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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진홍 Aug 07. 2016

통합방송법이 답일까?

근원적인, 하지만 어려운 질문

통합방송법이 표류할 조짐입니다. 지난해 11월 국무회의를 통해 발의됐으나 19대 국회에서 논의되지 못한 상태에서 극적으로 20대 국회에서 논의가 시작될 조짐이 보였지만, 아직 상황은 시계제로입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및 관련 법안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통합방송법은 IPTV법과 방송법으로 이원화된 규제를 동일한 법률로 통합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현재의 분위기는, 지금 우리의 처지와 묘한 파열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여기부터는 철저한 사견입니다.

통합방송법, 이대로 괜찮은 거야?
통합발전법의 다양한 구성 중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역시 IPTV와 기존 방송 사업자의 규제를 하나로 만드는 대목입니다. 쉽게 말하면 전국 기준 규제 제한을 받아온 IPTV는 별도의 IPTV법을 통해 이득을 얻었고, 케이블과 같은 사업자는 지역별 규제를 받아 성장에 한계가 있었으나 이 기준을 케이블에 맞춘다는 뜻입니다. 모두 빡시게 굴린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오묘한 지점을 발견합니다. IPTV만 왜 따로 법이 있을까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방통융합의 기조와 관계가 깊습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ICT 인프라 고도화를 추진하며 통신 네트워크를 까는데 혈안이 되어 있었으며, 이 과정에서 방통융합의 흐름을 온 몸으로 받아냈다는 뜻이에요. 통신사가 가진 방송 플랫폼인 IPTV가 딱 답이잖아요? 다만 나쁜 시도는 아니지만 너무 올인했습니다. 글로벌 기업들이 대한민국을 ICT 테스트 베드로 인정할 수준까지 이르렀으나 그 이상은 손을 뻗칠 필요가 없는 실험실로 전락했으니까요. 


IPTV의 몸집이 비약적으로 커질 계기도 마련됐습니다. 한때 VOD 수입으로 먹고 살며 실시간 방송도 못하던 IPTV는 전국 점유율 규제를 받으며 몸을 쑥쑥 키웠습니다. 특히 KT는 위성방송까지 삼키며 이론적으로 100% 시장 점유율도 가능하게 되었어요.


그러나 케이블은? 유료방송의 꽃인 케이블은 악화일로를 걸었습니다. 무엇보다 몸집을 키워 강력한 상대와 대항할 기회 자체가 없었습니다. 전국 기준 점유율 규제를 받던 IPTV가 모회사인 통신사의 절대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위성방송까지 인수하며 승승장구하는 사이 케이블은 지역별 33% 규제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CJ헬로비전이 한 때 지역 SO들을 다량 인수하며 눈길을 끌었지만 딱 거기까지 였지요.


종합하자면 IPTV법과 방송법으로 나눠진 상황은 결국 IPTV에 유리한 지형이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지금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업체들의 공세가 심해지며 IPTV가 타격을 받자, 일각에서 IPTV의 퀀텀점프를 위해 IPTV법 폐지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상합니다. 어차피 통합발전법이 난항을 겪고 있지만 논의되는 상황에서 현재 IPTV의 발전을 주도한 IPTV법 폐지를 요구하다니?


하지만 곰곰히 생각하면 일리가 있습니다. 일단 IPTV는 IPTV법을 통해 발전한 것이 맞습니다. 배석규 케이블TV협회장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특별법까지 만들어 IPTV를 키워준 정부"라는 표현을 쓴 것은 분명 사실입니다.(관련기사=배석규 케이블TV협회장 "특별법 만들어 IPTV 키워준 정부, 케이블TV 지원책도 내놔야") 하지만 이렇게 발전한 IPTV는 스스로 성장의 한계에 직면하고 말았습니다. 통신 존재감을 방송시장에 지나치게 이식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것에만 집착했고, 코드 커팅과 그 이후에 도래한 포스트 코드 커팅의 분위기에 매우 느리게 따라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하나 정리하겠습니다. IPTV법은 IPTV의 국내 점유율을 보장했고, 이는 지금 양날의 칼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는 점. 물론 아직 국내에서 IPTV는 강력하며 한국시장에 진출하면서 별다른 방법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넷플릭스를 압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래는 모른다는 거죠.


그렇다면 이런 말도 가능하겠습니다. "케이블을 키워라!" 통합방송법이 발의되도 IPTV가 타격을 입지, 케이블이 이득을 볼 일은 거의 없습니다. 최근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합병이 불발된 상황에서 이대로 가면 전멸이죠. 여기서 "케이블을 키워라!"는 주장은 당연히 동의하지만 그 이면에 넘실대는 순수함도 지적해야 겠습니다.


