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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진홍 Nov 26. 2016

DJ DOC 여성혐오 논란에 대한 소심한 생각

페미니즘과 참여의 확장성

강남역 사건이 여성혐오인가? 메갈리아 티셔츠 후원 논란은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배달의민족 티셔츠 대소동은 극렬 페미니즘 일부의 문제인가? 여성은 고통받고 있는가? 안중근 의사를 조롱하는 그들은 여성 일베인가?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는 각각의 질문속에서, 솔직히 갈피를 잡지는 못하겠습니다. 다들 일정정도 맞는 말이라. 괴물을 잡기 위해 괴물이 된다는 말도 있고...또 반론도 충분히 설득력을 가집니다. 왠지 어설픈 곳에 에너지를 낭비한다는 느낌도 들지만 마음 한켠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논의라는 생각도 듭니다.


오래전 이슬람 원리주의...라기 보다는 테러집단에 가까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지배하기전 카불의 모습을 찍은 사진을 본적이 있습니다. 여성들이 미니 스커트를 입고 자유롭게 다니더군요. 하지만 옆에는 현재의 아프칸이 있는데..여성들은 히잡으로 꽁꽁 동여매고 답답하게 다니는 사진이더군요. 댓글이 재밌습니다. '이슬람 들어오면 대한민국 여성들 다 잣된다'...이 말이 역으로 '야, 지금 우리나라가 여자 살기에 얼마나 좋냐? 현재의 체제를 수호하는 남자들에게 고마워해라'라는 말로 읽혔다면 너무 과민반응일까요.


DJ DOC 여혐 논란
비선실세 논란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이 타오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26일 DJ DOC가 고발뉴스와 함께 신곡을 발표하고 집회에 등장하려고 했으나, 불발되고 말았어요. 가사에 여혐논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목은 수취인불명.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비판한 가사로 이뤄져 있습니다. [ '역대급 삥땅,맨붕 쎄뇨리따 / 하도 찔러대서 얼굴이 빵빵 / 빽차 뽑았다 널 데리러가 빵빵 / 다왔어요 잘들어가요 깜빵 / 이잔당 몽땅 쓸어담아 깜빵 / 잘가요 미쓰 박 쎄뇨리땅' ]이 문제입니다. 쎄노리땅, 얼굴이 빵빵, 미쓰박 등의 표현에 여성혐오..나아가 여성비하의 메시지가 섞여 있다는 뜻입니다.


가만히 생각하면 맞는 말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실정과 여성비하의 소재가 공동으로 소비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말 그대로 노래가 '수취인분명'인데...이건 대통령 박근혜를 저격하는 내용이다라는 입장이죠. 만약 이를 여혐이라고 한다면...남자 정치인에게 '이**, 저**'하는 것은 남성혐오의 만연으로 봐야 할까요? 통상적인 비판의 틀을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참고로 수취인분명 뮤직비디오(?)에는 이정현, 문고리 3인방 등이 모두 나옵니다.


여성혐오는 디테일에 숨어있다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최근 불어닥치는 여성혐오에 대한 논란은 일정정도 팩트에 기반한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이 살기 좋은 시대는 아니죠.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도 유리천장이 있다는데...하물며 조선 후기부터 괴상한 성리학적 질서에 갇혀살던 우리는 오죽할까요. 병자호란 당시 청나라에 잡혀갔던 여인들이 우여곡절끝에 돌아왔을때 그녀들을 지키지 못한 책임은 생각하지도 않고 화냥년이라 욕하던 것이 이 땅의 위대한 남성들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여성을 비하하는 문화는 점점 잦아지고 있지만 이 역시 급격하게 이뤄진 산업화의 단계에서 치밀하게 반영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여성의 사회참여가 늘어나며 일부 여성이 여전한 의존성을 보여준 것이 확대 및 증폭되어 남성 우위의 사회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쳤고요. 덩달아 '경쟁자'가 생긴 남성들이 이에 극렬히 반발하기 시작했고...일부 여성들이 또 발작적으로 따지고 듭니다. 감정이 상하고, 골은 깊어집니다. 이게 딱 우리의 상황인 것 같습니다.


