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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진홍 Jun 15. 2016

애플의 위기는 아이폰이 아닌, 착한 코스프레?

과감해질 수 없는 그들의 속사정

WWDC 2016을 보셨나요? 명색이 글로벌 기업이라는 사람들이 왜 다들 자는 시간인 새벽 2시에 행사를 여는지 참. 마케팅의 기본을 가르쳐야 할 것 같습니다. 나원 참. 어이없어서. 그러고 보니 유로2016도 마찬가지입니다. 왜 다들 잘 때 축구하는 거여..힘들지도 않나.(죄송합니다. 이런 개그 꼭 해보고 싶었습니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그냥 취재를 하며, 생각을 하며 떠오르는 생각을 다소 거칠게 쓴 겁니다. 친절한 글은 아니고요...그냥 이런 생각도 있다..정도로 이해해주세요.

애플에 대한 '실망'
WWDC 2016을 보셨다면 다들 소감이 어떠신지요. 하드웨어 행사가 아닌 개발자 회의라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진행되어 이견이 갈립니다만, 전반적으로 '걱정된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더군요. '원모어씽' 없을 거라는건 당연히 짐작했고, iOS10의 10가지 혁신이라고 쭉 이야기하는데 '설마 10개는 아니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버티느라 죽는줄 알았습니다. 진짜 10개더군요.


뭐 요약하자면


"시에라의 등장, 중국에 대한 구애, 어? 카톡 나왔네? 스크리블 웃기겠다! 휠체어 환자에게도 세심하군! TV는 참 좋아해, 애플페이 연동하려면 모니터 들고가야 하나? 어? 저 메신저 기능 페북에서 본건데? 저 누님 웨이브 죽이네, 스위프트 플레이 그라운드 LG 표절? 어? 대한민국 교육부가 좋아하겠네! 어? 끝이네?"


사실 WWDC 2016뿐 아니라 꽤 많은 사람들이 애플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일리가 있어요. 아이폰 매출은 계속 떨어지고 중국에서의 약빨도 왠지 힘을 쓰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신흥시장 인도가 생각대로 움직여주나? 아니죠. 팀 쿡이 직접 찾아가 구애를 했지만 인도 정부는 리테일 스토어를 허락하지 않았죠. 페이스북 인터넷오알지도 쳐내버린 인도는 단호박이 분명합니다.


결정적으로 스마트폰 시장은 끝나가고 있습니다.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스마트폰 시장은 처음으로 한자릿수 성장이 유력합니다. 비보와 오포 등 앙팡테리블이 등장하고 샤오미는 기를 쓰고 글로벌로, 화웨이는 우직하게 시장을 잡아먹고 계시죠. 삼성전자도 만만치 않고요.


종합하자면 혁신이 사라진 애플은 최근 오락가락하는 시가총액과 브랜드 가치만큼 출렁거려요. 전 그래도 '연예인과 애플 걱정은 필요없다'는 주의지만 요즘은 '...혹시?'라는 생각이 고개를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네요.


하지만 전 역시. 이 부분들이 애플의 근원적인 위기를 말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이폰 안 팔린다? 스마트폰 성장세 다 떨어지고 있어요. 잘 나가도 한순간. 중국 시장? 중국 시장도 서서히 포화에요. 혁신이 없다? 딴데도 마찬가지에요. 그럼 다 같이 망하냐? 그건 아니죠. 뭔가 방법을 찾는 사람이 이기겠죠. 자율주행차? 웨어러블? 아무도 모르지만 미래의 먹거리를 찾으면 이깁니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애플도 나름 움직이고 있습니다. 


현재를 두고 애플의 위기를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1등 하던 녀석이 빛이 바랜건 사실이에요. 근데 2, 3, 4등도 마찬가지고, 그 격차가 조금 좁혀졌을 뿐입니다. 위기의, 변화의 시대니까요. 난세입니다.


글로벌 스마트폰 수익의 90%를 누가 가져 가는지 되짚어보기를 바랍니다. WWDC 2016도 마찬가지에요. 사실 많은 분들이 WWDC 2016에 실망했지만 전 꼭 그렇게만 보지는 않았습니다. 인터랙티브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소통을 강조하는 지점, 개발자 생태계를 늦었지만 오픈하려는 태도 등 나름의 성과가 충분했다고 생각합니다. 시리를 전면에 배치한 것도 눈길을 끌고요.


그러나 애플의 위기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아오 오락가락;;) 전혀 다른 측면에서의 위기, 그것도 매우 심각한 위기가 존재합니다.

시리야, 병신년(丙申年)이 언제지?
WWDC 2016에서 애플은 시리를 전면에 세웠습니다. 위챗 및 우버와 연동되는 강력한 녀석이 등장했어요. 하지만 왠지 강화된 시리에게도 병신년이 언제인지 물어보면 저에게 올바른 언어생활을 훈계할것 같군요. 맞습니다. 구글 어시스턴트와 비교하기 민망할 정도로 애플의 인공지능 기술력은 다소 뒤쳐집니다.


네? 시리가 병신년이 언제인지 몰라서 애플의 위기가 온다고요? 인공지능 기능이 약한 것도 분명 타격이지만 사실 그건 지엽적인 요소에요. 그렇게 강조했던 메시징 기능을 보여줬지만 스티커로 장난치지 말고 더욱 고도화된 알고리즘을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건 일단 차치합니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어요.


