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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진홍 Jun 18. 2016

"싸이월드... 뜨거운 녀석과 일촌 맺어봐요"

커머스와 MCN

와디즈를 통해 크라우드펀딩에 나섰지만 실패했던 싸이월드가 싸이월드 어게인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소식입니다.(관련기사 = '세계 첫 SNS' 싸이월드, 동영상 결합해 '부활' 나서)


개인적으로 반가운 일입니다. 한 때 밤잠을 설치며 어설픈 중2병에 헤매이던 무수한 밤, 싸이월드는 제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싸이월드의 등장과 더불어 몇가지 개인적인 의견을 더해볼까 합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철저한 사견입니다.


싸이월드, 우리는 왜 일촌을 끊었나
싸이월드는 전성기 3500만에 달하는 가입자로 바글거렸던 세계 최초 SNS입니다. 지난 1999년 이동형 씨가 카이스트 동기들과 함께 만들었으며 말 그대로 일촌바람을 주도했어요. 하지만 SK컴즈에 인수된 후 글로벌 SNS에 자리를 내주며 서서히 몰락의 길을 걸었습니다.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것. 2004년부터 모바일 서비스를 시작했으나 PC버전의 이용자를 효과적으로 유입시키는 것에 실패했고 이 과정에서 SK컴즈의 품에서 글로벌 진출의 적기를 놓쳤습니다. 2011년 글로벌 싸이월드로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 등 5개 언어를 지원하며 재도전에 나섰지만 이미 시장의 향배는 결정이 난 상태였어요. 시스템이 철저히 폐쇄적이라 다른 플랫폼과의 확장성도 문제가 많았습니다. 물론 SK컴즈가 이용자 정보를 대거 털린 것도 큰 이유였어요. 이건 신뢰의 문제입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야성을 잃어버렸기 때문이 아닐까...합니다. 먼저 SK컴즈 자체가 의사결정이 늦었어요. SK컴즈는 모회사던 SK텔레콤의 눈치를 보면서 문자메시지 매출의 하락을 우려해 네이트온 모바일 서비스 고도화를 추진하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싸이월드는 말 잘듣는 자회사로 전락했고, 소위 도토리 장사에만 매진하기 시작했습니다. 서비스 초기 신선한 충격을 던졌던 참신한 매력은 반감됐고, 싸이월드는 편안한 병실침대에 누워 서서히 죽어갔습니다.

어게인 싸이월드는 어떨까
알려진 바에 따르면 어게인 싸이월드는 글로벌 동영상 SNS 에어라이브를 서비스하는 에어라이브코리아의 모회사인 Aire, inc에 주식스압 방식으로 인수됐습니다. 모회사는 미국에 있으며 동영상의 강점을 싸이월드에 더한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에어라이브는 글로벌 이용자들을 동영상 채팅으로 묶어주는 SNS입니다. 글로벌 시장에 출시되어 미국 테크크런치로부터 호평을 받기도 했으며, 여러 명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페이스채팅(Facechat)이 주력입니다. 글과 동영상 등으로 소통하며 이를 기록으로 남길 수 있다고 하니, 현존하는 모든 동영상 플랫폼과 모바일 메신저를 섞어놓은 느낌이네요.


눈길을 끄는 지점은 에어라이브코리아의 대표가 전제완 씨라는 점입니다. 그는 1990년대말 프리챌을 통해 말 그대로 대한민국 인터넷 인프라를 장악한 거물이죠. 하지만 2002년 유료화 정책으로 기반을 잃었으며, 이 과정에서 그는 복역생활을 하기도 합니다. 삼성그룹의 엘리트에서 대한민국 인터넷의 아버지로, 그러다가 복역까지 하는 기구한? 운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는 재기를 시도합니다. 2008년 유아짱을 런칭하고 2011년 개인방송 플랫폼 짱라이브를 런칭합니다. 에어라이브 서비스의 원조격인데요, 상당한 투자를 유치하는 등 제법 순항했지만 2012년 서비스를 중단했다고 합니다. 뚜렷한 수익 모델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그러나 포기는 배추를 셀 때나 하는 말이었습니다. 전 대표는 다시 창업에 나서 짱라이브 서비스 고도화에 박차를 가해 지금의 에어라이브코리아를 세웁니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동영상 SNS의 가능성을 바탕으로 싸이월드까지 묶어낸 셈이죠.


현 상황에서 어게인 싸이월드는 사진+동영상 서비스를 중심으로 출사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약간의 제언
싸이월드는 분명히 플랫폼이었고, 그것도 꽤 획기적인 플랫폼이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모바일을 내건 초연결의 SNS에 패해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한국시장에 별로 큰 공을 들이지 않고 한국어 지원도 늦었으며 심지어 지금도 B2B 영업에만 혈안이 되었고, 지 마음대로 알고리즘 바꾸며 일각에서 블루일베라는 비야냥까지 사고 있는 페이스북에 국내시장을 내어준 것은 자존심 상한 일이기도 합니다.(그렇다고 페북 싫어하는거 아닙니다. 사.랑.해.요.)