여러분. 케이블은 의외로 지상파처럼 '공공의 가치'를 가지는 것 아시나요? 케이블은 SO를 중심으로 지역 미디어 문화를 보존하고 육성할 의무가 법으로 규정되어 있답니다. 매우 미비하지만 케이블 SO에 기자와 PD가 있고, 선거철마다 후보자 토론회를 열며 시청자가 거의 없지만 고정 프로그램도 운영합니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는 구조도 여기에서 기인해요. 그러니까 정교한 방법론이 아닌, 무작정 "케이블을 IPTV처럼 막 키워보자"는 주장은 어불성설입니다. 지역 미디어 공공성에 대한 책임이 있으며, 케이블은 이 지점에서 움직여야 합니다. 물론 이러한 법적인 구속이 유효하냐에 대한 논란은 남겠지만...개인적으로는 '의외로 케이블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에 한 표 던집니다. 왜? 선거철 후보자 토론회는 나름 지역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등 케이블 사업자의 정치적 입김을 보장하거든요.


한 때 IPTV가 직접사용채널을 운용하겠다고 말했을 때 많은 전문가들이 "케이블의 지역 정치적 영향력을 부러워하나? 종편 또 만들려고?"라고 비웃었던 이유기도 합니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당시 벌어진 관련 논란을 떠올려도 참 재밌으니, 한 번 살펴보는걸 추천합니다.


필요한가
자,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여튼 IPTV법과 방송법으로 구성된 이원구조가 나름 진통을 겪었고, IPTV가 IPTV법을 통해 이득을 보아 성공했고 통합방송법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까지 짚었습니다. 그럼 다음입니다. 통합방송법은?


"IPTV법을 폐지해 IPTV의 가능성을 더 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주장과 달리 통합방송법은 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 당시 통합방송법을 소급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들이 반대론자라는 것은 잘 알고 계시겠죠? IPTV에 불리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IPTV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비전은 통합방송법으로 더욱 꺾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벌서부터 들려요. "한국판 넷플릭스는 어디로 가는가!"라는 탄식이. 이 부분에 대한 냉정한 상황판단이 필요해 보입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더 걱정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통합발전법 표류에서 보여지는 본원적 가치판단이에요. 지금 통합발전법 표류의 배경에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등의 문제가 걸려있습니다. 쉽게 말해 정치적인 판단이 깔려있어 미디어 플랫폼 전략도 추진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양쪽 모두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이걸 따로 생각할 수 없을까요? 아니, 이제 따로 생각해야할 지점이 아닐까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의 문제와 미디어 플랫폼의 실제적 방법론을 분리하는 것은 양 사안의 빠른 논의를 가능하게 만들 전망입니다. 여담이지만 지상파 뉴스의 정치적 쏠림과 수신료 인상 논의를 분리하면 나름의 성과가 보일 텐데...뭐 법이나 상황이 그렇지는 않죠.


자꾸 글이 삼천포로...다시 핵심에 집중하면, 법적-정무적 판단은 제가 잘 모르겠지만 여튼 통합방송법을 논의하며 미디어 플랫폼 전략을 따로 논의하는 한편 이 과정에서 IPTV 및 케이블 발전론을 좀 더 정교하게 구축하는 것이 답이 아닐까 합니다. 실현가능성이 없지만 그냥 넋두리입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방통융합을 버려야 할 때가 아닌가라는 생각도 조심스럽게 해 봅니다. 방송통신위원회를 보자고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보자고요. 방송은 아무래도 규제, 통신은 진흥에 더욱 가깝지 않을까요? 여기서 말하는 방송규제는 폭력 및 기타 사회정서에 맞지않는 것에 대한 규제지 방송 정책 및 로드맵에 대한 규제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여튼 규제와 진흥을 모두 엮는 방통위가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 활동하며 규제로 방향을 잡는 현재의 상황은 고쳐져야 하며 통 크게 통신을 진흥, 통신에 걸맞게 방송도 진흥을 추구해도 방송의 사회적 역할 등은 일부 규제로 남기는 것도 좋아 보입니다.


방통융합의 환상을 버리고 방송과 통신의 발전, 그리고 방송(내용적)의 규제. 좀 분리하면 어떨까...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되면 통합방송법도 더 발전적으로 굴러가며 나아가 넷플릭스의 공포에 떠는 일각의 우려도 걷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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