바로 데이터입니다. 애플은 데이터 확보에 근본적으로 애를 먹을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해킹과 더불어 사생활 침해를 경계하는 애플의 의지가 자율주행차 개발에 어려움을 겪게 만드는 것처럼, 애플은 데이터 확보를 위해 사용자 정보를 수집하는 일에 난색을 표합니다. 이것 때문에 FBI랑 맞짱까지 떴는데 그 의지는 대충 알만하죠.


그래서 애플은 사용자의 행동패턴과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있는 개별 이용자를 추적하는 기술을 분리시키려고 합니다. 그러니까 데이터는 얻는데 필요최소 데이터만 원한다고 할까요. 간편결제 사업자들이 O2O를 아우르며 무자비한 데이터 확보에 열을 올리는 상황에서 참 착한 기업으로 어려운 길을 가고 있습니다. 디디추싱에 투자했잖아요? 이 상황에서 애플이 데이터를 확보하려고 개입한다면 이용자가 어디에서 뭘 하는 사람인지는 일절 알아보지 않고 그냥 이용자가 어디에서 얼마나 서비스를 이용했는지만 가려내는 격입니다. 맛있는 케이크가 있는데 케이크 위 초콜릿만 먹는 거죠.


개인적으로 이런 방법론을 지지하지만, 사실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페이스북이 왜 데이터를 모을까요. 네이버가 왜 소상공인을 끌어 안으며 데이터를 축적시키고 있을까요. 왜 아마존이, 모든 O2O 기업과 간편결제 기업들이 데이터에 목을 맬까요. 심지어 MS도 오피스 사용자 경험을 확보하기 위해 링크드인을 고가에 인수합니다. 전문가 네트워크라는 데이터를 오피스 프로그램과 다이내믹스 등과 연결해 시너지를 노리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전문가 네트워크가 MS의 사무실 사용자 경험에 큰 도움이 될까?라는 지점에는 의문입니다. 사무실 업무를 보면서 업계 전문가를 찾는 일이 그렇게 가치있고 중요할까? 뭐, 그 이상의 시너지도 여럿있고 MS는 엔터프라이즈에서 B2B 영업을 하면 되니까 가치는 있겠지만, 여튼 좀 생각해 볼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애플은 사생활 침해를 지양하기 때문에,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의 중심으로 빠르게 치고 나가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제 사용자 경험의 시대며 그 중심에는 '데이터'를 확보한 클라우드가 저장고로 작동합니다. 이를 인공지능이 받아 빠르게 처리하고 초연결의 사물인터넷으로 이어져 수족이 되어주는 로봇, 소통 플랫폼으로 발전하는 가상 및 증강현실이 뻗어가는 모델입니다. 사용자 경험, 그것도 매우 특별하고 특화된 사용자 경험을 위해 필요한 요소들이며...이것들은 모두 데이터를 근간에 둡니다. 코타나도 MS의 링크드인 인수로 기회를 잡았다고 봐야죠.

격하게 응원한다, 하지만...
구글이 구글어시스턴트를 공개했을때 아마존의 에코와 비교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때 내심 애플도 비슷한 스피커를 출시하지 않을까 했습니다. 구글홈과 알렉사의 대항마인 시리(약하지만)가 있으니 애플도 뭔가 스피커를...하지만 일단은 알려진게 없습니다. 비슷한 기능이 TV에 탑재되고, WWDC 2016에서 시리와 콜라보한 애플TV가 나왔습니다.


따지고 보면 결과론적이지만 애플이 시리를 스마트 스피커로 만들 가능성은 낮았습니다. TV정도야 초연결의 활동범위가 상대적으로 좁으니 가능해도, 스피커는 '무언가를 시청한다'를 떠나 '지시를 내리고 삶의 방식을 공개'하지 않습니까. 어익후. 가족 구성원 모두가 다 들을 텐데 내 말을 알아듣는 스마트한 스피커를 만들다니. 그럴리 없겠죠...(개그입니다)


종합하자면, 이제 사용자 경험의 시대를 맞이해 '뛰어난' 경험도 좋지만 '개개인에 특화된' 경험도 보장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애플은 브랜드 효과 후광에 iOS를 하드웨어인 아이폰에 탑재하는 방식으로 사용자 경험을 충실하게 보장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더 고도화되어 특정한 단말기에 종속되지 않은 각각의 기기에 각각의 특화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해야 할 시대가 올겁니다.


내가 쓰는 노트북에, 스마트워치에, 피트니스 기기에 내가 원하는 사용자 경험이 끊김없이 이어지는 현상. 포스트 스마트폰은 이런 무형의 소프트웨어적 사용자 경험이 각광받는다에 제 한달 용돈인 40만원을 겁니다. 인공지능이 중심이 되어 정보를 처리하고 클라우드가 백단을 맡으며, 초연결로 연결된 모든 것들이 가상 및 증강으로 번지는 그림.


예를들면 처음쓰는 자동차도 내가 편하게 세팅이 되어있는 서비스. 우버의 자율주행차와 네이버의 블루 프로젝트가 이러한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공유경제의 지향점이 특화된 사용자 경험을 보장하는게 아닐까...


이런 상황에서 다른 플레이어들은 실정법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면서까지 데이터를 모으지만, 애플은 그렇지 않습니다. 글쎄요. 아이폰 안팔리는거보다 애플의 이러한 '선한 고집'이 더 문제로 보입니다. 애플은 이 어려운 길을 갈 수 있을까요? 어려워보입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그건 또 비판할수는 없어요. 네? 왜냐고요? 간단합니다. 그건 우리가 통신사가 정보 알아서 바치고 카톡이 선택적으로 검열되며 신형 스마트폰에 정부앱이 선탑재되는 21세기 대한민국에 살고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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