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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진홍 Dec 30. 2016

캐리 언니가 김구라와 피키캐스트가 되는 날이 온다면?

외연확장과 공적인 영역

MCN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1인 크리에이터에 대한 대중의 집중도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아프리카, 글로벌에는 유튜브가 나름의 동력을 마련하는 가운데 수익성 및 사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설전도 벌어지고 있어요. '왕홍경제를 배워라' '돈 벌어라' '크리에이터는 생명력이 있나?' '뭘 보여줄 수 있나?' 등등.


모두 중요한 화두가 맞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아주 예~~~전에 제가 기사로 쓰기는 했는데, 국내 MCN 사업의 흥망성쇠와 매우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의미심장한 키워드가 하나 있어요. 바로 공공성입니다. 음? 공공성?


미디어오늘 음모론
2016년 12월 30일, 미디어오늘에서 의미심장한 기사가 하나 나왔습니다. '성차별 ‘캐리 언니’, 아이들 보여줘도 괜찮을까'라는 기사에요. 처음 봤을때 들었던 생각은 '올 것이 왔구나'라는 느낌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먼저 음모론 하나 제기하고 넘어갈께요. 미디어오늘은 최근 문체부 블랙리스트 수사 중 언론사 성향에서 '좌파경향언론사'로 되어 있습니다. 전 이걸 '현 정부의 뜻에 고분고분 따르지 않는 언론사'라고 해석합니다. 좌파니, 우파니 떠나서 미디어오늘은 최소한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싸우는 언론집단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미디어오늘의 기자분들은 절 잘 모르시겠지만 전 미디어오늘 기자분들을 매우 사랑합니다. 예전 직장에서 종종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여튼 같은 기자라는 명함을 달고 있으나 한없이 부족한 저와는 달리, 미디어오늘 기자들은 진짜 기자들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지금까지 미디어오늘은 MCN 사업에 대해 다소 미온적인, 다소 비판적인 기사를 썼던 기억이 납니다. 정의를 집행하는 미디어오늘의 말이니까 그게 맞을 것이다? 제 생각은 약간 다릅니다. 일단 국내 언론운동을 좀 살피죠. 제 짧은 식견으로 알기에는, 국내 언론운동은 크게 두 단체에 의해 운영됩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언론개혁시민연대(언개련)입니다. 민언련은 제가 잘 모르고요...언개련은 조금 인연이 있습니다. 전규찬 교수가 대표를 맡고있고 지금은 정의당 의원인 추혜선 당시 사무총장이 재직할 무렵, 운영위원회 회의에 당시 직장의 대표 대리인 자격으로 참석을 종종 했었거든요.


그리고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이 있습니다. 요게 뭐냐. 각 방송 및 신문사 노조의 집합체라고 보시면 됩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언론노조는 언론연대와 활발한 활동을 하지만, 사실상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언론 종사자들 노조의 연합체며 지금도 침체된 언론활동을 위해 활발하게 투쟁하고 있습니다.


미디어오늘은 사실상 언론노조의 영향력 아래에 있습니다. 지금은 모르겠는데 예전에 제가 인연을 맺었던 당시(2009년-2012년)에는 그랬어요. 외형적으로 약간 달라졌어도 지금도 그런 분위기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자, 각이 좀 나오지 않나요? 미디어오늘은 '언론의 언론'입니다. 즉 언론을 위한 언론이자 언론인들의, 방송인들의 논지가 강하게 묻어날 수 밖에 없어요. 그들은 언론자유를 위해 가열차게 투쟁하지만, 언론 및 방송 플랫폼의 존속에 대해서는 다소 미온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거칠게 말하면 그건 밥그릇의 문제거든요. 일선 방송사, 언론사 종사자들이 MCN의 성장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언론자유를 외치는 문제와는 약간 다른 겁니다. 그래서 저는, 미디어오늘의 MCN 관련 기사가 다소 편향적이라고 감히 말합니다. 물론 음모론일 수 있어요. 하지만, 전 사실 확신하고 있습니다.


캐리 언니는 성차별주의자?
여기서 중요한 것은, 미디어오늘의 의도와는 별개로 드러난 문제제기가 타당한 것이냐?는 질문의 답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네, 편향적인 문제제기일 수 있으나 결론부터 말하면 정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네? MCN 사업 근간을 공격하는 하이에나들이 이빨을 세우는 마당에 그에 동조하겠다는 것이냐고요? 그건 아닙니다. 털어낼 것은 털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4살 아들과, 이제 1살이 된 아이가 있습니다. 4살 아들은 캐리 언니(누나?)를 아주 좋아해요. 덩달아 저도 자주 봅니다. 제가 봐도 재밌어요. 영혼 탈곡기가 따로 없습니다. 그런데 간혹 눈쌀을 찌푸리는 장면이 보이기는 합니다. 미디어오늘 기사에 잘 설명이 되어 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똥'에 대한 멘트였어요. 캐리가 응가를 한 아기인형을 들어보이며 오만상을 찌푸리는 장면. 배변습관을 기르던 와중이던 제 아들이 그 장면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응가는 나쁜건가?'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요? 부랴부랴 프로그램을 꺼버렸던 기억이 납니다. 대학에서 유아교육학을 전공하고 유치원 선생 생활을 했던 제 아내도 '이건 아닌데...'라고 고개를 내젓더군요.


