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논란의 구글 지도 반출에 불가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과 미래창조과학부 등으로 구성된 지도 국외반출협의체는 18일 심의회의를 열어 구글의 지도 데이터 반출 요청을 허가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당초 법적인 심사기간은 8월 25일이었으나 추가 심의가 필요하다며 기간을 연장한 것 치고는 평이한 결론입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눈치를 본다, 미국 정부의 압력이 있었다 등의 이야기가 업계를 떠돌았지만 일단은 '불가'입니다.
사실 이견이 갈리는 판단입니다. 구글 지도 반출을 통해 국내 ICT 생태계 발전을 견인하자는 목소리와, 지도 주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반론이 치열하게 충돌하는 가운데 나온 결정이니까요. 만약 지도가 반출될 경우 자율주행차 및 인공지능, 위치기반서비스 등 구글의 선진적 생태계를 빠르게 체화할 수 있지만 그 주도권은 온전히 구글의 것이 되어 버립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판단에 대한 가치평가는 제각각인 가운데, 현 상황에서 구글 지도 반출의 의미를 되새기는 한편 국내 생태계 중심의 전략적 로드맵도 정교하게 짜여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구글의 지도 반출에 반대했던 많은 국내 기업들이 분발해야 합니다. 구글의 지도 서비스가 작동되지 않으면 이용자 입장에서는 손해라는 점도 알아야 합니다. 구글의 빈 자리를 국내 기업들이 채워야 하는 숙제가 남았어요. 이번 결정이 '막무가내 국뽕'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합니다. 기대하겠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구글 지도 반출 불가에 대해서는 일정정도 찬성할 수 있다고 해도, 그 이유가 '안보'에 방점이 찍힌 것은 다소 씁쓸한 뒷맛을 남깁니다.
최병남 국토지리정보원장은 브리핑에서 "(이번 결정을 논의하며) 산업과 관련된 논의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안보를 우선순위에 뒀다"고 밝혔습니다. 나아가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구글의 책임있는 자세가 미흡했다는 점도 부연했어요. 구글의 위성영상을 흐리게 처리할 것을 요구했으나 구글이 이를 거절했다고 합니다.
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구글 지도 반출 불가에 대한 가치판단은 각자의 몫이지만 일단 고무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산업적 측면이 핵심이 되어야 합니다. 자율주행차 및 관련 ICT 발전을 위해 지도 정보를 국내 생태계에 맡기는 '모험'을 택했고, 이를 바탕으로 구글 지도 반출 불가 결정이 나왔다는 주장이 나왔어야 합니다. 여기에 구글의 세금 문제 등을 거론하며 반출 불가의 당위성을 설명했어야 합니다.
맙소사. 안보라뇨. 물론 안보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안보는 언제나 최고의 가치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구글 지도 반출 논의에 있어 안보는 최소한 2순위가 되었어야 합니다.
왜냐고요? 안보적 측면에서 이번 논란을 보기에는 분명히 무리가 따르기 때문입니다. 구글이 원했던 것은 지도 데이터입니다. 그런데 정부의 요구는 "지도 데이터와 구글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위성영상을 겹치면 정밀지도가 되어 안보에 위협이 된다"에요. 이 부분을 들어주지 않아 안보위협이 발생해 구글 지도 반출 불가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 최병남 원장의 말입니다. 그런데 이건 처음부터 무리한 주장이었습니다. 구글이 미쳤다고 이미 서비스되는 위성영상을 블로어처리 합니까?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안보 중요합니다. 하지만 구글 지도 논란을 보면 상대적으로 안보적 현안의 중요성은 산업적 생태계 문제에 미치지 못합니다. 구글이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기에 처음부터 거의 불가능했으며, 이 보다는 산업적 생태계 현안이 더 큰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구글 주도의 지도 생태계가 형성되며 우리의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에 집중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정부는 구글 지도 반출 불가를 선언하며 산업적 생태계 현안을 최우선 가치로 논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굳이 '안보'를 내세운 저의가 의심됩니다. 모두 중요한 가치지만 이는 산업적 생태계를 언제든지 안보라는 프레임으로 덧대어 버릴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니까요. 게다가 정부가 산업적 생태계를 다소 가볍게 여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듭니다.
불길한 상상을 한 번 해봅니다. 만약 구글 지도 반출이 안보적 측면에서 위협이 없었다면, 정부는 어떻게 했을까요? 구글 지도 논란에서는 다소 불분명한 현안인 안보를 내세웠던 일을 고려하면, 산업적 생태계는 무시하지 않았을까요? 우리는 이 부분을 반드시 짚어야 합니다. 국내 관련 기업들도 명심해야 합니다. 지도 반출 불가에 고개를 끄덕이며 "환영한다"고만 말하지 마세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은 당신들도 알고있지 않나요?
비선실세 논란에 휘말린 현 정부가. "우리는 그래도 안보는 잘 하지"라고 뻐기는 것 같아 보인다면, 제 음모론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