장사라도 해서 돈 벌게!"라 말했습니다. 눈물나게 감사했어요. 한편으로는 '이 인간이 내가 말해도 알아먹겠나' 싶으며 체념한 것 같기도 하고
-뭔가 고참 유부남의 연륜이 묻어나는 인터뷰로군요. 자제분들도 아빠의 선택을 지지했나요?
=올해 고3, 고1 두 아들을 키워요. 스타트업 창업을 할 때 막내 고1 아들에게 물었죠. 아빠가 대기업을 나와 스타트업을 창업하려고 한다. 아빠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도전할거다. 나의 선택을 믿어줄 수 있겠니?
-(흥미진진)뭐라던가요
=별 말이 없더군요
-뭔가 감동적인 멘트가 나와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막내는 아빠가 대기업 다니는게 좋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갑자기 스타트업 창업을 한다고 하니 당황했을 것 같아요. 다행히 지금은 저를 지지하고 응원해주고 있습니다. 정말입니다. 진짜입니다.
-그렇군요.
=정말이라니까?
-가족들의 전폭적인 지원과 애정과 믿음과 분노와 사랑과 후원에 힘입은 웍스메이트의 가다는 요즘 어떤가요?
=건설현장은 어디에나 존재하고 누구나 일하고 있어요. 그리고 우리는 기존 인력사무소의 역할을 투명하고 빠른 플랫폼 전략으로 투영시켜 말 그대로 폭풍성장하고 있습니다. 2020년 8월 서비스 출시 후 약 7만명의 근로자가 우리와 함께했으며 임금지급액만 80억원을 넘겼어요. 구체적으로 지난해 8월 구글플레이와 애플스토어에 ‘가다’ 서비스를 론칭 후 누적 건설 근로자 7만2,000명, 누적 건설 일자리 매칭 6만2,000건, 2021년 11월 거래액 11억원 등의 성과를 냈습니다. 최근 집중하는 것은 근로자들에게 적절한 보상이 온전하게 돌아가는 것. 이를 강력한 인프라로 내재화하기 위해 은행업계와도 긴밀하게 논의하고 있습니다.
-자랑할 것 더 없어요?
=건설 일용직 근로자의 이력 및 세부적인 직무 데이터를 활용한 일자리 매칭 알고리즘의 고도화, 나아가 방금 설명했듯이 금융회사와 연계한 임금 선정산 금융 인프라 구축에 투자를 더욱 확장하고 있습니다. 54조 건설 인력 시장에 디지털 로드맵을 투영시키고 있어요. 앱만 열면 바로 일자리가 뙇! 건설사도 앱만 열면 안정직인 근로자 확보가 뙇! 여기에 일반적인 긱 이코노미의 폐혜를 해결하기 위한 자체 솔루션까지 준비했습니다. 추후 자재 시장까지 진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투자도 꽤 받았죠?
=서비스 출시 15개월 만에 프리 시리즈(Pre-Series) A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이후 한국성장금융과 포스텍홀딩스 투자에 이어 한국투자파트너스(한투파)의 투자도 유치했어요. 이를 바탕으로 건설사업 중심의 건설플랫폼으로 발전하고 추후 글로벌 시장 진출도 타진할겁니다.
-잘 되면 저도 뽑아주세요
=하는거 봐서요
-여기서 또 식상한 질문 하나 더 나갑니다.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가요? 웍스메이트 상장? 테란정복? 세계정복? 만수르?
=제 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들을 지키고 싶습니다. 어디를 가도, 무엇을 해도 제 사람들을 지키고 싶어요
-이태원...아니 영등포 클라쓰? 갑자기 김새로이?
=저희 서비스를 이용하는 근로자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고 더 쾌적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울타리가 되어주고 싶습니다. 나아가 우리 웍스메이트 직원들을 지키고 싶습니다. 그렇게 선한 영향력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것이 가능할 수 있도록 힘을 키우고 싶습니다.
-힘을 원하는가? 원한다면...주겠다!
=....진짜?
-인간 김세원이 걸어갈 길도 궁금합니다
=제가 이야기했죠? '선택의 옳고 그름은 아무도 모른다' 네. 맞아요. 지금 내가 내리는 선택이 정말 옳았는지, 아니면 틀렸는지는 하루나 이틀, 혹은 5년이나 10년이 지나도 완벽하게 정해지지 않아요. 오로지 마지막 순간. 내가 죽는 그 순간이 되어봐야 알겠죠.
-그래서요?
=선택을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삼성을 나왔을 때, HDC현대산업개발의 품에서 나와 스타트업을 창업하기로 결정했을 때 내렸던 모든 선택들. 그 사이사이에 무수히 많았던 또 다른 선택들. 물론 당시에는 잘못된 선택처럼 보이는 것도 많았지요. 하지만 아직 그 선택의 방향들은 온전히 가려지지 않았어요. 오직 내가 죽을 때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는겁니다. 그 전까지는 치열하게 고민하고 공부하고 달려들어서 선택하고, 또 선택하면서 선택 자체를 포기하지 않을겁니다.
-선택에 대한 결론은 우리가 살아있는 한 여전히 미정이다
=대신 냉정해질 필요는 있지요. 저는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은 별로에요. 이룰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목표입니다. 꿈은 이루어질 수 없어요
-갑자기 왜 그렇게 냉정합니까
=사실이니까요. 그래서 전 제 스마트폰 화면에 '삶의 목표'를 저장해두고 매일 아침 일과를 시작할 때 소리내어 읽으며 시작합니다. 흔들리지 않게. 냉정해질 수 있게. 그래서 꿈이 아닌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치열하게 선택하기 위해. 다만 그 결과는 내가 죽을 때 나 스스로 판단하겠다는 다짐입니다. 이것이 웍스메이트 가다를 통해 추구하는 인간 김세원의 길입니다.
-본인만의 격언이 있을 것 같아요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저희 집 가훈입니다. 머무는 곳에서 주인이 되면, 그곳이 바로 진리의 자리라는 뜻이지요.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네이버에서 검색해보죠 뭐. 독자님들도 알아서 검색해보세요. 김 대표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제 적시죠.
=술도 잘 못 먹으면서...가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