이런 상황에서 싸이월드는 추억팔이를 과감하게 중단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크라우드펀딩에 나섰을 때 지나치게 추억팔이를 했다고 감히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그래서, 뭘 보여줄건데?'라는 질문에 답하지 못했습니다. 잘 나가던 사업가가 모두를 실망시켜 망했다가 다시 돌아와서 구체적인 청사진도 없이 '나 이제 달라졌어, 옛정을 생각해줘'라고 말하면, 지금 신사업에 눈이 돌아간 투자자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동영상과 글로벌이라는 키워드를 잡아갈 수 있는 지점은 분명 고무적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존재감있는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합니다. 더불어 항상 이용자와 소통해야 합니다. 의사결정은 빠르게, 시작부터 글로벌로. 이 부분은 미래의 싸이월드가 충분히 잘 해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MCN과 일촌을...
여기서부터는 다소 나가는 '제안'입니다. 1인 미디어의 MCN과 일촌을 맺으십시요.


엄밀히 말해 MCN은 레거시 미디어도 관심을 기울이는 영역으로 부상했습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이제 막 시작한 나머지 그 이상의 퍼포먼스, 즉 돈되는 비즈니스 모델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외국의 경우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가 자신의 플랫폼을 떠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스타'로 참여하는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자랑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투트랙 전략입니다. 글로벌은 MCN의 방향성을 그대로 따라가고 협력하면 됩니다. 그리고 별도로 국내 MCN과 연결해 동영상을 기점으로 더욱 단단히 뭉치는겁니다. 물론 글로벌도 마찬가지지만요.


지금 상황을 보면 국내 MCN은 아시아 지역에서 문화 콘텐츠로 충분히 먹힐 수 있으나, 각 지역의 플랫폼들은 이를 100% 신뢰하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게다가 돈이 되지 않아요. 그런 이유로 대안 중 하나로 부상하는 것이 커머스와의 만남입니다. 소셜커머스 등 일부 유통 플랫폼이 MCN에 주목하듯이, MCN 스스로 커머스와 만나 1인 미디어의 상술적 이용가치를 고민해야 하는 순간이 왔습니다.


여기서 싸이월드 어게인은 에어라이브의 속성을 그대로 체화해 글로벌과 동영상의 길을 열어준 상태에서 커머스 플랫폼을 별도의 전략으로 끌고 갈 필요가 있습니다. SNS의 미래는 동영상으로 굳어지고 있지만 조만간 사물인터넷의 초연결을 바탕으로 하는 데이터 및 큐레이션 장사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SNS에서 성공하기 위해 글로벌과 동영상을, 이를 바탕으로 MCN과 연합한 커머스 비즈니스 플랫폼을 품어내어 현존하는 모든 가능성을 확보하는 방식입니다.


물론 이런 방법론은 싸이월드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러한 퍼포먼스가 이용자에게 어필할 수 있을까는 진지한 고민도 필요할겁니다. 하지만 인플루언서, 유명 크리에이터가 소속된 MCN과 협력해 초연결의 동영상 SNS에 글로벌 이미지를 덧대어 인프라를 구축한다면 총체적인 대단위 플랫폼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어게인 싸이월드의 강렬한 퍼포먼스를 주요 인플루언서, 크리에이터를 활용해 콘텐츠적 속성에서 보여주며 아직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MCN 사업의 돈 되는 모델을 재빨리 선점하는 방식입니다. 이 과정에서 기본적인 이용자 데이터 확보와 부가 비즈니스 모델이 창출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퍼포먼스도 보여주고, 수익 모델을 챙기는 방식입니다.


사실 이러한 제안은 싸이월드를 품어낸 에어서비스코리아 전제완 대표의 궤적을 보며 생각한겁니다. 그는 유료화, 수익모델 부재로 프리챌과 유아짱을 접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유료화는 검토에 있어 일고의 가치가 없으며, 이미 글로벌 동영상 서비스를 하며 흐름을 잡았습니다. 수익모델 부재만 해결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동시에 단방향 싸이월드TV를 런칭하거나 이용자들의 동영상 채팅에만 집중하면 곤란하다는 말도 하고 싶었습니다. 왜냐? 그건 다들 하는 거니까요.


UI는 대부분의 플랫폼과 연동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생각을 더 하자면 유튜브 등 정형화된 플랫폼을 탈피하고자 고민하는 1인 미디어의 니즈를 충분히 살려 자유도가 높은 UI를 설계해 미니홈피를 고유의 플랫폼으로 착각하게 만들거나, 최소한 잡아둘 수 있게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양자 모두 개방형 플랫폼으로 짜여져 있으면 수익 배분 및 집중도에 있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나 지금은 이게 최선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관건은 이용자 확보입니다. 하지만 무엇이 선후가 되었든 지금 '핫'한 콘텐츠는 '돈을 벌지 못하는' 1인 미디어의 콘텐츠입니다. 여기에 글로벌과 동영상 전략을 추구한다면서요. 과감히 일촌을 맺으십시요. 초기에는 커머스 플랫폼 내부에서 정보만 확보하는 느낌으로 중개만 하다가 추후 독자적인 경제 생태계를 구축해도 좋지 않을까요. 그것도 아니라면 C2C를 표방하는 헬로마켓을 동영상, 글로벌로 끌어와 MCN과 연결하십시요. 개인과 개인의 거래를 글로벌 및 동영상으로 연결해 핵심 콘텐츠로 MCN을 이용하는 겁니다.


....어려운 일이고, 선뜻 받아들이기에는 위험한 생각들이라는 것, 업계를 취재하는 저도 잘 압니다. 하지만 이제는 싸이월드를 패배시켰던 모바일도 '끝나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초연결이에요. 이 상황에서 단순하게 동영상과 글로벌로 연결만 중개하는 플랫폼은 매력이 없다는 것이 사견입니다. 큰 꿈을 꾸는 것. 싸이월드 어게인의 미래는 여기에서 시작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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