네, 분명하게 말하면 이건 고쳐야 합니다. 아이를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유해한 콘텐츠를 넣은 것이에요.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야할 점이 많습니다. 그럼 규제를 해야 하나?


아프리카TV에 대한 논란을 떠올려봅니다. 대도서관 이슈를 거치며 아프리카TV는 플랫폼이냐, 미디어냐의 기로에서 스스로를 미디어로 방향성을 잡은 것 같습니다. 자체 규제에 나섰으니까요. 그런데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아프리카TV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역사를 봅시다. ‘인터넷 개인방송과 일반 방송의 정의를 어떻게 내리느냐’는 논쟁은 곧장 아프리카TV의 정체성, 나아가 규제의 방법론으로 펼쳐지기 일쑤였습니다. 올해초에만 의미있는 사건들이 꽤 많았어요. 방심위는 지난 3월 통신심의소위원회를 열어 일부 불량 BJ에 대한 퇴출을 공식적으로 언급했으며 6월에는 아프리카TV를 두고 장애인 비하 및 선정성 방송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도 했습니다.


아프리카TV 입장에서 보자고요. 이들은 자신들이 미디어가 되는 것을 원할까요? 생태계 장악적 측면에서는 분명 매력적인 요소가 있겠지만 방심위와 얽히게 되는 등의 규제문제를 고려하면 마음이 썩 편하지는 않습니다. 지난 여름에는 MBC PD수첩이 아프리카TV의 유해성을 보도하면서 일촉즉발의 전면전 분위기까지 연출됐었어요. 당시 단합대회에서 서수길 대표가 PD수첩 제작진에 욕설을 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결국 문제의 본질을 더욱 내밀하게 파고 들어가면, 결국 이번 아프리카TV 논란은 미디어와 플랫폼 사이에서 스스로를 미디어로 규정할 수 밖에 없었던 아프리카TV의 사정과 만나게 됩니다.    

피키캐스트도 마찬가지에요. 원래 피키캐스트는 짤방을 수집하는 곳이었으나 이제 본 궤도에 올라 사업모델을 바꿔야 했습니다. 자체 크리에이터를 대거 고용하고 자체 콘텐츠(라고 쓰고 검열이 된 콘텐츠라 읽는다)를 주력으로 삼습니다. 이제 막 베끼면 저같은 기자들한테 욕먹고, 대중들한테 질타를 받습니다. 이런 제기랄. 피키캐스트는 언더에서 온으로 올라오며 자신의 속성을 버려야 했습니다. 막 베끼고 욕설이 난무할 수 있던 언더에서의 방식은 온에서 통용될 수 없으니까요. 얌전해져야 했던 거에요. 그런데 매력이 없네? 그러니 발랄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려고 합니다. 우주인!!!!


저는 방송인 김구라의 방식에서 피키캐스트의 모습을 봅기도 합니다. '개 삐리리~ 이 삐리리~'로 방송하던 김구라는 지상파에 등장해 그냥 약간 까칠한 아저씨로 변신했거든요.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다시 캐리로 돌아가자고요. 우리는 언더에서 막 놀던 락스타가 온에서 빙긋 웃으며 신사가 되는 장면을 보고 있습니다. 그럼 캐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캐리가 언더에서 그냥 막 논다면 상관없어요. 그런데 투자도 받고, 인지도가 올라가고, 지상파에도 캐리가 나옵니다. 미디어오늘이 지적합니다. 그럼 규제를 받아야 할까요? 유아교육 전문가 붙여야 하나요?


뭐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사실 그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문제는 모든 MCN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 봅니다. 지금이야 MCN은 주로 게임 및 뷰티 등에 국한되어 있지만 나중에 영역이 넓어지면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요, 게임이야 워낙 전문가들이 크리에이터를 하니 큰 문제가 없겠지만 사실 뷰티는 걱정이 됩니다. 화장품이 참 좋아요. 이뻐. 이쁘게 바를 수 있는 방법을 말해주는 크리에이터가 있다고 칩시다. 그런데 나중에 연구실에서 현미경으로 화장품을 분석하니 유해물질이 막 나온다면? 


공공성은 참 골치아파 보이고 좀 신경쓰고 싶지 않은 부분이지만, MCN이 크기 위해서는 이제 이 부분도 신경써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본격적인 제재가 시작되기 전에 자체적으로 해야 합니다. 간섭 좋아하는 정부 형님들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자체적으로 확실한 방법을 고안해야 합니다. MCNA 협회? 이 부분에 대한 고민도 꼭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맞기 전에 내가 먼저 고치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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