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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진홍 May 27. 2016

"선생님..배달의민족 사무실이 자꾸 말을 걸어요.."

쩌리 기자, 뜻밖의 여정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사무실에 다녀왔습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근처에서 식사를 하고 사옥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어요. 음, 우아한형제들 사무실이 심상치 않다는 사실은 익히 들어 알고있기 때문에 다소 흥분? 되기도 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솔직히 말해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우아한형제들과 저는 서로 기분좋은 상황에서 처음 만나지 않았어요. 솔직히 말하면 배달의민족이라는 서비스와 상징성, 김봉진 대표에 대한 이미지 등을 둘러싸고 업계를 취재하는 기자 입장에서 '마냥 좋은 말'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물론 배달의민족을 포함해 제 취재처 전부에 대한 생각이고요.) 불필요한 딴지걸기만 아니라면 정당한 문제제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다만 제 실력이 부족해 어설프게 파고든 부분도 있었고, 지금 생각해도 정당한 문제제기였다고 자부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던 차에 이런저런 인연을 타고 서로를 이해하기로 했고...그 간극에서 이번 비공식 탐방의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이제부터 그 소감을 적어볼까 합니다. 미리 밝혀두는 점은 일하는 사무실이기에 막 사진을 찍지 못해서 사진 자체가 매우 단편적이고, 그 과정에서의 느낌은 순전히 주관적인 견해라는 점입니다. 재미로 봐주쎄요!


이때 눈치를 챘어야 했어...!!!

배민(통칭하겠습니다) 사무실은 석촌호수 근처에 있습니다. 사무실은 3개로 나눠져 각각의 건물에 분산되어 있는데요. 여기에는 그냥 하나로 소개할께요. 입구에 들어서면 배민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발렛파킹 표지판이 보입니다.

사무실에 들어가니 ‘9시 1분은 9시가 아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더군요. 뭔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요....?

구내식당으로 가봤습니다. 널찍한 공간에 모던한 장식이 눈에 들어옵니다. 벽면에는 직원들 사진이 걸려있는데....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직원들이 입사할 경우 벽면의 사진 위치와 크기를 분양받는다고 합니다. 대표라고 큼지막하게 소개된다는 법 없다는 거죠.

구내식당은 아침도 준다고 하네요. 셰프가 정성스럽게 만든 요리를 마음껏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지나면서 구경을 하고 있으니 정수기들이 말을 겁니다. ‘우리회사엔 얼음나온다’ 부러우면 지는 겁니다.

구내식당 한 켠에는 다트도 있더군요. 한 번 해보고 싶었는데 왠지 눈치보여 관뒀습니다.

사무실에 들어가니 모두들 열정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잡담하는 장면을 기대했건만 잡담하는 분이 없어 살짝 잡무룩...그런데 사무실 한켠에 텐트가 보이더군요. 뭥미? ‘텐트 회의실’이랍디다. 텐트 내부를 들여다보니 아웃도어 의자가 있어요! 머리도 식힐겸, 회의를 텐트에서 하며 기분도 낸다는 겁니다. 허허. 옆에는 심지어 평상까지 있습니다. 수박 한사발 잘라먹을 기세입니다.

그런데 그 옆에는 독서실같은 장소가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이건 뭘까...혹시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야단맞고 유배간다는 생각하는 의자? 설마 사내 가혹행위? 당연히 아니었습니다. 일하는 도중 집중하고 싶은 일이 있거나 좀 편안하게 있고 싶을 때 스며들어가는 곳이랍니다. 가끔 양말을 벗고 후리하게 반쯤 누워 업무를 보는 직원도 있다는 목격담이 들리더군요.   

다음 사무실입니다. 익숙한 새마을 로고와 함께 ‘퇴근할 땐 인사하지 않습니다’와 ‘휴가에는 사유가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정자로 박혀있네요. 새마을...친박???? 죄송합니다. 사무실에는 열정적으로 일하는 분들의 요란한 키보드 소리로 가득합니다. 의외로(?) 진지하게 일하시네요. 제가 뭘 기대한거죠...

이 사무실의 백미는 테라스입니다. 그냥 여름에 아이스박스에 맥주 담아 한 잔 들이키면 딱이에요. 저 멀리 롯데타워가 보이고 경관이 참 좋습니다. 옆에는 아웃도어 느낌의 자리도 보이네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음 사무실로 가려는데 ‘나도 누군가에게 회사다!’라는 문구가 벽에 박혀 있습니다. 옆에는 배민이 실제로 색상을 출원(표현이 맞나?)한 포스터도 있었습니다. 143C 후라이드 색상이 묘합니다.

사무실로 들어가는 길. ‘앉으면 치질 걸려요’라고 중얼거리는 벽을 지났습니다. 여담이지만 배민 사무실과 복도, 심지어 화장실 등등에는 기발한 문구들이 많이 적혀있습니다. 가끔 애네들이 저한테 말을 거는거 같아요....