정리하자면 여성비하..여성혐오는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겁니다. '비하했는데 치고 올라오니 혐오한다, 그리고 혐오당한다'..인류 역사에서 매우 자주 보이는 일종의 패턴이기도 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DJ DOC 여성혐오 논란은 최근의 관련된 미묘한 흐름을 가장 잘 보여주는 무대입니다. 보자고요. 우리는 남성성과 여성성의 싸움을 밑바닥에서 벌이고 있었습니다. 강남역 사건이 여성혐오인가? 메갈리아 티셔츠 후원 논란은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배달의민족 티셔츠 대소동은 극렬 페미니즘 일부의 문제인가? 여성은 고통받고 있는가? 안중근 의사를 조롱하는 그들은 여성 일베인가? 마치 누군가 조장하는것 같은 느낌이 들 지경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거악이 등장했습니다. 두둥. 바로 박근혜 대통령, 최순실 일당입니다. 그리고 이들에게 부역한 내시들. 자...혐오논란을 두고 싸우던 남녀는 손을 잡습니다. 종편과 한겨레의 콜라보가 일어나는 시대의 축복이지요. 이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반하는 이들은 밑바닥에서 시작된 '세력'을 극대화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비폭력 집회로 스스로를 가두며 인내하고 인내합니다. 나아가 지역과 남녀가 합세합니다. 최근 집회에서 대통령을 '미쓰박'이라 부르자 집회 주최에서 즉각 사과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지금은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하니까.


하지만 DJ DOC 논란은 페미니즘을 표방한다는 이들에게는 그냥 넘어가기 어려운, 소위 선을 넘은 일인겁니다. 그리고 이들의 주장에는 일리가 있습니다. 미쓰 박, 쎄뇨리땅 등은 마치 박근혜 대통령이 여자라서 실패한다는 인상을 심어주거든요. 우리 솔직해 지자고요. 이정현과 문고리 3인방을 내시로 표현한 것은 내시 특유의 이미지도 있겠지만...남성성이 거세되어 여성에게 붙어먹은 '병신'을 의미하지 않나요? 최순실에게 휴대폰을 건낼 때 자신의 셔츠로 닦아 공손하게 전달하는 건장한 청와대 남성 비서관의 모습은 어떻게 보였나요? '남자**가 가오 떨어지게...'


물론 비약이겠지만, 이런 상상도 해봅니다. 만약 최순실이 남자라면? 근엄한 표정의 전형적인 막후 정치가였다면? 강남 아줌마가 아닌 정치계의 오래된 흑막이었다면? 그런데 똑같은 일을 했다면? 분명 비판이 거셌겠지만..지금과 같은 거대한 혐오는 없었을 것 같습니다. 


만약 이러한 가정을 바탕으로 반대편의 이야기를 듣는다면 어떨까요? '아니야'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말도 나올겁니다. '여자한테 대통령을 시켜봤더니 엉망이잖냐. 그럼 여성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


요 말도 10% 정도는 맞아 보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준비된 여성 대통령'이라는 슬로건으로 선거운동을 했거든요. 남성 주도가 아닌 여성 주도의 사회를 약속하는것 같은, 그렇지 않은(.....) 이런 상태에서 박정희 향수에 기댄 이미지 정치를 했잖아요. 그 이미지 정치에 여성도 포함되는 겁니다.(박사모 회장이 요즘 박근혜 대통령과 '사랑'에 빠졌다고 하던데..이것도 의미심장) 그 연장선에서, '여성의 강점이 고작 이거냐?'라는 지적이 나오는 겁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여성비하가 아니다'라고 합니다. 북한 김정은보고 '그**'라고 욕하면 이게 남성혐오냐. 아니라는 겁니다. 즉 이 문제는 남성 중심의 표현이 고착화된 상태에서, 또 대다수인 상태에서 여성에 대한 깊숙한 비판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인것 같습니다. 물론 그 안에는 분명 혐오의 감정이 있죠.


그래서 결론이 뭐야?
결론. 뭐 없습니다. 그냥 이런저런 의식들이 일렁이는것 같아요. 다만 중요한 것은 여성혐오는 존재하고, 그러니 공방이 벌어지고 감정싸움이 심해지며 '모두가 사회적으로 합의한 사항'에 대한 이견이 갈리는 겁니다. 


다만 중요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남성혐오를 하다니, 분명 개** 일거야'라는 의식과 '이게 여성혐오라고 지***을 하니 분명 미친 일베 일거야'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는 겁니다. 이 문제는 의외로 우리 사회 깊숙한 의식의 체계에서 찾아야 하니까요. 우리는 그렇게 극단에 있는것이 아닙니다. 최순실 논란에 있어 손을 잡았잖아요! 대구와 경북이 대통령 지지를 철회하고 온 가족이 촛불을 잡았잖아요! 남녀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생각과 다르니 미쳤어'라는 생각만 버리면, 조금 더 냉정하게 문제의 본질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여성이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혐오를 당하면 곤란합니다. 하지만 여성이라는 것을 내세웠기 때문에 욕을 먹을 수 있는 여지는 있어요. 나아가 소소한 것에 발작적 반응을 보이면 그것도 곤란합니다.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키워드가 있을 때 치밀하게 논의하려는 자세, 그리고 이를 논리적으로 반박하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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