디자이너들이 있는 사무실로 갔습니다. 뭔가 크리에이터한 우주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한켠에는 외로이 지내는 자취생에게 보낼 사은품인 휴지와 컵라면이 수북합니다. 이게 왜 디자이너 사무실에 있냐고 묻고 싶었지만 관뒀어요...그나저나 휴지를 보니 떠오르네요. 대학교 자취 시절 학교 화장실에서 참 많이 훔쳤는데...배민을 조금 더 빨리 만났다면...

사무실 벽에는 배민서체가 보입니다. 총3개의 익숙한 서체가 단계별로 있습니다. 4번째 서채가 적용된 포스터도 있었지만 이건 비공개라 찍지는 않았습니다. 좋은 내용이 많더군요. 무슨 선언문 같기도 하고...아, 그 아래에 프린터가 또 말을 거네요. ‘언제든지 찾아주세요’

디자이너 사무실 옆으로 돌아가니 휴게공간이 나왔는데요 홍대 스타일입니다. 그런데 들어서는 순간 무언가 묘한 기사감이...위를 보니 고양이 머리가 공허한 천장을 바라보며 절 반깁니다. 옆에 있는 ‘일할땐 박력있게’라는 문구가 참 묘해요.

아, 이런 정수기가 또 말을 거네요. ‘산은 산이요. 물은 셀프요’ 이런 수다쟁이들. 후훗.

사무실 곳곳에 다양한 포스터가 붙어있는데...직원 버킷리스트를 정리한 것이 새롭습니다. 1.0 버전과 2.0 버전이 있는데 2.0 버전을 보세요. 캬. 죽입니다. 이 사람들은 회사에 대갈베이커리와 봅슬레이, 김밥천국, 헬기장을 만들고 싶어하는군요! 축하드려요! 정상이세요!

그런데 사무실을 가만히 보니 뭔가 익숙한 이름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후크, 악어, 네버랜드...맞아요. 피터팬을 참 좋아하나 봅니다! 피터팬 좋아하는 사람 치고 나쁜 사람 없죠. 제 아들이 묘하게 피터팬 좋아합니다.ㅎㅎ

한창 사무실을 피터팬처럼 날아다니다가 김봉진 대표님을 만났습니다. 구내식당에서 잠깐 만났는데 어쩌다보니 제가 추격하는 모양새를 풍겼어요...기분좋게 사진 한 장 찍었습니다. MOU 맺었습니다. 넓은 사무실 공간에 MOU 전문가 실제인물과 간판, 김봉진 대표님과 사진을 찍으니 좋으면서도 약간 당황했습니다. 따스하게 맞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무실 직원분들이 유난히 즐거워하시더군요. 저도 덕분에 참 재미있었습니다.(웃은 사람 얼굴봤어...)

그렇게 얼굴 익히려 돌아다니다 보니 직원 자리 위에 의미심장한 명패가 보이더군요. 이름이 적혀있고 위에 재미있는 소개문구도 있어요. 전소영님. 전 당신의 말에 적극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러고보니 사무실에 여직원들을 위한 편의시설도 참 많았습니다. 시스터의 방. 이런거 참 좋더라고요. 이를 지나쳐 다른 사무실로 갔는데...우아한 모의고사가 보였습니다. 배민에 대한 퀴즈인데요. 대충 저도 풀어보니 50점 수준이었습니다.

한켠에는 배달의민족 잡지광고가 있습니다.(이코노믹리뷰 광고도 한 번 해줘요) 잡지 성격에 맞게 강렬한 문구를 적는 방식인데요. 정말 기상천외합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광고로 ‘인류는 왜 닭을 선택했는가’ 광고가 보입니다. 아, 정정합니다. 매우 현학적이군요!


총평입니다. 여러분. 배민 사무실을 다니다 보면 막 벽이랑 의자, 정수기와 천장이 말을 걸어요. 요사스러운 곳입니다. 저 30분 정도 둘러보고 그냥 여기 살고 싶었어요. 여기 있으면 평생 재미있는 일만 있을 것 같았거든요.


사실 고백하자면 외부인인 제가, 기자인 제가 배민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겠죠. 이들이 방향성을 잘 잡고 가는 것일까? 성공할까? 실패할까? 모릅니다. 그저 뒤를 쫒거나 지금을 보고, 미래를 함께 예상하는 수준입니다.

그러나 이것 한 가지는 확실해요. 배민은 지금까지의 기업과는 분명 달라요. 분위기, 문화가 다릅니다. 사실 이것만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는 집단입니다. 배민. 흥해라!


다만 방문 후 부작용을 조심하세요. 배민을 다녀온 후 자꾸 제 지갑이 저한테 말을 걸어서 죽겠어요. 그래서 어제 알게된지 3년만에 소주일잔 했습니다. 그래도 약간 친해진 듯.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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